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 16. 11:43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CBS사회부 이지혜 기자
놓을 방(放), 배울 학(學). 배움을 쉰다는 의미의 '방학'이다.
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여유를 느낄 만한 시간이 없다. 방학을 맞아 외려 ‘영어와의 전쟁’이 또 한 차례 시작됐기 때문이다.
14일 오후 찾은 서울 서초구 반포2동에는 영어회화와 문법, 읽기 쓰기 등을 가르치는 영어학원들이 대거 들어서 있었다.
요즘 영어 학원들은 실시간 화상 교육이나 컴퓨터 테스트를 통한 말하기 연습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요를 이끌고 있다.
언니와 함께 학원에 다니는 4학년 문인해(11)양은 서울 목동에 위치한 집에서 서초구에 있는 학원까지 일주일에 3번씩 오가며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여름이나 내년쯤 미국이나 캐나다 등으로 어학연수를 떠날 계획인 문양은 “엄마가 조금은 색다르게 영어를 가르치는 학원을 주위로부터 소개받았다”며 “거리가 멀어 조금 힘들기도 하지만 학원에서 영어토론을 하고 내 수준을 맞춰서 수업을 해주는 게 좋아 열심히 다닌다”라고 말했다.
같은 학년 이진경(11)양은 매일 아침 ‘방과후 수업교실’로 영어 수업을 들으러 방학인데도 학교에 나가고 있다.
이 양은 “책을 공책에 옮겨 적거나 선생님이 영어비디오를 틀어주면 듣고 받아 적는 연습을 하고 있다”면서 “학원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학교 수업을 택했다. 매일 아침 10시부터 40분씩 나가 공부한다”고 말했다. 한창 뛰놀 나이. 황금 같은 시간에 ‘영어 위주 학습’을 하며 커가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불만이 없을까.
친구와 일주일에 두 번 영어과외를 받는 4학년 김태은(11)양은 “영어도 배우고 싶기는 하지만 다른 나라 말을 배울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다”면서 “우리나라 말도 중요하고 다른나라 말도 중요한데 너무 영어만 배워야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방학을 맞아 쉬고 싶기는 하지만 너무 놀면 개학해서 성적이 떨어질까 봐 걱정된다. 결국 영어 공부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영어 인재’를 요구하는 사회분위기를 고려하면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초등학교 6학년과 4학년짜리 딸을 둔 최희재(43)씨는 “어학은 어릴 때부터 하지 않으면 늘 수가 없다”면서 “실용영어는 기본이 중요한데 학교 공부만으로 되지 않는 현실이다. 그러다 보면 학습 능력이 좋고 시간이 많은 어린 나이에 공들이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큰딸의 경우 영어유치원을 보냈고, 지난 방학에는 영어도서관을 보내 영어로 된 책을 읽게 했다.
3학년 딸과 6학년 아들을 둔 송정현씨(41)도 “아이들을 꾸준히 영어학원에 보내 감을 잃지 않도록 하고 있다”면서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필리핀이나 미국 등으로 어학연수를 많이 보내는 주위 학부모들이 많다”고 말했다.
추운 겨울 늦은 시간까지 이날 학원가에는 골목마다 자신의 몸보다 커다란 가방을 맨 채 학원으로 향하는 초등학생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ppolory11@cbs.co.kr
'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1년 1월16일 요즘 이야기 (0) | 2011.01.16 |
---|---|
시베리아 한파와 겨울등산! (0) | 2011.01.16 |
한미연합연습때 예비군부대 첫 전방전개 훈련 (0) | 2011.01.16 |
경기북부 '동장군' 맹공..파주 영하 22.4도 (0) | 2011.01.16 |
2011년 1월15일 요즘 이야기 (0) | 2011.0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