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24. 17:30ㆍ생활의 지혜
10명 중 1명이 당뇨병…당신은 안녕하신가요?
매일경제 | 입력 2011.05.24 15:11
키 163㎝, 몸무게 75㎏으로 비만인 한종휘 씨(53)는 특별한 이유 없이 몸무게가 5㎏ 이상 빠지고 항상 피곤함이 느껴졌다. 또 식사를 했는데도 곧 배가 고프고 갈증이 자주 느껴졌다. 소변을 보면 거품이 끼고 이상한 냄새가 났다. 손발이 저리고 붓는 등 신체균형이 깨진 그는 결국 병원을 찾았다. 검사를 받은 결과 '당뇨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지난해 말 건강검진 때 공복 시 혈당수치가 125㎎/㎗여서 당뇨병을 조심하라는 담당의사의 경고를 받았지만 몇 개월 사이에 혈당수치가 급격히 높아져서 충격을 받았다. 이처럼 한씨에게 나타난 증상은 당뇨병을 의심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다. 일반적으로 당뇨병에 걸리면 밥 먹는 양은 변화가 없는데 몸무게가 감소하며 소변이 자주 마렵고 달콤한 소변 냄새가 난다. 또 목이 자주 마르고 밥을 먹었는데도 배가 고프고 몸이 쉬 피곤하며 손발도 저리고 아프다. 시력이 갑자기 떨어지고 상처가 났을 경우 잘 아물지 않고 다리가 붓는다. 서구화된 식생활습관으로 당뇨병 환자들이 늘고 있다. 국내 당뇨환자는 500만명으로 국민 10명 중 1명꼴로 앓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3억명 이상이 당뇨병을 앓고 있다.
당뇨병은 자각증상이 거의 없고 당뇨병 자체만으로 목숨을 앗아가지 않는다. 당뇨병이 수년간 지속되면 혈관(모세혈관과 대혈관)에 질환이 서서히 진행되면서 혈관협착증으로 인한 합병증이 나타난다. 모세혈관 병변이 망막신경, 신장 등에 발생하면 녹내장, 시력상실, 자율신경장애, 신부전 등이 일어난다. 대혈관에 나타나면 협심증, 심근경색증, 고혈압, 뇌졸중, 당뇨성 치매, 족부절단과 같은 극한 상황이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당뇨병은 초기단계부터 적절한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잘 실천하면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당뇨병은 고전적인 증상이나 합병증이 명확하게 나타난 경우를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두 번 정도 검사를 통해 진단을 내린다.
아침 공복 시 혈당치가 126㎎/㎗ 이상, 경구 포도당 부하시험(75gOGTT)의 2시간 수치가 200㎎/㎗ 이상, 수시 혈당치가 200㎎/㎗ 이상일 경우 '당뇨병형'이라고 한다. 당뇨병형 중에서 목이 마르거나 체중 감소, 잦은 소변, 당뇨병망막증 등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건강한 사람은 혈당치가 식사 직전에 약 70㎎/㎗로 가장 낮고 식후 1시간은 130㎎/㎗ 이하, 공복 시 혈당치가 100㎎/㎗ 미만이다. 당뇨병은 췌장의 랑게르한스섬의 베타세포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일어나는 병이다. 인슐린(호르몬)은 식사를 해서 혈당치가 올라가면 그것에 맞춰 많이 분비돼 혈당을 떨어뜨린다. 하지만 자가면역질환이나 원인불명으로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돼 인슐린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발생하는 것을 '제1형 당뇨병'이라고 한다. 1형 당뇨병은 어른보다 어린이나 젊은층에서 많이 발생한다.
환자의 90% 이상이 앓는 당뇨병은 '제2형(당뇨병)'이다. 이는 인슐린 분비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발생한 것으로 유전적 이유와 함께 과식, 운동 부족, 스트레스와 같은 생활습관 영향이 크다. 제2형 당뇨병은 특히 과식과 비만이 직접적 영향을 끼쳐 어른이 된 다음에 발생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비만이 당뇨병을 일으키는 이유는 비만상태가 계속되면 세포가 그 이상의 영양소가 필요 없다고 판단해 포도당을 받아들이지 않게 되고 이로 인해 혈액에 있는 포도당이 갈 곳을 잃어 혈액 중 포도당 농도가 상승하게 된다.
전문의들은 당뇨병의 배경에는 과식, 과음, 불규칙적인 식사시간, 부족한 식이섬유(채소) 섭취와 같은 잘못된 식습관이 있다고 지적한다.
식사는 아침, 점심, 저녁 세 번 하는 것이 이상적이며 식사할 때마다 매번 비슷한 에너지량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매일 같은 시간에 적정량의 음식을 먹으면 췌장의 베타세포에 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식사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등 5대 영양소와 식이섬유를 골고루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적정 비율은 탄수화물(당질) 50~60%, 지방 20~25%, 단백질은 표준체중 1㎏당 1g 정도가 적당하고 비타민과 미네랄은 채소나 해조류를 골고루 먹어 섭취하는 것이 좋다. 튀김요리는 에너지가 높고 지방분이 많아 자제하고 염분 섭취도 줄여야 한다.
평소 혈당이 높은 사람들은 짜게 먹지 말아야 한다. 고혈압의 주요 발병 원인은 소금(염분)에 함유된 나트륨으로 이는 당뇨병을 악화시키는 주범이다.
한씨와 같이 초기 당뇨병 환자들은 먼저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으로 혈당조절을 해야 한다. 식이ㆍ운동요법으로 혈당이 떨어지지 않으면 약물치료를 하게 된다.
담당의사는 한씨에게 과식, 과음 등 잘못한 식습관을 바꾸고 균형 잡힌 식사와 소식을 병행하면 혈당 조절이 빨라진다고 했다. 그는 의사 지시대로 매일 식사일지를 써가며 식사량을 70% 정도로 줄였다. 튀김과 같이 지방이 많은 음식을 자제하고 식이섬유가 많은 채소 섭취를 늘렸다. 당뇨병의 가장 큰 원인이 과식과 비만이기 때문이다. 평소 좋아하던 술과 커피는 끊었고 염분 섭취를 줄였다. 당뇨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혈압 조절도 중요하기 때문에 싱거운 저염식 식사를 했고 질좋은 단백질과 함께 비타민과 미네랄이 많은 해조류 섭취도 잊지 않았다.
또 식후에 운동을 하면 장이 혈당을 흡수하는 속도가 느려져서 혈당이 떨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해서 아침에는 회사까지 걸어서 출근을 했다. 혹시 모를 운동 중 저혈당을 일으킬 경우를 대비해 가방 속에는 포도당이 든 주스를 늘 휴대하고 다녔다. 잠들기 전에는 인슐린 기능 향상을 위해 반신욕과 함께 이를 깨끗이 닦았다.
한씨가 생활습관을 바꾸며 혈당수치를 조절하기 시작한 지 몇 달 후 혈당수치는 서서히 안정되기 시작했고 늘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그에게 심신의 안정이라는 보너스가 주어졌다. 그는 "당뇨병을 계기로 건강하게 잘살 수 있는 비결을 알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 참고=스스로 고치는 당뇨병 건강습관(오비쓰 료이치ㆍ가와카미 마사노부 지음ㆍ중앙생활사 출간)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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