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소' 발견시 경제효과 무려 235조

2011. 5. 14. 09:33세계 아이디어 상품

입력 : 2011.05.14 03:07

과학벨트, 대전 대덕단지로 확정… 어떤 의미 있나
세계 최고 중이온가속기 건설, 신소재·암치료 등에 큰 진전
국내외 두뇌들 몰려 '시너지'… 20년간 생산효과 235兆 예상

대전 대덕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의 최종 입지로 확정됨에 따라, 사생결단의 경쟁을 벌여온 탈락 지역들의 엄청난 반발이 예고되고 있다. 대덕으로 간다는 흐름을 이미 감지한 곳에서는 이미 단식, 집회, 서명운동 등 동시다발적 집단행동이 표출되고 있다. 국가 핵심사업의 정쟁화와 함께 지역 간 갈등과 국론분열이 심각한 단계로 들어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과학계에서는 기존 연구단지들과의 연관효과를 감안할 때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나아가 과학벨트가 한국 과학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과학과 비즈니스의 결합

대덕이 과학벨트 최종 입지로 선정된 것은 대덕연구개발특구와의 시너지 효과를 가장 크게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대덕특구에 밀집한 정부와 기업 연구소들이 과학벨트를 가장 많이 이용할 '고객'이자 연구성과를 발전시킬 '후원자'이기 때문이다. 또 대덕 과학벨트는 지리상 대전을 중심으로 광주, 대구 등 전국을 연구망으로 연결하기에도 좋다.

중국 란저우에 있는 중국과학원의 중이온가속기. 중이온가속기는 의학, 신소재 개발 등에 활용돼 각국이 경쟁적으로 건설하고 있다. 과학비즈니스벨트의 중이온가속기는 현재 전세계에서 가동 중인 모든 중이온가속기보다 가속 에너지가 높은 첨단 설비로 건설된다. /교육과학기술부 제공
과학벨트는 크게 거점지구와 기능지구로 구성된다. 거점지구에는 중이온가속기와 장기(長期)연구를 주로 할 기초과학연구원이 들어선다. 기능지구에는 거점지구와 연계해 응용·개발 연구와 사업화를 수행할 국내외 연구소와 기업들이 들어선다. 대덕 연구단지와 전국의 대학, 연구소와 연구네트워크도 구축된다. 말 그대로 과학과 비즈니스가 하나의 띠(벨트·belt)처럼 연결된다. 과학자들은 한국 과학이 '선진국 추격형'에서 '주도형'으로 바뀔 전기가 마련됐다고 본다.

'한국 원소' 만들 중이온가속기

전국적 연구망의 중심에는 과학벨트의 중이온가속기가 있다. 가속기는 물체의 속도를 높이는 장치다. 과학벨트에 설치될 중이온가속기 'KoRIA (Korea Rare Isotope Acce lerator)'는 원자를 가속해 다른 물질에 충돌시킨다.

중이온이 충돌하면 원자 구조가 변한다. 자연 상태에서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물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과학계에선 이른바 '한국 원소'를 발견하면 노벨상도 가능하다고 본다.

산업 파급효과도 크다. 새로운 원소는 결국 신소재로 연결된다. 반도체, 디스플레이에서 철강, 기계, 자동차 산업까지 신소재의 혜택을 볼 수 있다. DNA와 단백질 분석에도 쓰이며, 암세포를 공격하는 중이온을 찾아내면 암 치료에도 획기적 전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첨단 신소재를 찾는 소재 기업, 신약 개발을 하는 제약사 등 BT(생명공학) 기업들이 과학벨트로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과학벨트가 2010년부터 2029년까지 전국적으로 235조90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외국인 거주 위한 시설도 마련

중이온가속기가 완공되면 그곳에서만 500명의 연구원이 일하게 된다. 여기에 과학벨트의 기초과학연구원과, 해외에서 오는 연구원까지 합하면 수천 명의 연구원이 가속기를 이용할 전망이다.

정부는 외국인 연구자와 기업인 유치를 위해 과학벨트 안에 외국인을 위한 학교와 병원, 문화시설도 짓기로 했다. 기초과학원 인근에는 첨단 비즈니스센터를 조성, 국내외 연구소와 기업들을 유치할 계획이다.

과학벨트 조성에는 7년간 약 3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이 중 약 2조4000억원이 기초과학연구원의 연구비와 연구장비 구축에, 4600억원은 중이온가속기 개발에 사용될 예정이다. 중이온가속기는 2018년 완공 예정이다.

☞중(重)이온 가속기

중이온을 가속(加速)해 다른 물질에 충돌시키는 장치. 중이온은 원소주기율표에서 1·2번인 수소와 헬륨보다 무거운 모든 원소가 전기를 띤 상태로 변한 것을 말한다. 가속한 중이온을 다른 물질에 충돌시키면 새로운 원소를 만들어낼 수 있다.

☞기초과학연구원

과학비즈니스벨트의 거점지구에 중이온가속기와 함께 들어설 연구소. 기초과학 장기(長期) 연구를 담당한다. 50개 연구단 3000명 규모이며, 각 연구단에는 최대 100억원의 연구비가 지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