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끊은 ‘창경궁~종묘’ 잇는다

2011. 5. 3. 18:47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일제가 끊은 ‘창경궁~종묘’ 잇는다

한겨레 | 입력 2011.05.02 22:50

 

[한겨레] 80년만에 녹지연결 착공

율곡로 지하차도로 변경

원래 연결돼 있었으나 일제에 의해 단절됐던 창경궁과 종묘가 80년 만에 녹지로 연결된다.

서울시는 일제가 1931년 민족혼 말살정책에 따라 창경궁과 종묘를 끊어놓기 위해 개설한 율곡로를, 지하차도로 바꾸고 그 위에 녹지를 조성해 창경궁과 종료를 연결하는 공사를 시작했다고 2일 밝혔다.

율곡로는 경복궁과 창덕궁을 잇는 길로, 애초 동십자각에서 창덕궁 돈화문까지만 뻗어 있었으나, 일제가 임금이 사는 궁궐과 역대 임금·왕비의 위패가 모셔진 종묘를 갈라놓기 위해 그 사이에 도로를 만들었다. 풍수지리상 북한산의 주맥이 창경궁에서 종묘로 흐르게 되어 있는데, 이 정기를 끊어 민족혼을 말살시키기 위해 도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번 공사에서 창덕궁 돈화문과 원남동 사거리 사이의 300m 구간을 지하화하고, 율곡로 800m 구간의 폭을 왕복 4차로에서 6차로로 넓히기로 했다. 도심의 동서를 잇는 율곡로는 하루평균 약 8만대의 차량이 이용하고 있으나 차로가 좁아 항상 교통체증이 빚어지고 있다.

아울러 시는 창경궁과 종묘 사이에 있었던 고궁 담장을 1931년 발간된 < 조선고적도보 > 를 근거로 해 480m 구간에 걸쳐 복원하기로 했다. 또 임금이 비공식적으로 종묘를 방문할 때 이용하던 '북신문'도 전문가 자문을 받아 가장 비슷한 것으로 판단된 창경궁 월근문을 참고해 복원한다.

시는 창경궁과 종묘를 연결하는 녹지에 창경궁과 종묘에 있는 참나무류와 귀롱나무, 국수나무, 진달래 등 고유 수종을 심어 전통 숲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시는 이와 함께 199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창덕궁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 월대를 원래 높이로 복원하기로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기공식에서 "일제 강점기에 훼손된 문화유산 복원과 정비를 통해 올바른 역사관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600년 고도 서울의 위상을 높이는 데도 일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