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정전, 국민 안전 무시당했다

2011. 9. 16. 08:48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기습정전, 국민 안전 무시당했다
전국 아수라장…정부 수요예측 실패로 대혼란 자초
기사입력 2011.09.15 22:22:33 | 최종수정 2011.09.16 07:27:17

 

전력 과부하와 전력 수요 예측 실패로 인해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가 촉발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정부가 여름철 무더위 전력피크를 넘겼다고 발표한 지 불과 8일 만에 전력당국이 사전 예고도 전혀 없이 전력 공급을 전격 중단함으로써 전국 곳곳에서 패닉 상태와 유사한 대혼란이 일어났다.

15일 전력거래소와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부터 7시56분까지 약 5시간 동안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전력 공급이 순차적으로 중단됐다.

한국전력은 이날 순환정전으로 전국에서 약 162만가구의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고 발표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46만가구, 강원ㆍ충청 22만가구, 호남 34만가구, 영남 60만가구 등에 전력 공급이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비상시에 대비해 자가발전 체제를 갖추고 있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주요 기업들은 큰 피해를 겪지 않았지만 울산 북구 중산산업단지의 20여 개 중소기업은 생산시설이 중단되는 등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었다.

서울 도심 상가와 사무실, 음식점 등 곳곳에 전력이 끊기며 영업과 업무에 큰 차질이 빚어지는 등 도심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이번 정전 사태로 전국에서 900여 건에 이르는 엘리베이터 구조 신고가 접수됐는가 하면 대도시 지역 각 도로에서는 신호등 점멸로 퇴근시간대 심각한 교통 혼잡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날 서울시내에서만 250여 개 신호기가 작동 이상을 일으켰다.

휴대폰과 인터넷도 곳곳에서 불통되는 사태가 빚어졌고 대입 수시모집 원서 접수도 마비돼 상당수 대학이 기간을 연장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전력거래소는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늦더위로 인해 전력 수요가 일시에 몰리면서 전력 공급이 일시적으로 부족해졌다"며 "전체 전력 수급 안정을 위해 전국적으로 30분간 돌아가면서 전력 공급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전력거래소는 여름철 수급 비상 기간이 끝나 정비를 보류했던 발전소 23개를 정비하고 있다가 예상치 못한 늦더위로 전력 부족 사태가 촉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최대 전력 수요는 6700만㎾로 평소에 비해 크게 높지 않았지만 전력 공급 능력이 7000만㎾에 불과해 전력 예비율이 5%대로 떨어지면서 전력 과부하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력 관리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 최중경 장관은 이날 밤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사전에 예고하지 못한 상태에서 순환정전을 실시하게 돼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공식 사과했다.

[최용성 기자 / 전병득 기자 / 채수환 기자 / 이호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