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 사고 파는 ‘불법중개’ 없애야”

2011. 1. 7. 19:53이슈 뉴스스크랩

“신부 사고 파는 ‘불법중개’ 없애야”

한겨레 | 입력 2008.03.17 20:11

 

[한겨레]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 이상 이런 불행한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지난 달 숨진 베트남 신부 쩐타인란 사건( < 한겨레 > 3월14일치 9면 참조)을 취재하러 란의 어머니 후인킴아인과 함께 한국에 왔던 베트남 여성신문 < 바오푸느 > 의 푸억행(49·사진) 기자가 17일 열흘 만에 귀국길에 올랐다. 푸억행이 소속된 < 바오푸느 > 는 호치민시 여성연맹이 발행하는 신문으로 주 2회 12만5천부가 발간된다.

'결혼 1주일 만에 자살' 믿기지 않아
의문점 해소 다 못한채 귀국 아쉬워
'한겨레·시민단체 도움' 기사 쓰겠다


푸억행 기자는 "처음 란씨의 죽음과 이틀 만에 화장된 뒤 유골이 택배로 어머니께 전달된 사실이 알려졌을 때 한국말이 안 통해 자살했다는 한국 쪽 해명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 직접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싶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한국에 와서 경찰의 성실한 해명을 듣고 란의 일기를 보니 어느 정도 이해가는 점도 있지만 의문이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 입국한 지 일주일 만에 이혼에 합의한 란이 절망감에 투신자살한 것으로 사실상 잠정결론을 내린 상태다.

하지만 푸억행 기자는 "란의 일기에 상당한 심적 갈등이 드러나 있긴 하지만 목숨을 끊을 만한 내용은 아니었다"며 "일기를 쓰지 않은 일주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의문을 완전히 풀지 못한 채 귀국하게 돼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그는 "란의 죽음이 알려진 뒤 호치민시에서는 '절대 한국으로 시집가지 마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정도 였고, 지난해 두 명의 베트남 신부가 남편의 폭행 등으로 숨진 뒤라 여론의 반향이 더 컸다"고 현지의 분위기를 전했다. 푸억행 기자는 "하지만 한국으로 시집와 잘 살거나 친정을 도와주는 이도 많기에 어려운 농촌에서 국제결혼을 하려는 이들이 사라지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푸억행 기자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채 사실상 매매혼 성격의 무리한 국제결혼을 알선하는 불법중개업체를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베트남여성연맹 산하의 결혼지원센터 60곳 외에는 베트남의 모든 결혼중개업체가 불법이며 그나마 예산 문제 등으로 제대로 운영되는 곳은 단 한 곳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호치민 한국영사관에서 국제결혼 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에 가는 부부는 한달 평균 420쌍이지만 합법적으로 결혼한 부부는 10여 쌍에 불과하다"며 "불법업체 근절과 국제결혼 부작용 해소에 베트남과 한국 양국 정부가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양 쪽이 서로의 문화와 언어를 배우고 익히는 노력이 필요하며 결혼이민여성의 현지 적응을 도와주는 시설이 보다 활성화 돼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푸억행 기자는 "도움을 아끼지 않은 시민사회단체나 < 한겨레 > 등 언론의 관심에 깊은 감명을 받았고 덕분에 처음의 불쾌한 감정이 많이 사라졌다"며 "돌아가면 도와 준 한국의 좋은 분들에 대한 기사를 꼭 쓰겠다"며 환히 웃었다.

대구/글·사진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