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정책처 ‘2010회계연도 결산 평가’ 보고서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공공기관들이 6조원 넘게 물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조원은 언제든지 손실로 돌변할 수 있다.
특히 철도공사와 토지주택공사(LH)는 최악의 경우 출자금을 날리는 것은 물론 토지매가대금 회수 차질, 채무보증 등으로 재무건전성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부동산 PF는 개발 이후 발생할 현금흐름을 담보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이다.
14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10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86개 공공기관 가운데 9곳이 지난해 말 현재 6조5097억원을 부동산 PF에 대출·출자·보증했다. 이 가운데 17.8%(1조1606억원)는 사업 진행이 차질을 빚고 있다.
예산정책처는 일반 공공기관의 부동산 PF 사업 부실이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최악의 경우 출자금을 날리는 것뿐만 아니라 채무보증 등으로 더 큰 ‘짐’을 떠안을 수 있어서다.
철도공사가 2500억원을 출자한 서울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대표적이다. 철도공사는 토지매각대금 8조원 가운데 지금까지 1조9365억원을 받았다. 지급기한을 넘긴 돈은 4575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철도공사는 PF금융회사의 1조7118억원에 이르는 채무를 지급보증도 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최근 다시 사업에 탄력이 붙었지만 1조6000억원의 잔여 토지매각, 20조원이 넘는 사업비 조성 때문에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평가한다.
LH는 지난달 현재 13개 부동산 PF 사업에 1869억원을 출자했다. 이 가운데 9개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5개 사업장에서는 토지매각대금 8196억원이 연체됐다. LH가 935억원을 출자한 경기 성남시 동판교역 알파돔시티 사업은 토지매각대금(총 2조3601억원)이 지난해 7월부터 제때 들어오지 않고 있다. 지난달 현재 연체액이 4248억원이다.
금융공공기관도 부동산 PF 부실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산업은행의 부동산 PF 사업장 중 ‘악화 우려’(사업 추진이 곤란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장) 평가를 받은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348억원이다. 기업은행은 6180억원이다. 두 기관의 악화우려 사업장 비중은 12.8%(산업은행 1.04%, 기업은행 34.99%)다. 금융감독원은 매 분기별로 금융기관의 부동산 PF 사업장을 양호, 보통, 악화우려 3단계로 평가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PF 관련 금액 가운데 대출(지난해 말 기준 1조5981억원)이 대부분인데 은행 총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34%에 불과하다. 리스크 관리에 어려움이 없다”고 해명했다.
안옥진 국회 예산정책처 사업평가관은 “공공기관은 정부의 투자·출자·재정지원 등으로 설립해 운영되기 때문에 경기 영향을 크게 받는 부동산 PF 사업에 보다 신중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