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6억 대학생 김치사업가

2011. 2. 5. 07:42분야별 성공 스토리

연매출 6억 대학생 김치사업가
기사입력 2011.01.03 05:32:00

토끼띠 건국대생 노광철씨…해외시장 진출 목표

"우리 회사 김치가 세계 시장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어요. 김치는 물론 새우젓, 고춧가루 등 대한민국 최고의 특산물을 해외시장에 파는 사업을 구상 중입니다." 건국대 전기공학과에 재학하면서 연매출 6억원의 김치제조업체를 운영하는 토끼띠 노광철(24)씨의 당찬 새해 포부다.
지금은 사업이 자리를 잡아 꾸준한 매출을 올리고 있고 미국시장 진출도 구상 중이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눈물겨운 과정도 있었다.

노씨가 김치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군 복무 중이었던 2008년이었다.

부대 도서관에서 우연히 읽게된 신문의 사회면 한쪽에는 청년 실업률이 높다는 기사가, 다른 한쪽에는 중국산 김치를 한국산으로 속여 판 사람들이 경찰에 적발됐다는 소식이 실려 있었다.

그는 누구나 믿고 먹을 수 있는 김치를 만들어 팔겠다는 결심을 하고 제대할 때까지 1년여간 김치 공부와 사업 구상에 골몰했다.

일과 시간이 끝나면 매일 취사병을 찾아가 김치 종류에 따른 레시피(recipe. 음식을 만드는 방법)를 전수받았고 틈날 때마다 인터넷을 이용해 김치 발효 유산균을 공부했다.

전역하고 한달 뒤인 2009년 9월 노씨는 집 근처인 광주시 북구 두암동의 작은 상가에 점포를 차리며 사업을 시작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상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 광고를 안 해서인지 사업을 시작하고도 3개월 동안 인터넷 쇼핑몰에서 고작 5만원어치를 판매한 것이 전부였다.

"직원들 월급을 주려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했어요. 제 나이 또래가 대리운전을 불러 여자친구와 차를 타고 가는데 저만 괜히 고생을 사서 하는 것 같아 눈물도 많이 흘렸습니다."

새벽 4시까지 대리운전을 하고서 질 좋은 배추를 사려고 아침 경매가 이뤄지는 새벽시장으로 곧바로 출근하는 힘겨운 하루하루가 계속됐다.

주말이면 자신이 나온 초ㆍ중ㆍ고교 동창회를 비롯해 연줄이 닿는 모든 행사장에 닥치는 대로 찾아가 무턱대고 상 위에 김치를 올리는 방법으로 홍보에 나섰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노씨가 만든 김치는 점점 입소문을 탔고 회사 매출도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남아공 지적장애인 월드컵 대표팀에 배추김치 100㎏을 후원하기도 했다.

노씨가 지난해 벌어들인 순이익은 6천여만원이지만 그는 이 돈 전부를 불우이웃에 김치를 보내는 데 썼다고 한다.

그는 "김치 사업은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게 아니라 경영 마인드를 미리 길러두기 위해 공부 삼아 하는 겁니다. 최종 목표는 전기공학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노씨는 학업과 해외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신묘년 목표다.

아직 여자친구가 없다는 노씨는 "두 마리 토끼는 열심히 하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세 마리 토끼는 좀 힘들지 않을까요. 그래도 만약 인연이 닿는다면 내가 외로울 때 힘이 돼 줄 수 있는 애인을 바라는 마음은 간절합니다"며 밝게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