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타대우` 망한다더니 2위 우뚝… 비결은?

2011. 1. 17. 17:15지구촌 소식

[단독] `타타대우` 망한다더니 2위 우뚝… 비결은?

매일경제 | 입력 2011.01.17 16:07

 

타타대우상용차 김종식 대표(주한인도상공회의소 회장)는 은발의 신사, 그야말로 기품있는 신사였다.

풍기는 외모나 언행뿐 아니라 그의 경영철학이 담긴 기업가적 마인드 역시 그랬다.

그는 열정적이면서도 진중했고, 진취적이고 도전적이면서 따뜻했다. 세련된 말투를 가졌지만 그 속엔 겸손함이 묻어났다.

지난 14일 매경닷컴과 인터뷰에서 만난 김 대표는 소통과 배려의 경영을 통해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최고의 기업이 되겠다고 자신했다.

얼핏 들으면 어디서 많이 들어 본듯한 경영철학이기도 하다.

↑ 타타대우상용차 김종식 대표

↑ 타타대우상용차 김종식 대표

↑ 타타대우상용차 김종식 대표

↑ 타타대우상용차 본사에서 김종식 대표

↑ 타타대우상용차 김종식 대표

하지만 김 대표는 '말로만' 소통과 배려를 외치는 것이 아닌 직원들의 눈높이에서 그들과 대화하며 이해하는 진정한 소통과 배려의 리더십을 실천한다.

물론 최고 경영자의 입장에서 직원들을 이해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그는 이날 인터뷰를 통해 존경받는 최고 기업이 되기 위해 꼭 실천해야할 것들을 몇 가지 귀띔했다.

● 인재를 논하기 전에 인재가 일 할만한 기업이 되라 김 대표는 2009년 10월 타타대우상용차에 부임하면서부터 기업 내에 소통과 배려의 문화를 안착시킨 장본인이다.

그가 자신하는 것은 역지사지(易地思之) 정신, 눈높이 경영이다.

덕분에 직책이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한다. 이곳에선 상급자라고 하급자에 반말을 하면 곧바로 문책대상에 오른다.

김 대표는 "아랫사람에 하대하고 막말하는 분위기에서 절대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다"며 "인재가 인재답게 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CEO의 리더십이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은 인재에 대해 논하기 전에 인재환경론자가 되어야 한다"며 "인재경영이란 인재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을 인재화 하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훌륭한 상사란 인재를 알아보고, 그들에게 성과에 대한 기대치를 분명히 밝히며 잦은 소통과 배려를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하도록 동기부여 하는 사람이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인재란 굳이 능력이 월등하게 뛰어나지 않더라도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적극적인 사람이다"고 정의했다.

그는 남녀를 불문하고 능력이 있으면 적극 장려한다. 그동안 남성 위주의 인사정책을 고수했다면 지난해부터는 여성 인력을 대거 채용했다.

김 대표가 부임하기 전까지 전체 인력의 3%에 지나지 않았던 여성 인력은 지난해 70% 이상으로 늘었다. 여성들에 승진 기회를 열어줬고, 중역회의에도 참여시켰다.

● 인재를 알아보는 눈을 키우고, 인재의 말을 듣는 귀를 열어야… 김 대표는 다독(多讀)으로 유명하다. 바쁜 시간을 쪼개 책 내용 중 필요한 부분을 발췌하거나 단숨에 읽어 내려가는 스타일이다.

그 중에서 중국 고전은 김 대표가 좋아하는 장르다.

그는 "평소 중국 고전을 읽으며 지혜와 리더십을 얻는다"며 중국 당태종 이세민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 대표는 "당태종은 사람을 쓰는 일에 신중했고, 인재를 보는 눈이 뛰어났다"며 "유방과 조조의 기량을 한 몸에 갖춘 훌륭한 리더였다. 중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군주였다"고 극찬했다.

그는 "이세민은 형제들의 피를 뒤집어쓰며 왕좌에 오른 이다. 인간적으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반대파였던 위징을 총리로 발탁해 혹시 자신이 잘못한 것이 있으면 가차 없이 지적하도록 충언을 요구했다"며 "문벌이 약하더라도 실력이 뛰어난 인재들을 계속 기용해 원로신하들과의 균형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훌륭한 상사 없이 열정과 주인의식을 가진 직원이 나오기 어렵다"며 리더십의 중요성을 또 한번 강조했다.

김 대표는 "아랫사람이 잘하길 바라고 앉아있는 것보다 리더가 몸을 낮춰 직원들의 눈높이에서 대화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회사의 발전을 위한 직원들의 의견이라면 하나하나 수렴한다. 쓴 소리도 마다 않는다.

그가 회의 시간 전에 직원들에 하는 말이 있다.

"모두 계급장 떼고 이야기 합시다"● 제품에 신뢰와 기업의 마인드를 담아라 지난해 3월 타타대우상용차는 어려운 고비를 넘겼다.

국내 판매를 담당했던 대우자판이 갑작스럽게 워크아웃 당하며 내수 판매가 대폭 급감하는 위기에 처했다.

김 대표는 "당시 어려운 상황에 처해 난감했지만 그렇다고 10월 말일까지 7개월 남은 대우자판과의 계약을 파기할 수는 없었다"며 "14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모회사 인도 타타그룹의 신뢰경영 '약속은 약속이다'를 지키려고 했다"고 당시 심경을 밝혔다.

그는 타타대우상용차의 100% 자회사로 판매회사를 설립해 박차를 가했다.

지난해 11월 판매 자회사는 시장점유율을 회복했고, 12월 기대치보다 상승폭이 높아져 국내 상용차 시장의 업계 2위 자리를 지켜냈다.

김종식 대표는 "어려운 고비를 넘길 수 있었던 것은 신뢰가 우선됐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과의 신뢰뿐 아니라 고객과의 신뢰에도 무게를 두었다.

김 대표는 "단지 내가 만든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팔고 신뢰를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과의 소통이다. 소통을 통한 이해가 제품에 녹아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무리 연구개발비를 많이 투입해 훌륭한 제품을 만들어 냈다 하더라도 고객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지 못한 채 제품을 만들면 소용없다"고 정리했다.

● 돈만 버는 기업 아닌 고객에 가치를 주는 기업이 되라 타타대우상용차는 올해 중형트럭과 대형트럭 생산에서 소형트럭, 준중형트럭, 수출용 버스 등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535'라는 사업 전략을 추진 중이다. 5년 이내에 현재의 생산량을 3배로 늘려 고객, 직원, 협력업체, 지역사회, 주주 등 5개 이해관계자와 동반 성장해 나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중국이나 유럽 등 세계시장으로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세계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다. 현재 약 3000여대의 물량을 약 40여 개국에 수출하고는 있으나, 이정도 물량으로는 부족하다"며 "수출은 60% 수준까지 올릴 예정이다"고 비전을 밝혔다.

현재 수출국은 북아프리카, 남아프리카, 중동, 아시아며 앞으로 라틴 아메리카, 러시아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돈만 버는 기업이 아닌 우리의 제품을 통해 고객에 가치를 줄 수 있는 기업이 될 것이다"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한 비전을 직원들과 함께 구상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