[CBS산업부 윤지나 기자]
미국 9.11 테러 당시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에 걸림돌이 됐던 것 중 하나는 '터지지 않는 무전기'였다. 1분 1초가 소중했던 그 때, 소방관들이 가지고 들어간 무전기가 30층부터 꼭대기층까지 제대로 터지지 않았던 것이다.
외부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이 불가능한 초고층 건물은 이처럼 화재 등 사고 발생 시 작은 결함 하나가 엄청난 인재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부산 고층 아파트 화재사건에 이어 전국 11층 이상 고층복합건물 413곳의 소방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발표까지 이어지면서, 한국에서도 초고층 건물의 안전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높이 555m, '국내 최고층 건물'을 표방하며 건설 중인 '롯데수퍼타워'는 이 모든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을까.
롯데물산은 "세계 최고의 건축 기술을 자부한다"며 일단 화재 발생시 상주인구 2만 명이 90분 만에 건물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피난 시스템을 갖췄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화재상황 등에도 정전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별도로 재난용 엘리베이터 17대를 설치했다. 또 25개 층마다 5개씩 안전대피공간을 마련했는데, 세계 최고층 건물인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4개)보다 많은 것이다.
또 피난로로 쓰이는 계단과 부속실을 유독가스 등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피난로를 높은 기압으로 유지하도록 했다.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몰릴 수 있다는 판단에, 계단 폭에도 신경을 썼다. 소방법에서는 계단 폭을 1.2m로 규정해놨지만 이번 공사에서는 폭을 1.5m로 늘렸다.
건물 내부에서 화재 진압을 자체 처리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도 눈길을 끈다. 지상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없으므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도록 한 것이다.
123층 건물의 모든 실내 창 가까이(40-50cm)에 스프링클러를 추가로 단다. 화재 발생 시 불길이 상층부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또 소방법에서 설치 제외 지역으로 분류한 화장실에까지 스프링클러를 설치했다.
소화수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1시간을 너끈히 견딜 수 있도록 소화수조의 기본용량을 대폭 늘렸다. 20분을 버틸 수 있도록 한 소방법 기준 3배 용량이다.
특히 9.11 테러에서 얻은 교훈들이 이번 공사에 영향을 줬다. 30층 이상에서도 구조인력들이 무전통신을 활발히 할 수 있도록 안테나 등을 설치했는데 지하 무전통신만을 규정한 소방법을 뛰어넘은 조치다. 또 9.11 테러 생존자들이 피난유도선을 따라 건물을 내려왔다는 증언을 참고해, 피난계단 내부에 1시간 이상 조도를 유지하는 유도선을 설치했다.
롯데수퍼타워의 소방방재를 담당한 한방유비스 김치운 이사는 "안전확보에 비용이 들고 이익은 포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안전성과 경제성은 반비례 관계"라며 "안전은 이제 일종의 상식인 만큼 설계와 공사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jina13@cbs.co.kr
555m 롯데수퍼타워 안전할까? '곳곳에 숨겨진 장치들'
2010. 12. 1. 09:17ㆍ건축 정보 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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