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6. 1. 08:55ㆍ이슈 뉴스스크랩
“대기업들에 망신 줘서 中企업종 진출 못하게”
정부 관계자 밝혀… 재계 “민간 자율 내세운 新관치”
경향신문 | 권재현 기자 | 입력 2011.05.31 03:18
정부 고위관계자는 30일 "대기업에 망신을 줘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민간 자율을 내세운 신(新)관치"라며 반발했다.
지식경제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동반성장위원회가 추진 중인 중소기업 적합품목 선정은 강제성보다 '대기업이 시시콜콜한 이런 품목(업종)에 뛰어들어 장사를 하고 있구나'라는 걸 소비자들에게 알린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동반성장위가 정부 기관이 아니라 대·중소기업과 학계, 관련 단체를 대표하는 공익위원들로 구성된 민간 자율기구로 설립된 것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반발 여론이 형성되면 결국 대기업들은 사회적으로 부끄러움(Shame)을 느끼게 될 것이고 전통적인 중소기업 영역으로의 진출은 자제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두부 업종을 예로 들며 "(CJ처럼) 이미 시장에 뛰어든 기업이라도 사회적 공신력이나 이미지에 손해가 된다고 판단되면 사업을 접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시장 제한과 퇴출 결정은 대·중소기업 간 합의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 구상대로라면 관련법 개정을 통해 중소기업 적합 업종·품목 선정 결과에 강제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중소기업계의 주장은 희망사항에 그칠 공산이 크다. 이 관계자는 CJ와 함께 두부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풀무원에 대해서는 다른 견해를 내놨다. 그는 "풀무원처럼 중소기업에서 시작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업체의 시장 확대를 제한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중소기업 적합품목 선정의 취지 자체가 중소기업이 만들어놓은 시장을 대기업이 자본력과 유통망을 내세워 고스란히 뺏어가는 걸 막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은) 강제성 없이 사회적 합의하에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 장관은 "규정이 있어도 위반하려면 방법이 많기 때문에 대기업의 인식 개선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동반성장위는 중소기업 업종에 대기업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중기 적합품목을 선정하는 중이다.
지난 3~27일 희망 품목을 접수한 결과 21개 업종에서 234개 품목이 신청됐다. 동반성장위는 현장조사와 전문가회의를 거쳐 9월 초 중기 적합품목을 결정할 예정이다.
한양대 하준경 교수(경제학)는 "여론의 힘을 빌려 대기업을 압박하는 정책만으로는 소리만 요란할 뿐 내실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이 효과를 보려면 대기업을 끌어들일 수 있는 제도적 힘과 엄격한 처벌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이 알려지자 재계는 반발하고 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법과 제도는 놔둔 채 '대기업은 찍어누르면 된다'는 정부의 발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다른 회사 관계자는 "망신을 준다고 수백억~수천억원이 걸린 사업을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정부의 발상이 의심스럽다"며 "이런 취지라면 중소기업 적합품목의 성공 여부는 이미 판가름난 것 아니냐"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동반성장위의 역할이 대기업을 향한 '엄포용'에 그칠 것이란 관측도 내놓는다.
소모성 자재구매 대행(MRO) 사업에 뛰어든 대기업에 대한 실태 조사를 벌이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행위 혐의가 있는 사업자에 대해 다음달 현장조사에 들어가기로 한 것도 대기업을 향한 압박용이라는 분석이다.
동반성장위 관계자는 "중소기업 적합 품목·업종과 가이드라인은 일괄적 기준을 제시하기보다는 업종별 상황과 대·중소기업 간 합의 여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반성장위는 출범 이후 정부 측과의 불협화음 때문에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출범 당시부터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과 최중경 지경부 장관이 한바탕 '설전'을 벌인 초과이익공유제 논란이 대표적이다. 동반성장위는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나도록 아직 초과이익공유제의 개념도 정립하지 못하고 있다.
중기 적합업종 선정을 위한 가이드라인도 대·중소기업 간 견해 차이를 조율하지 못한 채 일단 신청부터 받는 이상한 모양새가 연출됐다.
< 권재현 기자 jaynews@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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