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광양~여수 잇는 이순신대교 공사… 케이블 强度 세계 최고 수준
48조원 규모 현수교 건설시장, 시공기술 가진 나라 5개국뿐
전남 광양시 금호동의 광양항 인근에 도착했다. 멀리 바다 한복판에 까마득히 높은 콘크리트 탑 2개가 눈에 들어왔다. 2007년 11월 착공한 이순신대교 공사 현장이다. 이 다리는 광양 금호동~여수 묘도를 잇는 왕복 4차로, 길이 2260m의 국내에서 가장 긴 현수교(懸垂橋)다. 세계적으로도 일본 아카시대교(1990m) 등에 이어 넷째로 길다.서울 남산(262m)보다 높은 세계 최고(270m)의 콘크리트 주탑에 위태롭게 매달린 철제 호이스트(가설 엘리베이터)에 오르자 '웅~'하는 소리와 함께 공중으로 몸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7분쯤 지나 도착한 탑 꼭대기에선 한국 교량 건설 기술의 새 장(章)을 여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우리 손으로 빚어내는 '현(絃)의 마술'
현수교는 주탑과 주탑을 케이블로 연결하고 케이블에서 수직으로 늘어뜨린 강선(鋼線)에 상판을 매다는 방식의 교량이다. 현수교의 장점은 외관미에 있다. 상판을 케이블과 강선이 지탱하는 만큼 교각이 거의 필요 없다. 그런 만큼 미관이 뛰어나고 시공비도 적게 들며 선박이 다니는 데도 유리하다.
- ▲ 전남 여수 묘도와 광양을 잇는 ‘이순신대교’ 공사 현장에 설치된 공사용 구름다리에서 케이블 가설 작업을 하고 있는 근로자들. 바다 위 270m 허공에 매달린 구름다리 위에서 근로자 100여명은 지름 5.35㎜의 작은 강선 1만2800가닥을 촘촘하게 엮어 케이블을 만든다. /대림산업 제공
이순신대교는 외국 엔지니어와 기술을 빌려 쓰지 않은 첫 '한국형 현수교'다. 시공사(대림산업)가 자체 개발한 신기술과 장비, 첨단 공법을 동원해 만들고 있다. 김지훈 팀장은 "수십명이 6년여 동안 연구에 매달렸다"면서 "기술 국산화 성공으로 수입 대체 비용만 200억원을 넘는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튼튼한 다리
이순신대교는 8월 중순쯤 케이블 가설 완료, 내년 10월 완공 예정이다.
이순신대교는 케이블 강도로 보면 세계에서 가장 튼튼하다. 케이블에 들어가는 지름 5.35㎜ 강선 1개가 견디는 하중이 4t에 달하고, 케이블 전체로는 5만t의 무게에도 끊어지지 않는다. 그동안 세계 최고였던 일본 아카시대교보다 1400t의 하중을 더 견딜 수 있다. 그러나 케이블 두께(677㎜)는 아카시대교(710㎜)보다 가늘어 경제성이 뛰어나다.
◆공사비 200억 절감… 세계 수출 겨냥
이순신대교는 건설 과정에서 각종 첨단 공법도 적용하고 있다. 주탑 건설에 적용된 '슬립 폼(Slip Form)' 공법이 대표적. 콘크리트 거푸집을 탈착하지 않고 유압 잭을 이용해 거푸집을 자동으로 상승시키는 고난도 공법이다. 24시간 연속으로 콘크리트를 타설할 수 있어 일반 공법보다 50%쯤 공기 단축 효과가 있다. 대림산업 서영화 현장소장은 "270m까지 타설하려면 통상 2년이 걸리는데 우리는 8개월 만에 해냈다"고 말했다.
이 공법을 성공적으로 적용하려면 완벽한 설계, 확실한 구조 계산 등이 전제돼야 한다. 대림산업은 레이저와 위성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를 활용한 24시간 정밀 측량을 실시해 주탑 모양을 관리하고 품질도 확보했다.
각종 신공법 덕분에 이순신대교 주탑 공정은 11개월 만에 끝났다. 주탑 높이가 254m인 덴마크의 그레이트 벨트교는 30개월, 인천대교(238.5m)는 21개월이 걸렸다.
대림산업은 한국형 현수교로 세계시장 개척을 시도하고 있다. 대림산업 김종인 부회장은 "2000년대 들어 주춤했던 현수교 시장 규모는 2010년 이후 급속히 팽창해 현재 48조원 규모에 달한다"면서 "일본이나 유럽 업체보다 경제성이 뛰어난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