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과징금에도 제품값은 요지부동

2011. 7. 12. 09:44이슈 뉴스스크랩

공정위 과징금에도 제품값은 요지부동
신라면블랙등 과징금 제재 효과 미흡
"제품 시장지배력 낮춰 경쟁 유도해야"
기사입력 2011.07.11 17:45:17 | 최종수정 2011.07.11 20:51:28

 

 

# 농심 신라면 블랙은 지난달 27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처분받았다. 표시광고법상 허위과장표시 및 광고행위가 처벌 사유였지만 애초에 조사가 시작된 이유는 `리뉴얼 제품을 통해 가격을 너무 많이 올렸다`는 세간의 지적 때문이었다. 하지만 농심은 신라면 블랙의 출고가격을 인하할 계획이 없다. 법적으로 가격을 내릴 의무가 없을 뿐만 아니라 매출에도 큰 영향이 없기 때문이다. 신라면 블랙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4일까지 한 주간 13억원어치가 팔렸다.

# BAT코리아 등 외국 담배 업체들은 요즘 고민이 많다. 지난 4월 담뱃값을 올렸다가 부메랑 효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가격을 올리지 않은 KT&G 쪽으로 수요가 몰려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호상품이기에 가격탄력성이 대단히 낮을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탄력성이 컸던 것. 외국 업체들은 조만간 가격을 다시 환원할 것을 검토 중이다.

공정위는 올해 초 범정부 차원의 물가 잡기에 동참하고자 `가격불안품목 감시대응TF`를 만들어 밀가루, 커피, 치즈, 김치, 단무지 등 서민생활 밀접 품목을 대상으로 물가 담합 적발을 위한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공정위가 대기업 위주의 불공정행위 적발에서 벗어나 물가 안정을 위해 서민 밀접 품목으로 관심을 돌렸지만 소비자들에게 실제로 돌아간 혜택은 거의 없다. 과징금을 맞은 기업들이 올라간 가격을 원상회복시키지 않아 물가 불안은 계속되고 소비자 편익은 높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장지배력이 너무 클 경우 당국의 행정명령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염려한다.

담배 사례처럼 반대의 경우엔 곧바로 가격 인상에 따른 수요 감소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보다 적극적인 시정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가격 담합의 경우에는 공정위 내부 지침인 시정조치 운영 지침상 가격재결정명령을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구조를 보다 경쟁적으로 개편하고 시장지배력을 낮추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격 담합의 경우 공정위가 과징금 제재만 가하고 왜곡된 가격 상황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담합 적발이 국민 경제에 주는 유익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농심 측은 "공정위에서 문제를 삼은 부분은 가격이 아닌 허위 과장광고였기 때문에 가격은 손댈 계획이 없다"며 "공정위가 지적한 대로 포장지 광고문구 등을 모두 바꿨다"고 말했다.

공정위도 이런 현상에 난감해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시장 가격을 정할 수도 없는 만큼 정확한 제품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선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김준범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장은 "리뉴얼 제품 정보를 제공해 가격 대비 품질 개선 효과가 작으면 수요가 줄어들어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하지만 정부가 개별 제품 가격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소비자 수요가 계속된다면 여러 품목의 리뉴얼 조사를 계속해도 가격 하락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병호 기자 / 유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