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놀이터 전락한 한국증권시장

2011. 8. 10. 18:30이슈 뉴스스크랩

외국인 놀이터 전락한 한국증권시장

매일경제 | 입력 2011.08.10 17:47

 

외국인 셀 코리아(Sell Korea)에 한국 증시가 멍들고 있다.

대기업 실적이나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이미 이머징마켓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성장했지만 외국인 매도 공세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핫머니 유출입 규제 등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달 들어 10일까지 글로벌 증시 쇼크와 반등 국면에서 보여준 코스피 움직임은 깊은 우려를 낳고 있다.

10일 코스피는 외국인이 무려 1조2862억원을 팔아치우면서 불과 0.27% 반등하는 데 그쳤다.

이달 들어 2~9일 글로벌 증시 가운데 가장 큰 하락률(-17%)을 보인 코스피는 전날 유럽과 미국은 물론 아시아 주요 증시가 1~5% 상승세로 돌아선 10일 0.27%(4.89포인트) 오른 1806.24로 장을 마감했다.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인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이달 들어 아시아 주요 증시 가운데 떨어질 때는 크게 떨어지고 회복은 더딘 허약 체질로 변질됐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 시장을 단기 차익 대상으로 바라보는 외국인 투자 성향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불과 7거래일 동안 4조5379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10일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지난해 11ㆍ11 옵션 쇼크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외국인은 이날 프로그램 매도로만 1조6000억원어치를 쏟아냈다.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글로벌 증시 쇼크가 어느 정도 잦아드는 와중에도 외국인 순매도가 멈추지 않으면서 지난 2년 동안 54조원을 순매수했던 외국인들이 본격적인 '셀 코리아'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며칠 동안 채권 시장에서 큰 규모로 국채 선ㆍ현물을 사들였던 외국인들이 이날 갑자기 순매수 흐름을 멈춰 주목된다.

이날 외국인들은 국채 선물 시장에서 96계약(1계약=1억원)만 순매수했다.

지난 3~9일 닷새 동안 약 5만5000계약, 하루 평균 1만계약씩 순매수했던 흐름이 바뀐 것이다. 국채 현물 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은 지난 4일부터 이어온 순매수 기조를 바꿔 이날 오후 4시 현재 2300억원어치를 순매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인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일단 급등한 한국 채권 시장에서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하지만 향후 며칠 동안 매도세가 커질 경우 '셀 코리아'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단기차익 대상으로 전락한 근본적인 이유는 외국인의 주식시장 점유율이 33%를 차지할 만큼 높은 것에서 비롯되는 만큼 이번 사태를 빼앗긴 '대기업 주권 회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형태 한국자본시장연구원 원장은 "이럴 때 연기금들이 대기업 주식을 적극 매입하는 게 투자는 물론 의결권 강화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은 큰 문제가 없는데 시장 충격을 크게 받는다는 게 문제"라며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된다면 변동성 위험이나 디스카운트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