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17. 11:03ㆍC.E.O 경영 자료
박원갑 | 작성일 | 2011/04/13 13:08 |
최근 일본 부동산업계를 방문하면서 느낀 것은 부동산중개업소가 우리나라처럼 많지 않다는 점이다. 대로변에 ‘아파망’과 같은 일부 중개법인 간판만 보였다. 부동산버블 붕괴이후 20년 간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면서 골목의 중개업소들이 대거 사라졌기 때문이다. 상당수 중개업소들이 중개법인 소속으로 변경되었다.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에도 대호황기가 최근 마무리되고 침체기로 접어들었다. 부동산시장의 브로커인 부동산중개업은 거래로 먹고 사는 서비스업종이다. 일본처럼 버블이 붕괴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지금처럼 거래가 줄어들면 일선 중개업자들의 먹거리가 사라진다.
한때 부동산중개업 자격증은 ‘경제적 지대(Economic rent)’였다. 경제적 지대란 제도적 규제로 공급이 제한되거나 비탄력적이어서 보유자가 가치 이상으로 얻는 몫이다. 대표적인 경제적 지대로 진입 장벽이 높은 변호사, 회계사, 의사 등이 꼽힌다. 하지만 부동산중개업 자격증은 공급이 넘쳐나면서 경제적 지대가 거의 사라졌다.
2009년말 현재 공인중개사 자격증 소지 총 28만6534명 중에서 26.0%인 7만4638명이 개업을 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중개인(9090개)과 중개법인(411개)이다. 전체의 공인중개사 자격증 중 70%이상이 장롱면허로 잠자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중개업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중개업은 이미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한집 건너 중개업소가 있을 정도다. 이런 와중에 거래가 줄어들고 가격까지 떨어지면 심각한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거래가 많지 않아도 중개업소들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가격이 비쌌기 때문이다.
예컨대 2000년 초반 서울 강남에 국민주택규모인 85㎡ 아파트가격이 3억 원 정도에 형성됐지만 지금은 10억 원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가격이 떨어지면 수지를 맞추기가 더욱 어려워져 구조조정의 회오리에 휩싸일 수 있다.
10년 전 미국에서는 인터넷 보급으로 중개업의 위기를 걱정했지만 지금 한국에서는 대 호황 사이클 이후의 시장 침체에 따른 중개업의 위기를 걱정해야할 판이다.
이제는 골목길 중개업소에서 앉아 고객을 기다리는 단순한 중개로서는 불황기에 살아남기 힘들다. 앞으로 부동산은 개발의 시대에서 서서히 관리의 시대로 넘어갈 것이다.
그래서 중개업은 단순한 중개에서 벗어나 고객의 빌딩, 토지, 상가 등 각종 부동산자산을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관리하는 부동산자산관리업으로 탈바꿈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부동산중개업자가 아닌 부동산자산관리업자로서 처신하고 행동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부동산의 전문지식에 대한 깊이뿐 아니라 금융지식, 수익률 분석, 리스크관리에 대한 스펙을 늘려야 한다.
또 앞으로 중개법인에 대한 규제가 대폭 완화돼 미국이나 일본처럼 대형 중개법인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최근 부동산중개법인이 모든 형태의 주택과 상업용 건축물에 대한 분양업무 대행을 허용했다.
앞으로 부동산중개법인은 부동산개발, 세무, 법무, 부동산컨설팅, 부동산자산운용, 국공유지매매·임차대행, 건물임대관리 등을 담당하는 고부가가치의 종합서비스산업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대변화의 회오리가 곧 닥칠 것이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기회는 준비하는 자에게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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