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유전개발

2011. 3. 14. 08:39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사상 최대 유전개발] "우리 수준엔 불가능" 보고하자… 李대통령 "조선·화학은 수준 돼서 했나"

[유전개발 계약하기까지]
李대통령, 서명식뒤 회견 "UAE측도 처음엔 반대… 한국의 저력 믿고 맡겨"
2009년 原電 수주한 뒤 양국 관계 좋아진 덕에 외국 거대석유社 제쳐

조선일보 | 권대열 기자 | 입력 2011.03.14 03:09 | 수정 2011.03.1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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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세계 석유메이저들이 장악했던 아부다비 유전 개발에 우리가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은 2009년 말 한국의 아랍에미리트 (UAE) 원전(原電) 수주 이후 급진전된 양국 우호 관계가 작용한 결과다.

이명박

↑ [조선일보]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오후(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에 있는 알-무슈리프 궁에서 대규모 유전개발 참여를 발표한 뒤 칼리파 빈 자이드 알 나흐얀 대통령과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아부다비=최순호 기자 choish@chosun.com

 

대통령은 13일 서명식 뒤 기자회견에서 "이번 합의는 양국의 신뢰가 두텁다는 데서 출발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2009년 원전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작년 5월 모하메드 아부다비 왕세자가 한국을 방문했다"며 "그때 '양국의 진정한 협력은 유전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 이후 특별팀이 여러차례 오가며 협상이 진행됐는데, UAE측은 한국이 아직 실무적으로 개발할 능력이 없다는 점에서 반대를 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협상 초기에 실무팀이 "불가능한 사안 같다"고 보고하자, "우리가 조선, 반도체, 자동차를 시작할 때 언제는 수준이 돼서 했느냐" "부딪쳐서 무조건 따내라. 우리 실력으로 볼 때 2년이면 메이저 수준의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고 질책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이번 건 역시 저 개인보다는, 여기(UAE측)도 한국 국민의 저력을 믿고 한번 해보면 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그런 것이 합쳐져서 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지난 1979년, 한국 기업 최초로 이곳에 진출했을 때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의 국민으로서 많이 부러워했던 기억이 난다"며 "이제 30년이 지나 에너지 개발에 직접 참여하는 꿈이 이루어져 개인적으로도 감회가 참 새롭다"고 했다.

아부다비에서 근무하는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이번 합의에 대해 "솔직히 석유공사 등 우리 회사들의 독자적인 힘만으로는 명함도 못 내밀던 일"이라며 "월드컵 예선을 목표로 하던 팀이 월드컵 8강에 진출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했다. 원유 관련 국내 최대업체인 석유공사는 세계 시장에 나가면 77위다.

UAE와의 협력 관계는 지난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의 아부다비 방문 당시 자원·에너지 협력에 합의하고 원유 국제공동비축사업을 추진하면서 본격 시작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후 UAE와의 관계에 특히 공을 들였고, 그 결과 지난 2009년 12월 원전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칼리파 대통령 등에게 6차례 친서를 보냈고, UAE 아부다비 왕세자가 한국을 방문해 건강검진을 받도록 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칼리파 대통령과 모하메드 왕세자의 도움에 감사한다"면서 "지난번에 내가 낙타고기를 못 먹어봤다고 했더니 이번 오찬에 나를 위해 준비를 했더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