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국가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시한을 하루 앞둔 1일 오후 7시쯤(현지시간) 미국 하원 본회의장엔 긴장이 감돌고 있었다. 전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양당 지도부의 국채상한 증액안 합의 발표가 있었지만 하원에서의 표결을 안심하긴 일렀다. 공화당 강경파인 티파티 그룹과 민주당 진보 성향 의원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퍼즈 의원의 등장은 결과적으로 이들에겐 ‘재앙’이었다. 표결을 지켜보던 방청객들과 기자들까지 그녀를 기립박수로 맞는 감격적인 분위기에서 강경 발언들은 빛을 잃었다.
민주당 낸시 펠로시 원내대표는 “초당적인 투표가 필요한 이 순간 기퍼즈 의원이 투표에 참여한 것 자체가 큰 의미”라고 찬사를 보냈다. 200이란 숫자에 머물던 찬성 표는 기퍼즈가 나타나자 빠르게 늘어나 가결에 필요한 숫자를 훌쩍 넘겼다. 기퍼즈 효과였다.
투표를 마친 기퍼즈 의원은 성명을 내고 “이 투표를 위해 본회의장에 참석해야 했다. 내가 참여하지 않음으로 인해 행여 우리 경제가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 생기게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민을 위한 초당파적 협력이 당내 정치보다도 훨씬 중요하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트위터에는 “오늘 밤 의사당이 너무 아름답다. 이곳에 다시 서게 돼 영광스럽다”고도 적었다.
오바마 대통령과 양당 지도부가 전날 합의해 채택한 법안은 부채상한을 단계적으로 2조1000억 달러 증액하는 대신 앞으로 10년간 2조5000억 달러의 지출을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2단계 감축 방안 마련을 위해 초당적인 의회 특별위원회를 구성, 11월까지 추가 방안을 제출토록 했다. 2조5000억 달러 삭감액 중 9000억 달러의 지출은 즉각 삭감이 이뤄지도록 했다. 여기에는 국방 분야 예산 3500억 달러가 포함돼 있다.
미국의 부채상한 증액 협상과 관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1일 “미국은 세계 경제에서 기생충과 같은 존재”라며 “미국은 엄청난 빚을 쌓아가면서 세계 금융시장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미국은 빚더미 속에서 분수에 맞지 않게 살면서 이에 대한 책임을 다른 나라들에 전가하고 있다”며 “러시아 루블화가 기축통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국채 최대 보유국인 중국은 “미국은 세계 경제를 담보로 정치적 논쟁을 일삼는 위험할 정도로 무책임한 국가”라고 비난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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