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8. 7. 12:12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취업 스펙' 넌 어디까지 가봤니?]-中 | |
기사입력 2011.08.04 07:29:01 |
기업들 점차 "높은 스펙과 업무 능력은 별개"
사회 경쟁력 저하-대학은 취업 준비기관 전락
양극화 심화.."기업이 인재양성 비용 개인에 떠넘겨"
(서울=연합뉴스) 기획취재팀 = 구직자의 스펙은 끝을 모르고 높아지지만 정작 기업들은 스펙과 업무 능력은 별개라고 평가한다.
오히려 취업을 하려고 동료와 치열하게 스펙 경쟁을 하다 온 신입사원이 협업과 리더십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교수는 "스펙 경쟁을 하면서 협업을 잃어버렸다"며 "회사에서 주위와 소통하고 자신과 다른 의견을 조정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데 (지금처럼) 스펙 경쟁으로는 이런 협업 능력이 생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또 "대학생의 스펙은 사교육을 통한 이른바 '엄마표 스펙'인데 이런 사람이 취직은 더 잘 될지 몰라도 정년이 35세라고 본다"며 "30대 중반이면 관리자 역할을 해야 하는 데 엄마표 스펙만으론 취업 다음의 단계로 나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NHN 노세관 채용전략팀장은 "회사에서 약 5년간 스펙과 업무 능력의 상관관계를 면밀히 조사해 봤는데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다고 결론났다"며 "취업만을 위한 스펙을 쌓은 지원자는 정해진 질문에는 청산유수처럼 모범답안을 말하는 데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그런 유형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노 팀장은 "스펙 선발 방식의 한계를 확인한 뒤 올해부터 시간과 비용이 걸리더라도 업무와 관련한 과제를 주고 보고서를 받는 형태로 바꿨는데 회사에 대한 충성도나 성과가 훨씬 나았다"고 말했다.
취업포털 사람인 임민욱 팀장은 "다른 사람이 워낙 다양한 스펙으로 취업했다는 말 때문에 불안해져 이것저것 모든 스펙을 쌓다보니 '고스펙 평준화' 현상이 생겼다"며, "스펙이 좋다고 해서 취업이 잘되는 것만도 아니고 이 사람들이 직장에서 일을 잘한다고도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스펙 경쟁이 과열하면서 부작용도 심각해지고 있다.
우 교수는 "대학생 대부분이 똑같은 공부를 하게 되면 취업에 성공한 사람 외엔 그 지식이 사장돼버려 결국 사회 전체의 경쟁력은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학 캠퍼스가 인문학적 소양과 전문 지식을 키우는 아카데미 본연의 역학을 잃고 취업 준비기관 또는 알선기관으로 변질한 점도 큰 폐해다.
자신을 스스로 탈인격화하면서 개인의 삶도 피폐해지게 마련이다.
'철수사용 설명서'의 저자 전석순씨는 "스펙 경쟁 때문에 사람이 표준화돼가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사람마다 잘할 수 있는 게 다 다른 데도 똑같은 사람이 되도록 하는 구조는 위험하고 심각한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달 대졸 구직자 347명을 설문조사해 보니 취업 준비 중 가장 어려운 점으로 '경쟁자의 높은 스펙'(42.7%)을 꼽았다.
사람인의 올해 5월 설문조사에선 구직자의 86.8%가 스펙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스펙 스트레스'의 원인으론 자신의 스펙이 지원자격에 못 미치거나 고스펙 보유자가 너무 많다는 대답이 대다수였다.
이 때문에 우울증, 불면증, 수면장애, 음주·흡연 증가, 대인 기피증을 겪고 있다는 구직자도 각각 30% 안팎으로 조사됐다.
스펙 쌓기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잡코리아가 작년 5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의 사교육비는 월평균 23만원으로 2008년 같은 조사 때보다 37.3% 많아졌다.
스펙 쌓기도 가정 형편에 따라 양극화하는 고비용 구조인 셈이다.
당장 취업을 해야 하는 구직자들도 불만이다.
취업을 앞둔 조병래(연세대 4년)씨는 "취업시장이 스펙은 모범생다운 것을 원하고 경험은 자유롭고 틀을 깨는 걸 원해서 '어쩌란 건가'라는 생각도 든다"며 "이력서에 보면 빈칸이 많은데 (어떻게 해서라도) 그 칸을 채워야 안심이 된다"고 털어놨다.
최근엔 인턴 경력이 중요해지면서 인턴 경쟁도 정규 입사경쟁 못지않게 치열해졌다.
사람인 임민욱 팀장은 "인턴에 들어가기 위해서 다시 스펙을 쌓아야 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인턴 경력이 있어야 인턴으로 뽑는 곳도 있다고 한다.
기업이 인재 양성의 비용과 노력을 개인에게 미룬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금재호 박사는 "외국에서 대학은 학문과 소양 교육을 맡고 실제 필요한 능력을 키우는 '온 더 잡 트레이닝'은 기업이 해야 할 일"이라며, "실전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원하다 보니 취업 스펙이 높아지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해 7월 국내 기업 인사담당자(204명)를 설문조사한 결과 기대하는 토익 평균 성적은 731점이었다. 반면 일본 토익 주관기관인 IIBC가 지난해 일본 기업 350곳을 조사해보니 기대 성적이 546.7점으로 200점 가까이 낮았다.
두 조사는 표본 오차가 있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잠재력 있는 인재를 키우기보다 당장 쓰기 편한 '레디메이드'(기성품) 신입사원을 고르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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