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필수, 휴일 밥 없다”…야박해진 하숙집

2011. 3. 1. 18:13이슈 뉴스스크랩

“보증금 필수, 휴일 밥 없다”…야박해진 하숙집

경향신문 | 류인하 기자 | 입력 2011.03.01 16:56

 

올해 이화여대에 입학한 ㅅ씨(20)는 지난 2월 초 신촌의 한 하숙집에 들어오면서 주인 아주머니로부터 어이없는 내용이 적힌 계약서 한 장을 건네 받았다. 계약서에는 '계약 후 1년 이내에 나갈 경우 (미리 통보하더라도)보증금으로 낸 100만원을 돌려받을 수 없다'고 적혀 있었다.

보증금을 내야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데 이마저도 돌려받을 수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ㅅ씨는 다른 하숙집을 찾아보려 했지만 다른 곳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ㅅ씨가 받아든 계약서에는 "일요일에는 식사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문구도 적혀 있었다.

하숙집 인심이 날이 갈수록 야박해져가고 있다. 학생들에게 6개월~1년치 하숙비를 선불로 요구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하숙집에 '보증금' 개념까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신촌 일대를 중심으로 그동안 하숙집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보증금을 선불로 내게 하고 1년 이내에 나갈 경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도록 하는 불법적인 계약까지 자행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학생은 "학교 주변 하숙집이 많지 않다보니 불합리한 조건에도 울며 겨자먹기로 계약할 수밖에 없다"며 "다른 학교 친구들 말을 들어봐도 신촌지역 하숙집처럼 보증금까지 받는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대 후문의 ㅇ하숙집 주인은 "방을 빼겠다는 말을 미리 하지 않고 나가버리는 몰상식한 학생들 때문에 피해가 생기니까 어쩔 수 없이 보증금을 받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학생들은 하숙집이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담합을 하고 있어 휴일 밥걱정까지 해야하는 상황이다. 이대 후문 하숙집에 거주하고 있는 ㅎ씨(28·여)는 "이 부근 모든 하숙집들이 일요일에는 식사를 제공하지 않기로 담합한 상태"라며 "예전에는 오전에 먹고 남은 밥을 학생들이 점심 때 먹을 수 있도록 놔두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런 것도 없어졌다"고 말했다.

신촌 기차역 인근 하숙집에 거주하고 있는 박모씨(24)는 "집 근처 밥집에서 그나마 싼 음식이 4000~5000원"이라며 "다른 대학가보다 방값도 10만씩 더 비싸면서 밥도 안 준다면 우리는 주말마다 비싼 밥을 사먹어야하는 것이냐"고 푸념했다.

< 류인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