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 무려 82% 차지… 집값 떨어지면 패닉 올 것…

2011. 3. 26. 08:49C.E.O 경영 자료

[M 피플] 존 미글리아치오… 메트라이프 MMI 연구소 디렉터

입력 : 2011.03.25 06:40

"아침에 눈뜰때마다 생각하세요, 은·퇴·준·비"
한국 베이비부머 자산 비중… 부동산이 무려 82% 차지… 집값 떨어지면 패닉 올 것…

'자녀 양육과 교육에 전체소득의 최소 20%~35% 이상을 투입. 전체의 3분의 2가 여전히 부모들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하고 있으나, 자녀 세대로부터 부양받는 것은 기대하지 않음. 자녀 독립 이후 부부가 함께 19년을 살고, 이후 6년은 배우자 사별 후 홀로 지낼 것으로 전망됨. 은퇴 뒤 매달 211만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나 현재 월평균 저축액은 17만원.'

메트라이프 노년사회연구소(MMI)의 존 미글리아치오(Migliaccio) 연구부장(디렉터)은 "안정적이고 행복한 은퇴생활을 위해 자산을 다변화하고 이웃사회와 활발하게 교류하라"고 조언했다. /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이상 내용은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책임자 한경혜 교수)와 메트라이프 노년사회연구소(MMI·MetLife Mature Market Institute)가 공동조사해 발표한 한국 베이비붐 세대(이하 베이비부머)의 자화상이다. 한국 베이비부머는 1955~1963년에 출생해 작년부터 은퇴를 시작한 720여만명의 전후(戰後) 세대를 지칭한다. 그동안 한국 베이비부머에 대한 자료는 턱없이 부족했다. 서울대와 메트라이프는 최초로 전국 15개 시도의 베이비부머 4668명을 조사해 이들의 생생한 모습을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이 '한국의 베이비 부머 연구' 보고서는 향후 베이비부머 연구와 정책 수립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학계는 전망하고 있다. 머니섹션M은 이번 연구의 메트라이프 측 총책임자인 존 미글리아치오(Migliaccio·61) 연구부장(디렉터)을 만나 '한국 베이비부머의 갈 길'에 대해 물었다. 미글리아치오 연구부장은 미국 베이비부머 연구의 권위자로 이번에 서울대 한경혜 교수팀과의 공동조사에 참여했다.

"月 211만원 필요" 저축은 17만원

미글리아치오는 지난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부 미국 베이비부머가 직면했던 '패닉(panic) 상황'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냈다. 미국 베이비부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46~1964년에 출생한 7500여만명으로 한국 베이비부머와 처한 상황이 흡사하다. 미글리아치오는 "미국 베이비부머는 저축과 투자자산으로 노후자금의 최대 27%가량을 충당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며 "금융위기로 자산가격이 하락하면서 많은 이들이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미글리아치오는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미국 주택가격이 폭락하면서 부동산을 많이 갖고 있던 사람들이 더 큰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미글리아치오는 "미국 베이비부머가 자산의 38%를 부동산으로 갖고 있는데 반해, 한국 베이비부머는 부동산 자산 비율이 82%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결과 한국 베이비부머 10명 중 4명은 주거자산(부동산)을 활용해 은퇴자금을 조달할 계획을 갖고 있었으며, 주택연금(역모기지론·집을 은행에 맡기고 매달 연금을 타는 것)을 활용하겠다는 답변도 많았다. 미글리아치오는 이에 대해 "향후 20~30년 내에 다시 위기가 찾아와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어떻게 대처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미글리아치오는 "금융위기의 교훈은 부동산뿐 아니라 펀드·주식 등 투자형 상품도 위기를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이라며 "개인연금 등 완전 보장형 자산에 대한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계란을 여러 바구니에 나눠 담으라"고 조언했다.

"아침에 일어나는 이유 자문해야"

미글리아치오는 은퇴에 대비한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그는 "55세에 은퇴하면 25~30년가량을 더 살게 된다"며 "'은퇴 허니문'을 즐길 생각만 갖고 있어선 안 된다"고 했다. 그가 말한 '은퇴 허니문'이란 직장을 그만둔 이후 순간적으로 찾아오는 여가 시기를 말한다. 은퇴 직후 일부 사람들은 크루즈 여행 등 꿈꿔왔던 생활을 누리며 이 시기를 보내지만, 머지않아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라는 현실적 문제가 어김없이 닥치게 된다는 것이다.

"제가 아는 한 미국 부부는 둘 다 낚시를 좋아해서 은퇴 뒤에 함께 낚시를 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6개월째 되던 어느 날, 낚시를 가려고 집에서 준비하던 부인이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여보, 우리 이제 낚시는 그만둘까요'라고요."

미글리아치오는 은퇴 뒤 삶의 기쁨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커뮤니티(지역사회)로 돌아가라"고 권했다. 꼭 돈을 벌지 않아도 자원봉사 등을 통해 이웃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특히 "고남성들이 은퇴 이후 삶에 대해 미리부터 고민해야 한다 했다.

"통상 남성들은 인생의 80%가 잡 타이틀(직업)에 의해 규정됩니다. 타이틀을 잃었을 때 박탈감이 엄청나지요. 반면 여성들은 주변 사람들과 대화에 능하고,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주로 도움을 주는 쪽(care giver)이기 때문에 은퇴 이후에도 비교적 왕성하게 활동합니다."

미글리아치오 역시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다. 그는 아직 현직에 있으며, 전문 영역을 갖고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는 "매일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마다 '오늘 내가 일어난 이유는 무엇인가'를 생각한다"며 "왕성하게 골프를 칠 수 있을 때 '앞으로 골프를 치지 못하게 된다면 뭘 할까'라고 고민하는 것이 바로 은퇴 준비"라고 말했다.
메트라이프생명 '노년사회연구소' 연구부장 존 미글라치오가 한국 베이비부머 세대의 노후준비방법에 대해 조언을 했다. /전기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