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없는 세대’의 분노… 한국은?

2011. 8. 13. 08:42이슈 뉴스스크랩

[분노의 청년세대] ‘희망없는 세대’의 분노… 한국은?


실업·빈부격차에 폭발 세계 곳곳 청년 시위 얼룩

청년세대가 분노하고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각국 정부가 긴축정책을 펴면서 노동시장에 진입조차 하지 못한 이들은 신자유주의 경제의 최대 피해자다. 길거리로 나온 이들은 미래의 희망이기는커녕 절망의 세대다. 영국 칠레 등 유럽과 중남미에서 일어난 폭동의 중심엔 분노한 청년들이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얻지 못한 청년백수들이 늘고 있는 우리 사회도 언제든 ‘분노 바이러스’가 전염될 수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특히 1980년대 이후 유럽 국가들이 재정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과도한 복지정책을 펴면서 파탄에 이른 재정적자는 청년세대들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전가되고 있다. 최근 우리 정치권에서도 표를 의식한 과도한 복지정책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결국 유럽과 같은 청년 분노라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중앙대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는 12일 “폭동과 대규모 시위는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개별 국가의 문제로 볼 수 없고 우리나라도 상당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큰 빈부격차, 재정 악화, 높은 청년실업률 등 구조적인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영국 등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5월 기준 청년층(15∼29세) 인구는 전년 동기 대비 1.1% 줄어든 961만4000명. 하지만 청년실업자는 오히려 13.5% 늘어난 31만1000명이다. 연간 1000만원 안팎의 살인적인 대학 등록금에 고통받은 이들은 일자리를 구한다 해도 상당수는 계약직이다. 미래가 없는 것이다.

절대적인 빈곤뿐 아니라 이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도 크다. 우리 사회는 평등주의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이 문제가 다른 나라보다 심각하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물질적 풍요가 전반적으로 증대됐지만 ‘나는 왜?’라는 상대적 박탈감이 예전보다 커졌다”고 말했다.

언제든지 청년 불만을 자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 유럽과 같은 폭동의 뇌관이 될 수 있다. 영국 토트넘에서 흑인 마크 더건(29)이 경찰의 총격으로 숨지면서 폭동이 촉발된 식이다. 고려대 사회학과 현택수 교수는 “혼란을 겪는 나라들과 구조적 조건이 동일하지 않더라도 ‘열악한 상황에서 아르바이트하던 대학생이 억울하게 죽었다’는 식으로 민감한 감수성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생기면 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경제난 타개와 함께 정부와 정치권의 사회통합 노력, 적극적인 청년층 의견 수렴, 다양한 가치 인정 등을 예방책으로 제시했다. 비싼 대학 등록금, 취업난, 고물가 등 구조적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박창호 교수는 “정부가 등록금 문제에 대해 무언가 보여주려고 노력한다면 그것 자체로 대학생들의 분노는 조금씩 사그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곽 교수는 “일단 경제가 좋아져 취업이 잘 돼야겠지만, 좋은 직장에 있지 않더라도 충분히 좋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례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지우 진삼열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