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저축률 10%대→1.7%… 연금개혁·장기불황으로 급락

2011. 7. 2. 17:29C.E.O 경영 자료

[Weekly BIZ] 日 저축률 10%대→1.7%… 연금개혁·장기불황으로 급락

  • 熊野英生·다이이치(第一)생명경제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

구마노 히데오의 일본통신
年8.64% 고금리 영향 90년대엔 높은 저축률
연금수급 65세로 늦추고 장기불황까지 겹치자
無職 세대 크게 늘고 생활비에 쪼들려…

구마노 히데오

일본인은 원래 절약을 좋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그런 듯하다. 필자 역시 저축을 아주 좋아한다. 20년째 가계부를 쓰고 있고, 저축을 늘리기 위해 계속 연구하고 있다. 젊은이들만이 아니다. 노인 중에도 절약과 저축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일본엔 아주 많다. 일본의 풍부한 가계 저축은 이런 국민성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가계 저축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일본 경제에 두 가지 큰 역할을 했다. 가계는 먼저 금융회사를 통해 저축을 설비투자 자금으로 기업에 저렴하게 공급했다. 금융을 매개로 가계와 기업의 신진대사는 경제의 엔진을 작동시켜 고도성장을 이끌었다. 고도성장이 끝난 1990년대 이후, 가계 저축은 금융회사가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정부에 흘러갔다. 막대한 재정 적자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금리가 상승하지 않는 것은 충분한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가계 저축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 저축이 있기 때문에 일본의 장기 금리는 상승하지 않는다"는 얘기는 금융시장의 불문율로 통한다.

2000년대에 실현된 예언

일본에서도 1980년대부터 "머지않아 가계저축률(가처분소득에 대한 가계저축의 비중)이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란 경제학자들의 예언이 나왔다. 근거는 단순했다. 노인이 늘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득이 있는 젊은 시절 노후 자금을 축적하고, 연금에 의존하는 노인이 되면 축적한 자금을 꺼내 사용할 것이란 논리였다. 일본이 곧 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이란 예측은 1980년대부터 기정사실로 통했다.

하지만 고령사회에 진입한 1990년대의 현실은 경제학자들의 예언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여전히 10%대의 저축률을 이어간 것이다. 일본 노인들은 예상과 달리 저축을 무너뜨리지 않았다. 더 늙은 날을 생각해 축적한 자금을 사용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노인대국이 되면 저축률이 크게 하락할 것"이란 경제학자의 경고는 점차 잊혔다. "일본인은 역시 저축을 좋아한다"는 평판만 더 강화됐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안심 기반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10%대였던 가계저축률이 급전직하해 2007년엔 1.7%까지 하락했다. 일본의 저축률은 항상 높다는 것은 옛말이 됐다. 왜 1980년대의 예언이 2000년대에 실현된 것일까?

연금 개혁과 장기 불황

여기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1990년대 일본에서 대히트를 기록한 10년 만기 정액저금이 큰 역할을 했다. 거품경제의 분위기가 가시지 않았던 1990년과 1991년 2년 동안 8.64%의 높은 금리를 제시한 이 상품에 엄청난 가계자금이 밀려들었다. 2000년과 2001년 만기를 맞은 정기저금 액수는 106조엔에 달했다. 일본은 1990년대 후반부터 초(超)저금리 시대에 접어들었다. 사람들은 높은 금리를 제시한 정액저금에 집어넣은 자금을 뽑을 이유가 없었다.

정액저금이 1990년대 가계저축률을 높은 수준으로 지탱한 한 요인이었다면, 2000년대 가계저축률을 크게 떨어뜨린 요인은 연금 개혁에 있다. 일본 정부는 1994년 연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적 연금제도를 개정했다. 연금(기초 부문·정액)을 받기 시작하는 연령을 60세에서 매년 한살씩 단계적으로 끌어올려 65세로 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제도는 1994년 개정됐지만 실제로 연금 수급 연령이 올라가기 시작한 시점은 2001년이었다. 당시 일본은 경제에 대해 낙관적이었다. "공적 연금을 받지 못해도 노인들은 직장에서 일하면서 생활을 꾸려갈 수 있다"고 일본 정부는 생각했다. 하지만 제도 개정 후 고용은 크게 나빠졌다. 일자리도 없고, 연금도 없는 노인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재정을 위해 남은 시간

구성원 2명 이상 세대의 세대주가 직업이 없는 '무직(無職) 세대' 비중은 일본이 장기불황에 접어든 1990년대 이후 급속히 늘었다. 대부분 노인 세대다. 무직 세대의 저축률은 극단적인 마이너스 상태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소득이 줄었기 때문에 생활을 위해 저축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특히 60~65세 무직 세대의 저축률은 마이너스 78%까지 급락했다. 제도 변경으로 기초 연금을 받지 못하게 된 연령대의 저축률이다. 거짓말 같지만 정부의 공식 통계를 사용해 계산한 것이다. 반면 똑같이 연금 혜택에서 제외됐어도 직업을 유지한 60~65세 세대는 여전히 5% 이상의 저축률을 나타내고 있다. 1980년대의 경제학자들은 이런 시나리오를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연금은 용의주도하게 개혁하지 않으면 자금 구조를 크게 변화시킨다. 일본에서는 2013년 공적 연금의 보수(報酬) 비례 부분(근로 시기의 수입에 따라서 받는 액수)까지 지급 연령을 단계적으로 60세에서 65세로 끌어올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 방안이 실행되면 일본의 가계 저축은 정부의 거대한 재정 적자를 메워주는 역할을 수행할 수 없을지 모른다. 따라서 그전에 재정을 재건해야 한다. 충분한 시간이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