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노령연금 9만원으로 버티는 한국 노인들

2011. 5. 18. 05:46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기초노령연금 9만원으로 버티는 한국 노인들

한겨레 | 입력 2011.05.17 21:20 | 수정 2011.05.17 21:30

 

[한겨레] 2명중 1명은 생계곤란 '빈곤층'


103만명, 정부혜택 사각지대

서울 용산에서 혼자 사는 이미숙(83·가명) 할머니는 요즘 "죽어야지"라는 말을 자주 한다. 평생을 청소일을 하며 살아온 할머니는 노후마저도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할머니의 노후는 복지란 단어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정부에서 지원받는 것은 기초노령연금 9만원이 전부다. 자녀들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 수급자도 되지 못했다. 팔과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도 의료비 때문에 병원에 가지도 못한다. 오로지 먹고살기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폐지를 줍는다. 할머니는 "예전에는 밤새도록 폐지를 주웠는데 지금은 몸이 아파 몇 시간밖에 일을 못한다"고 말했다.

할머니처럼 소득이 최저생계비보다 낮은데도 정부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노인들이 103만명이나 된다. 전국민 대상으로 국민연금이 시행된 지 이제 12년밖에 안 된데다, 노인복지가 아주 미흡하기 때문이다. 65살 이상 노인의 70%까지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은 한 달에 겨우 9만원이다. 노인들의 삶을 부축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45.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3.3%)의 3배가 넘는다.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는 이뿐만이 아니다. 국민연금공단 자료를 보면, 올 1월 기준으로 지역가입자 863만명 가운데 507만명(59%)이 실직 등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연금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6월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펴낸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보고서를 보면, 비정규직의 33.1%만이 국민연금에 가입했다. 국민연금은 최소 10년간 보험료를 내야 노후(60살 이후)에 연금 형태로 돌려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을 내지 않는 사람들은 노후에 연금을 적게 받거나 아예 받지 못해 빈곤층으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우리나라처럼 고령화 속도가 빠른 상황에선 노인빈곤은 후대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이미 고령화사회(65살 이상 인구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에 들어섰다. 2018년에는 고령사회(14% 이상)에 진입하고,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20% 이상)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저소득층에게 보험료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건복지부는 이에 찬성하고 있으나 기획재정부는 재정 부담 등을 내세워 반대하고 있다. 기초노령연금 액수를 올리고, 지급 대상을 전체 노인의 80~90%까지 확대하자는 주장도 있다. 기초노령연금으로 1층을 만들고, 국민연금으로 2층을 쌓는 구조로 연금제도를 개혁하자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 개설된 연금제도개선특별위원회가 이런 내용을 포함해 연금개혁 전반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김소연 김지훈 기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