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 9. 09:31ㆍC.E.O 경영 자료
[평창의 환희]獨佛 기업도 힘껏 뛰었다… 한국 기업이 한발 앞섰다
기사입력 2011-07-09 03:00:00 기사수정 2011-07-09 09:01:15
1999년. 서울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를 통해 토리노라는 이탈리아 북부 도시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린 일등공신은 이탈리아의 글로벌 자동차 회사인 피아트였다. 피아트는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 유치를 위해 전천후로 뛰었다. 조반니 아넬리 피아트 회장은 스포츠계의 폭넓은 인맥과 직·간접적 자금 지원을 동원해 겨울올림픽을 유치했고, 토리노를 국제도시로 발돋움시켰다.
그로부터 12년 뒤. 대한민국의 동북부 변방인 평창을 세계에 알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공신들은 삼성을 비롯한 우리나라 대기업들이었다. 평창은 2003년 처음 유치에 도전했을 때만 해도 ‘평양’이 아니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인지도가 낮았다. 그러나 이제 평창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한국 기업들의 든든한 지원으로 세계에 우뚝 서게 됐다.
이번 올림픽 유치전은 우리 대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 최상위권을 달리는 독일과 프랑스 대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해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
겨울올림픽 종목에는 7개의 국제연맹이 있다. 이들 연맹이 주관하는 각종 국제대회에 스폰서로 참여하는 글로벌 기업 중 50%가 독일 기업이다. 독일이 자랑하는 BMW, 아디다스, 알리안츠, 루프트한자 등 굴지의 기업들이 이번에도 뮌헨을 위해 뛰었다. 뮌헨에 본사를 둔 BMW는 금전 지원과 컨설팅을 포함해 500만 유로(약 75억8800만 원)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뮌헨 유치위원회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실사단이 방문했을 때 BMW 본사와 월드센터를 둘러보게 했다.
1972년 뮌헨 여름올림픽 후원사였던 아디다스는 올림픽과 월드컵의 막강한 스폰서로, 국제 스포츠계에서의 영향력을 따지면 가히 ‘대통령 기업’이라고 할 만한 곳이다. 루프트한자는 IOC와 항공기 전속계약을 맺어 IOC 위원들은 물론이고 IOC 행사 참가자 대부분을 ‘모시고’ 있다.
프랑스 안시 유치위의 후원기업들도 만만치 않다. 세계 명품시장의 강자인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 그룹과 에어프랑스 등 11개사가 후원했다.
이런 강자들을 물리친 대기업들의 감회는 남다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좋죠. 벅차죠. 매일 벌 서다 어쩌다 한 번 칭찬받는 기분 아십니까”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정부와 정치권의 무차별 공격을 받았던 대기업들이 이번에 큰 힘을 발휘한 데 대해 정관계는 물론이고 민심도 호의적이라는 데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재계에 따르면 평창 유치를 위해 대기업이 낸 성금은 350억 원을 웃돈다.
삼성은 평창 올림픽 유치의 수훈갑이다.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IOC가 분야별로 10개 정도의 업체를 선정하는 ‘톱 후원사’로 기여해 왔다. IOC 위원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년 반 동안 각국을 돌며 IOC 위원들을 접촉한 것도 큰 역할을 했다. 왕족과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포진한 IOC 위원들은 웬만한 중량급 인사는 거들떠보지도 않지만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청소년 올림픽에 이 회장이 등장하자 서로 약속을 잡으려 했다는 후문도 있다. 삼성은 기세를 몰아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서도 공식 후원사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전자는 IOC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여름올림픽까지만 공식 후원계약을 맺은 상태다. 하지만 이후 올림픽에 대해서도 우선협상권을 갖고 있고, 1998년 나가노 겨울올림픽 이후 무선통신 분야에서 독보적인 스폰서 역량을 발휘한 공로가 있어 삼성의 톱 스폰서 지위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전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은 계속 톱 스폰서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영향력을 발휘했고, 삼성뿐 아니라 전체 기업들의 규모와 힘이 겨울올림픽 유치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겨울스포츠 선수 후원 등 뒤에서 큰 도움을 줬다. 아시아양궁협회장인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세계 양궁월드컵 등 주요 국제행사가 열릴 때마다 관련 IOC 위원들을 만나 평창 지지를 적극 호소했다. 현대차는 김연아 선수를, 기아자동차는 지난해 밴쿠버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깜짝 스타가 돼 이번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유치 활동에도 참가한 이승훈, 모태범, 이상화 선수를 후원하고 있다. 기아차가 후원하는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는 25명에 이른다.
두산그룹은 한때 그룹 내에 평창 겨울올림픽유치위원회를 지원하기 위한 태스크포스팀(TFT)을 마련하기도 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외국어에 능통하고 해외근무 경험이 많은 직원들을 TFT 구성원으로 엄선하고, 중국 유럽 미국 등에 있는 해외지사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평창의 우수성을 알렸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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