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청년창업가, 슈퍼에서 발견한 아이디어는?

2011. 3. 9. 09:34분야별 성공 스토리

20대 청년창업가, 슈퍼에서 발견한 아이디어는?
유브갓픽쳐스 금정현 인터뷰
기사입력 2011.03.08 08:12:43 | 최종수정 2011.03.09 08:13:58

슈퍼마켓 진열대 옆에 걸려있는 텔레비전 광고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대학교 재학중에 회사를 창업한 젊은이가 있어 화제다.

다소 무모해 보이는 아이디어로 친구 5명을 끌어 들여 창업에 성공한 이야기의 주인공은 유브갓픽처스 대표 금정현(29)씨. 이들은 인스토어 광고라는 영역을 개척해 가며 새로운 신화를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기업 입사를 위해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대신 창업이라는 더 힘든 길을 걷고 있는 금 대표는 "자신이 좋아하는 영역에서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일 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운이 좋았다"며 멋쩍게 웃었었다.

◆ 낯선 가게에 걸려있던 텔레비전이 아이디어

영상과 스노우보드 밖에 모르던 그가 창업을 선택하게 된 것은 뉴질랜드의 작은 상점 앞에서 본 광고용 텔레비전 때문이었다.

"그 화면이 주는 시각적 효과가 상당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광고용 디스플레이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큰 화면에 잘보이는 곳에 비치해 광고효과를 낸 곳은 거의 없었죠. 일부 커피전문점에서 이 시장에 대한 가능성이 조금씩 나타나던 시절이었어요"

진열된 상품과 매장을 홍보하면서 다른 광고들을 내보내는 매장내 광고의 시장성을 발견한 그는 사업자 등록을 하고 본격적으로 창업에 들어갔다. 학과 선후배 가운데 마음이 맞는 사람들 5명을 끌어모아 감독, 사진, 연출 등의 업무를 분담했고 회사원이던 누나의 카드로 컴퓨터를 구입했다.

제대로 된 사무실을 갖춘 것은 지난해 가을로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이전까지는 유브갓픽처스 멤버들은 각자 집에서 맡은 일을 하고 필요할 때만 모이는 `점조직`으로 활동했다. 여름에는 한가한 스키용품점을 빌려 사무실로 이용할 때도 있었고 지하창고, 학교 공방 등에서 작업할 때도 있었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드디어 첫 번째 일감이 떨어졌다. `닥터로빈`이라는 프랜차이즈에서 인스토어 광고를 부탁한 것이다. `닥터로빈`에서 TV를 걸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고 유브갓픽처스는 방송될 컨텐츠와 광고를 공급하는 형식이었다.

고급스럽고 편안한 느낌의 광고 영상을 만들기 위해 팀원들이 몇 개월간 공을 들였고 다행히 광고주로부터 만족스러운 반응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이 광고를 본 또 다른 광고 업계 사람들과 접점이 생기고 차츰 긍정적인 평판을 얻으면서 `도넛플랜트 뉴욕시티`와도 인스토어 광고 계약을 따냈다.

2009년 창업 이후 사업은 점점 성장했다. 처음 수백만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1년에 3~4배씩 뛰어 올랐다. 지난해 하반기에만 4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나름의 기틀을 잡았다

◆ 좋은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 계속하고 싶어

금 대표는 아직 학생 신분이다. 서강대 언론정보 대학원에 다니며 학업과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금 대표에게 가장 힘든 순간을 묻자 그는 "항상 `지금`이 가장 힘든 것 같다"며 "어차피 어떻게든 해결되고 힘든 것도 지나가기에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유브갓픽처스 창업 맴버들의 평균 나이는 29세에 불과하다. 다들 취업을 할 수 있는 막바지에 이른 나이라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해 금 대표는 "맴버들에 대한 책임감이 크다"며 "회사가 틀을 잡고 굴러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올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 광고제에 대한 욕심도 내비쳤다. 지난 2009년 칸 국제광고제 한국 대표 선발전에서 2위에 머물러 1위에게만 주어지는 광고제 출품의 기회가 무산됐던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던 것이다.

젊은 대표로써 조직원들과의 의견충돌은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질문에 금 대표는 "상하 관계가 아닌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열린 조직을 지향한다"며 "돈을 많이 벌려고 조직을 키우기 보다는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즐겁게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성원경 기자 / 이미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