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22. 09:06ㆍ세계 아이디어 상품
대지진 알리는 ‘소리 없는 경고음’ 찾았다
중앙일보 | 박방주 | 입력 2011.04.22 00:08 | 수정 2011.04.22 08:43
[중앙일보 박방주] 지난해 1월 9일 중남미의 작은 섬나라 아이티. 프랑스 과학위성 디미터(DEMETER)는 이날 아이티 상공을 지나면서 평소와는 다른 신호를 감지했다. 특정 지점에 이르자 전자 밀도가 평상시보다 10% 정도 줄어드는 것을 관측한 것이다. 경험적으로 볼 때 이는 지진 발생이 임박했다는 사전 경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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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미터 위성이 6년 가까이 세계 각지를 관측한 결과 특정 지역의 전자 밀도가 평상시와 비교해 6~15% 정도의 변화를 보이면 지진이 발생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경고는 아이티에 공식적으로 전달되지 못했다. 디미터 위성의 측정 결과가 100% 확실하다는 신뢰가 아직 쌓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흘 후 규모 7.0 대지진이 아이티를 강타했고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디미터 위성은 2004년 발사돼 지난해 아이티 지진 관측을 끝으로 수명을 다했다. 무게 130㎏짜리 초소형이지만 인류에게 지진 예보 가능성의 희망을 안겨 준 최초의 위성이었다.
디미터 위성은 여러 차례 지진이나 화산 폭발 며칠 전 특이한 전조들을 파악했다. 2006년 7월 17일 규모 7.7의 지진이 난 인도네시아 진앙에서는 나흘 전 전기장의 강도가 갑자가 강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2009년 9월 29일 사모아에서 난 규모 8.0 지진이 발생하기 7일 전에는 전자와 이온 밀도가 높아지는 반면 전자 온도는 낮아지는 현상이 측정됐다.
인류가 최첨단 기술을 동원해 지진과 화산 폭발을 상대로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아직 예보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디미터 위성이 보여준 가능성은 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충분히 관심을 끌 만하다.
카이스트 인공위성연구센터 채장수(사진) 박사는 "지진 발생과 화산 폭발 전에 지구는 수많은 경보음을 내지만 인류가 지금까지 그것을 듣지 못했을 뿐"이라며 "지상 관측 장비에 더해 인공위성을 이용하면 지구의 그런 소리 없는 외침을 인류가 들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진앙과 화산 폭발 징조가 있는 곳의 변화를 잡아낼 수 있는 각종 센서와 기술을 개발 중이다.
2005년 6월 1일 인도에서 지진이 일어날 때의 저주파 특징. 지진 발생 5일 전(왼쪽)은 10㎐가 많이 나타났으나, 1시간 전에는 비교적 높은 350㎐대의 주파수가 갑자기 많아졌다.
프랑스 디미터 위성은 이온, 전자 밀도와 온도, 전자장 센서, 자기장 센서 등을 장착하고, 지구를 돌며 환태평양 지진대와 중국·아프리카·유럽 등 세계 각지의 지진·화산을 관측했다. 지역별로 땅 속의 물질과 지층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지역별 데이터를 축적해야 평상시와 다른 징조를 잡아낼 수 있다. 지진이나 화산 폭발로 인한 지표면의 변화는 대기와 우주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런 전조를 잡아낸다면 지진과 화산 폭발이 발생하기 전에 주민이 대피할 수 있도록 예보가 가능하다.
디미터 위성 운용팀은 위성을 이용할 경우 60% 이상의 확률로 지진을 예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정도만 돼도 수많은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다.
화산도 지상 관측 장비와 위성을 활용하면 어느 정도 정확한 예보가 가능하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견해다. 지상 장비만으로는 화산 전체를 관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채 박사는 "백두산 폭발이 임박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는 시점에 우리나라도 이런 초소형 위성 개발과 관측 기술을 조기에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 bparkjoongang.co.kr >
▶박방주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bj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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