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없는 ‘희토류 전쟁’.. 수입다변화에 미래 달렸다

2011. 1. 3. 09:24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총성없는 ‘희토류 전쟁’.. 수입다변화에 미래 달렸다

파이낸셜뉴스 | 예병정 | 입력 2011.01.02 17:11

 

#. 지난 9월 7일 중국, 대만과 일본이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는 조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일본명 센카쿠열도) 인근 해역에서 중국 어선이 일본 해상보안청의 순시선을 들이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일본은 중국 어선의 선장과 선원 등 15명을 연행한 뒤 지난 9월 13일 선원 14명을 석방했지만 중국인 선장 잔치슝(41)은 구속조치했다. 이에 중국은 외교 경로를 통해 일본에 강력히 항의하는 한편, 즉시 선장 잔치슝의 석방을 요구했다. 더불어 자국인 일본 여행 제한, 통관절차 지체를 통한 희토류 수출 중단, 군사지역 촬영 혐의에 따른 일본 민간인 4명 구속 등 반발의 강도를 높여 나갔다. 파국으로 치달았던 양국 간의 갈등은 일본 정부가 억류 중인 중국인 선장을 전격 석방하기로 하면서 마무리됐다.

【베이징(중국)=예병정기자】 지난 9월에 중국과 일본 간에 있었던 이 사건은 그동안 이야기로만 떠돌던 중국의 '자원 무기화'가 현실이 되는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세계는 이번 사건을 '희토류 분쟁'이라고 이름 붙였다. 겉으로 보면 이번 사건이 양국 간의 해묵은 분쟁인 조어도에 대한 영토 다툼으로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희토류의 무기화로 중국이 승리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희토류 수입·소비국 중 하나인 일본이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국인 중국이 앞세운 사실상의 수출 제한조치를 당해낼 재간이 없었던 것.

■중국 세계 희토류 시장의 97% 담당

중국이 희토류를 가지고 무기화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 시장에 공급되는 희토류의 97%(중국 상무부 집계)가 중국산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아니면 '첨단산업의 비타민'이라고 불리는 희토류를 구할 곳이 없는 셈.

희토류는 광통신과 휴대폰 등 정보기술(IT) 분야를 비롯해 자동차, 정유, 방위산업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의 입장에서는 IT 및 첨단 기술이 산업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어 희토류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중국이 독점적으로 희토류를 생산하고 있는 상황에도 그동안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은 중국의 희토류를 공급과잉 상황으로 유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부터 지난 2007년까지 중국은 세계 시장의 수요량보다 높은 희토류 수출쿼터량를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 2008년 중국 정부는 처음으로 국제시장의 수요량인 4만8193t보다 낮은 4만7011t을 수출쿼터량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세계 시장에서는 지속적으로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그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 지난 9월 중국과 일본 간의 희토류 분쟁이었던 것.

■중국, '자원무기화가 아니다'

이런 세계의 불안스러운 시선과 다르게 중국은 희토류를 무기로 사용한 적이 없다고 강조한다. 실제 희토류 분쟁 이후인 지난 10월 중국의 대 일본 희토류 수출이 0㎏이었지만 수출을 중단한 적이 없다는 게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희토류 대한 중국의 입장은 △환경오염의 대가를 단독으로 치르면서 세계에 희토류는 공급하는 것은 불공평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공급과잉 상태에서 실적이 좋지 않은 수출쿼터 업체들(2006년 47개→2010년 32개)의 점진적 감소 필요 △그동안 저가로 매매됐던 중국산 희토류의 가격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 같은 입장 아래 내년 희토류 수출관세를 최고 25%로 인상(현 최고 15% 수준)하고 수출쿼터도 더욱 줄이기로 했다.

우선 하이브리드카 및 에너지 절약형 가전제품용 강력 소형자석에 쓰이는 네오디뮴의 수출관세를 현행 15%에서 25%로 인상키로 했다. 하이브리드카에 사용되는 란타늄, 반도체기판 생산에 쓰이는 세륨 등 그동안 수출관세가 부과되지 않았던 희토류에도 25%의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또 희토류 내년 수출쿼터를 전년 대비 40%까지 줄인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이 희토류에 대한 제재를 가하는 것은 전 세계에 희토류를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지만 이윤은 희토류 가공기술을 가진 일본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에 돌아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희토류는 기본적으로 정치·사회 문제가 아닌 사업 문제로 논의돼야 한다"며 "중국의 자국 희토류 보호에 대해 정치·사회적인 시각으로 비판하기보다는 사업적으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안은 중국이 아닌 세계에

중국의 희토류 자원 무기화에 대한 대책으로 최근 생산지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의 희토류 생산량은 전 세계의 97%이지만 희토류 매장량은 지난해 말 기준 3600만t으로 전 세계 매장량의 36%에 불과하다.

중국 외에 미국과 러시아 등의 국가에도 희토류가 상당수 매장돼 있다. 미국에는 1300만t(지난해 말 기준)의 희토류가 매장돼 있으며 러시아에도 1900만t(지난해 말 기준)이 묻혀 있다. 미국과 러시아의 매장량을 모두 합하면 32%(미국 13%, 러시아 19%)지만 양국의 생산량은 0t이다. 실제 1970년대까지 전 세계 희토류 시장점유율 1위(63%)는 미국이었다.

희토류 최대 수입국이자 희토류 가공국가인 일본의 경우 이미 수입 지역 다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 무역상사인 소지쓰는 지난달 호주의 광산개발업체인 라이나스사와 향후 10년간 연간 9000t 이상의 희토류 수입 계약에 합의했다. 또 지난달 호주를 방문한 마에하라 세이지 일본 외무상은 케빈 러드 호주 외무상 등과 회담을 가지며 호주의 일본에 대한 안정적인 희토류 공급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경제성을 고려했을 때 중국에서 희토류를 생산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이지 중국에 세계 모든 희토류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호주를 비롯한 중동, 중앙아시아 등 여러 곳에서 희토류를 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희토류를 대체할 기술 개발이 어렵다면 첨단업종이 주력인 우리나라도 희토류를 구할 수 있는 통로를 적극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oddy@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