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서 공짜밥 먹던 청년, 앱으로 `성공 신화`

2011. 2. 16. 09:14분야별 성공 스토리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정세주 워크스마트랩스 사장
안드로이드 마켓 헬스부문 1위 "5년 전부터 스마트폰 시대 준비"

입력: 2011-02-15 17:33 / 수정: 2011-02-16 01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 출범 후 계속 헬스 · 피트니스 부문 순위 1위를 달리는 앱을 만든 사람.영어를 한마디도 못했지만 미국에서 창업을 한 인물.스타트업(초기 벤처)인데도 구글 출신 유명 개발자들을 직원의 절반으로 고용한 회사 사장.

워크스마트랩스를 창업한 정세주 대표(사진)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1' 전시장에서 만나 얘기를 나눴다.

한국 나이 32세에 불과한 이 젊은 창업자의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라고 표현할 만큼 극적이다. 1999년 20세 때 처음으로 창업을 했다. 외국 희귀 음반을 파는 쇼핑몰을 만들었던 것.그러다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는 바람에 사업을 접고 모 업체에서 병역특례 근무했다. 2005년 병역특례가 끝나자마자 '크게 성장해야겠다'는 생각에 비행기표만 달랑 들고 혼자서 미국으로 떠났다.

"지금도 영어가 너무 어렵지만 그때는 한마디도 못할 정도였죠.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그는 미국 뉴욕으로 가 무작정 사업전선에 뛰어들었다.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을 제작해 한국 무대에 올리려고 했다. 그런데 한국 쪽 투자자들이 갑자기 투자를 철회하면서 쫄딱 망하고 말았다.

뮤지컬 제작의 다리를 놨던 에이전시 회사가 그를 고소했고 그는 빚만 잔뜩 짊어진 채 뉴욕 할렘가로 쫓기듯 숨었다. "제가 당시 할렘가에서 거의 유일한 동양인이었던 것 같아요. 가장 싼 방에서,그것도 방세가 부족해 2명과 함께 지내면서 재기를 준비했습니다. "

하지만 모든 게 여의치 않았다. 한때 자살까지 생각했던 그는 자기를 고소했던 사람들을 만나 솔직하게 모든 얘기를 털어놨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사람들이 그를 이해하고 어떤 이는 적극 그의 재기를 도와주겠다고 한 것이다. "실패했다가 재기를 위해 사람들을 만나면서 한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대화를 하면 반드시 방법이 생긴다는 겁니다. "

그는 2006년부터 스마트폰이 언젠가 뜰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한다. 그리고 미리 그 시대를 준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정 대표는 이 생각을 당시 알고 지내던 구글 개발자에게 털어놓았다. 그러자 그 개발자가 그 다음 날 자신의 통장을 통째로 정 대표에게 내밀었다.

그때부터 2년 가까운 세월 동안 골방에서 앱 개발에 몰두했다. 돈을 아껴야겠다는 생각도 있었지만,구글의 사업 방식도 배울 겸 한동안 구글 식당을 찾았다. "정말 창피할 때도 있었죠.밥 사먹을 돈이 없어 구글 식당으로 출퇴근을 했으니까요. 그런데 그때 많은 구글 사람들을 알게 됐고 나중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

2008년 말 구글의 온라인 앱 장터인 안드로이드마켓에서 출시된 '카디오 트레이너'는 지금까지 안드로이드 마켓 헬스 분야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다운로드 횟수는 300만건이 넘는다. 카디오 트레이너는 휴대폰을 몸에 지니고 운동을 하면 자동으로 거리,속도,경사도,칼로리 소모량 등을 측정해 주는 앱이다. 최근 출시한 칼로리픽이라는 칼로리 관리 앱도 나오자마자 돌풍을 일으키며 3위에 올랐다. 그리고 워크스마트랩스는 구글이 선정한 가장 혁신적인 앱 개발사에 꼽혔다.

"처음부터 '최소 10년의 시간을 두고 자리를 잡자'는 생각으로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구글이 진출하기 어려운 시장에서 승부를 보려고 했죠.긴 호흡으로 회사를 운영할 생각입니다. 멀리 보면 길을 잃지 않더라고요. "

바르셀로나=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