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이름 없애면 어떻게 찾아가지?

2011. 6. 1. 08:45이슈 뉴스스크랩

[이슈] 아파트 이름 없애면 어떻게 찾아가지?

매경이코노미 | 입력 2011.06.01 04:05

 

오는 7월 29일부터 법정주소가 지번(地番)에서 도로명 체계로 바뀐다.

새로운 주소는 폭이 40m가 넘는 '대로(大路)', 12~40m인 '로(路)', 그 이하인 '길' 등으로 나눠 도로 이름을 정한 뒤 도로의 시작점부터 20m 간격으로 왼쪽은 홀수, 오른쪽은 짝수 식으로 건물번호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현행 주소는 1918년 일제가 세금을 걷고 토지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필지마다 개별 번호를 부여한 뒤 지적공부에 등재한 지번에 기초하고 있다.

그 이후 행정 편의를 위해 법정동(洞)과 다른 행정동 명칭이 다수 생겼다. 또한 토지분할과 합병 등이 반복되면서 서로 붙은 건물인데도 지번이 서로 달라 국민 불편이 가중돼 왔다고 행안부는 설명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모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도 도로명주소를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이런 과정에 벌써부터 적잖은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우체국과 택배업체, 자치단체에서는 벌써부터 업무 증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으며, 우편물을 잘못 배달하는 등 시행착오도 속출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애초 새 주소 체계 도입 후 기존 주소와 도로명주소를 병기 사용하는 기간을 거친 뒤 내년 1월 1일부터 도로명주소를 전면 사용하기로 했다가 그 시기를 2014년 1월 1일로 2년 연장하면서 일단 급한 불은 껐다.

그러나 이처럼 병기 사용기간만 늘릴 게 아니라, 차제에 도로명 체계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제도 시행에 앞서 가장 기본적으로 준비해야 할 새주소 검색 시스템마저 미흡하기 짝이 없다.

포털에서 '도로명' '새주소' 등의 검색어로 새주소 검색시스템을 찾을 수 있지만, 로딩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이를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파트 명칭 미표기 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논란이 많았는데도 행안부는 아파트 이름이 너무 길고, 잦은 명칭 변경으로 주소 체계의 일관성이 훼손되고 있다며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기존 아파트 명칭을 없애고 도로 명칭 뒤에 바로 동호수만 표시하겠다는 게 행안부 방침이다. 하지만 우리 고유의 아파트 문화를 반영하지 못하고서 맹목적으로 외국 제도만을 수용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국에 중복 지명도 다수다. 꿈동산길은 서울 마포,영등포, 강북은 물론 울산, 평창, 여수, 춘천에도 있다. 실제 고지 과정에서 도로명을 바꿔달라는 민원이 속출하고 있다.

도로명주소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선 기업 참여가 절실하지만, 준비 부족으로 새주소를 사용하는 기업은 전무한 실정이다.

주요 대기업들 홈페이지는 기존 주소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으며 은행, 보험사 등도 고객들 주소를 바꾸지 않고 있다.

도로명주소법 시행 연기를 발의한 이인기 한나라당 의원은 "2007년 7월 정부는 우리 국민이 오랜 기간 써온 '평'이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다며 ㎡를 사용하도록 강제했다"면서 "그러나 4년이 된 지금까지도 국민 상당수가 여전히 새 도량형을 어색해하는데 새 도량형의 이 같은 혼선과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배한철 매일경제 사회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08호(11.06.01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