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 떠넘기기에 지자체들 ‘골병’

2010. 12. 14. 07:08이슈 뉴스스크랩

정부 예산 떠넘기기에 지자체들 ‘골병’

결식아동 방학 급식비 등 복지부문 대폭 삭감
재정 열악한 일선 시·군·구 비용 충당 초비상

경향신문 | 경태영·배명재·윤희일 기자 | 입력 2010.12.13 22:12 | 수정 2010.12.13 22:17

 

정부가 내년도 방학중 결식아동 급식지원 예산 등 서민·복지 예산을 전액 내지 대폭 삭감하면서 복지정책 부실이 현실화되고 있다. 관련 예산에 대한 책임이 재정난에 시달리는 시·군·구 등 기초자치단체로 떠넘겨지자 일부 지자체는 아예 급식 대상자를 줄이기로 했다. 영세가정 보육비 지원금을 내년 8월까지만 편성하는 곳도 등장했다.

13일 경기도에 따르면 내년부터 방학중 결식아동 급식을 위한 국비 지원이 중단되면서 시·군이 책임져야 할 부담금이 59억원에서 113억원으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실제 경기도의 경우 올해까지는 방학중 결식아동 5만1800여명의 급식비 재원 162억원을 국비 44억원, 도비 59억원, 시·군비 59억원 등을 통해 마련했다. 그러나 정부의 국비 지원이 중단되자 도는 내년도 관련 사업비 151억원(지원 대상 4만8000여명)을 도비 38억원, 시·군비 113억원으로 편성했다.

도는 분권교부세 사업 부담률이 25% 대 75%이기 때문에 도비 부담금을 올해보다 21억원 줄였지만 시·군 부담금은 54억원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자치단체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자치단체 관계자는 "예산난 때문에 긴축 예산을 편성한 마당에 국비 지원이 중단되고 자치단체 부담금을 크게 늘리는 것은 시·군의 재정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에 비해 재정 형편이 열악한 직할시와 자치구 상황은 더 심각하다.

대전시는 올해 결식아동 급식비 예산 78억원 중 8억8600만원을 정부 지원으로 충당했다. 그러나 정부 지원이 중단되자 급식인원을 크게 줄일 수밖에 없다며 내년도 예산으로 67억6400만원만 편성했다.

시와 구가 50%씩 부담해야 하지만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5개 구가 예산을 마련할 수 있는 길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동구의 경우 재정난 때문에 직원들의 12월 급여를 시에서 지원받아 간신히 지급했다. 대전지역 자치구 관계자들은 "방학중 급식비 지원 예산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급식인원을 줄이거나 급식의 질을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광주 광산구는 내년 5세 이하 영세가정 보육비 부담이 갑자기 20억원 이상 늘게 돼 걱정이 태산이다. 정부가 보육비 지원 대상자 기준을 크게 확대했기 때문이다.

예산 부족에 허덕여온 광산구는 내년도 8월까지만 지원금을 편성했다. 영세가정 아동 교육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 광산구 관계자는 "다른 복지사업은 기초자치단체 비율이 3% 이내이지만 유독 보육비만은 12%로 부담률이 높아 기초자치단체의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 경태영·배명재·윤희일 기자 kyeong@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