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부업 전성시대, `수제동화책`으로 대박

2011. 5. 22. 09:08분야별 성공 스토리

주부 부업 전성시대, `수제동화책`으로 대박
기사입력 2011.05.21 17:42:42 | 최종수정 2011.05.21 21:26:36

그야말로 주부 부업 전성시대다. 아이도 돌보고 집안일도 하면서 주부 자신만의 특별한 재능을 발휘해 짭짤한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찬, 도시락, 뜨개질, 십자수, 아동용품 등 부업의 종류도 다양하다.

최근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친환경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수제 동화책`도 주부 부업사(史)에 한 획을 긋고 있다. 김혜숙 주부(45)는 아이에게 동화책을 만들어주고, 지인들에게 동화책을 만들어 선물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올 1월부터 수제 동화책 판매를 시작했다.

초반엔 인터넷 쇼핑몰로 2~3일에 한 개 정도 들어오던 주문이 전부였지만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최근에는 하루에 60~70개까지 주문이 늘었다. 집에서 하루 반나절 정도 일하던 것이 이제는 후배들의 일손까지 필요하고 월 매출 500만~600만원 이상도 거뜬하다.

◆아들 위한 동화책 손수 만들며 단점 개선해

김혜숙 주부가 처음부터 부업이나 사업에 대해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니다. 그의 손재주를 아는 지인들의 추천으로 올해 1월 1일 인터넷 쇼핑몰 `지구아이`를 만들게 됐지만 이 정도까지 `대박`이 날 줄은 몰랐다.

"수제 동화책은 사실 사업성이 떨어져요. 제작하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대량 생산도 불가능하니까요. 하지만 그만큼 `엄마`의 마음으로 정성을 쏟아야 하는 일이기에 더욱 하고 싶었어요. 고객들에게도 그 마음이 전해졌나 봐요."

지구아이의 동화책에는 김혜숙 주부가 아이를 키우면서 배운 노하우가 담겨있다. 그는 10여 년 전 갓 태어난 아들을 위한,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동화책을 만들었다. 직접 글도 쓰고 각 장마다 입체적인 그림도 넣어 만들었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아기들은 물건을 입에 넣는 경향이 있어요. 제가 만든 종이 동화책을 아이가 입에 넣는 것을 봤을 때 아찔했죠. 종이에 손을 베일 수도 있고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동화책을 만들 때 천도 이용해 봤지만 역시 완벽하지 못했다. 천에서 색이 빠져 아이의 입이나 손에 묻었던 것이다. 그렇게 단점을 보완해가며 취미 삼아 동화책을 만들어 지인들에게 선물했다. 만들 때마다 매번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더 이로울까를 생각했다.

◆친환경 소재 `펠트`와 무독성 잉크 이용해

그렇게 10년 이상을 보내며 탄생한 것이 지구아이의 `펠트` 동화책이다. 천연섬유 양모, 노일 등의 원단을 압축한 펠트는 친환경적일 뿐만 아니라 세탁해도 거의 변질이 없다.

글자를 찍기 위해 사용하는 잉크 역시 아이들에게는 매우 유해하다고 김혜숙 주부는 설명했다. 그는 일반 잉크보다 1.8배 비싼 무독성 잉크를 어렵게 공수해 사용하고 있다.

아이에게 더 좋은 것을 해주고 싶은 엄마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이젠 단골도 제법 늘었다.

지구아이를 찾는 고객들이 좋아하는 것 중 하나는 제품을 `엄마가 직접` 마무리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김혜숙 주부는 말했다. 실제로 판매되는 동화책은 완제품이 아닌 DIY(do it yourself) 제품으로 마지막 바느질 단계를 남겨둔 채 고객에게 배송된다. 구매자들이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정성이 담긴 선물을 아이에게 전할 수 있다.

◆엄마의 손이 닿지 않는 아이들에게도 책이 전달될 때까지

김혜숙 주부가 가볍게 시작한 부업을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엄마로서의 경험과 손재주, 친환경소재 덕분만은 아니다. 그에게는 남다른 미적 감각과 미술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

김혜숙 주부는 대학에서 일러스트레이트를 배웠다. 결혼 후 남편과 함께 이탈리아의 에우로뻬오 디자인대학에서 공부했고 그곳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며 8년 가까이 지냈다. 그 때 보고 배운 것들이 많이 도움이 됐다고 한다.

특히 일러스트레이터 경험을 통해 아이들을 위한 색감과 글을 선택하는 동화책 창작 과정에서부터 인쇄소와의 거래 등 제작 방법까지 배웠다.

"유럽 쪽에는 이미 수제 동화책이 상당히 발달돼 있어요. 처음부터 동화책 만드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그런 문화들을 접하며 자연스럽게 감각을 익힌 것 같아요."

김혜숙 주부는 `수제 동화책`을 만드는 일을 시작하면서 그동안 꿈꿔왔던 동화 작가 이상의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고 했다.

"제가 만드는 책은 주로 엄마의 손이 닿을 수 있는 아이들에게 가요. 하지만 앞으로 엄마의 정을 느낄 수 없거나 고아원에 있는 아이 등 소외 계층 아동들에게도 전달될 때까지 동화책을 만들고 싶어요. 단기간에 되는 일도 아니고 도와주시는 분도 많아야겠지만 그때까지 열심히 해 볼 거에요"

[뉴스속보부 = 이미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