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 한 장 두 번 쓰는 회장님 200억원 공익 출연

2011. 4. 5. 09:13분야별 성공 스토리

휴지 한 장 두 번 쓰는 회장님 200억원 공익 출연

[중앙일보] 입력 2011.04.05 00:19 / 수정 2011.04.05 00:21

정철원 부산 협성종합건업 회장 문화재단 세워 내놔
6개월 새 100억씩 2회 … “매년 100억 내 3000억 목표”
골프도 안 치고 운영하는 회사엔 가족·친인척 안 써

식사를 마친 회장님은 호주머니에서 휴지를 꺼내 입을 닦았다. 그 휴지는 한 번 사용했던 것을 반으로 접어 호주머니 넣어 두었다가 반대쪽을 다시 사용한 것이다. 이쑤시게도 같은 방법으로 두 번 사용했다.

 부산지역 건설업체인 ㈜협성종합건업 정철원(64·사진) 회장의 식사 후 모습이다. 이처럼 자린고비 생활을 하는 그가 4일 사재 100억 원을 협성문화재단에 기부했다. 협성문화재단은 그가 지난해 10월 100억 원을 출연해 만든 공익법인이다. 정 회장의 추가 기부로 총 자산은 200억 원이 됐다.

협성문화재단은 최근 제1회 협성봉사상 시상식을 갖고 수상자 11명에게 2000만∼1000만 원씩을 전달했다. 대상은 복지·교육사업을 펼쳐 온 하 안토니오 몬시뇰(88)에게 돌아갔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해마다 100억 이상씩 기부해 3000억 원 규모의 재단을 만들어 인재 양성과 복지·문화사업을 펼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올해분 100억 원을 더 내놓은 것이다. 그는 “해마다 내 개인재산에서 70억 원, 협성 6개 계열사가 30억 원 등 100억 원씩 20여 년 기부할 계획이다. 6개 계열사는 매년 150억∼200억 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우량회사다. 헛된 약속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재단 설립에 대해 그는 “30여 년 전 가족회의에서 내 뜻을 공개했고 전 가족이 흔쾌하게 받아들였다. 1남3녀 자식들 공부는 시켜주지만 유산은 안 준다”고 말했다.

 그의 근검 절약은 소문났다. 그는 부산의 낙후지역인 영도구의 오래 된 49평짜리 아파트에 산다. 부산의 부자들이 주로 해운대에 사는 것과 딴판이다. 그의 책상 메모지도 달력 이면지였다. 공사현장을 돌겠다며 골프도 치지 않는다. 정 회장의 6개 계열사에는 자식은 물론 친인척이 한 명도 근무하지 않는다.

 불경기에도 그가 짓는 ‘협성 르네상스’ 아파트는 부산에서 인기다. 정 회장이 직접 점검판을 들고 정(正)자를 써가며 아파트 한 곳당 20회 이상 점검을 하기 때문이다. 25층 아파트의 경우 1개 라인의 양쪽 50곳을 도는 데 하루 종일 걸리지만 그는 마다 않는다.

 그는 경남 거제 출신으로 마산상고(현 용마고)를 졸업한 뒤 건축자재상에 취업했다가 72년 건축자재상을 차려 독립했다. 83년 협성건업을 세워 연립주택 32가구를 시작으로 아파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협성종합건업은 도급순위 전국 101위, 부산 2위의 중견 건설업체다.

 “거제 출신으로 정치인 김영삼 전 대통령, 법조인 김기춘 전 검찰총장이 있다. 두 분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경제인으로는 정철원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싶었다.” 그가 재단을 세운 이유다.

부산=김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