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려도 또 파는 유사석유… “과징금 내도 남는 장사”

2011. 9. 27. 08:01이슈 뉴스스크랩

걸려도 또 파는 유사석유… “과징금 내도 남는 장사”

국민일보 | 입력 2011.09.26 18:31 | 수정 2011.09.27 01:18

 

정부 단속을 피하기 위한 유사석유 판매업자들의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유사석유 제품을 유통하다 적발되는 사례도 갈수록 늘고 있다. 최근 유사석유 물질이 폭발하면서 목숨을 앗아가는 일까지 발생해 유사석유 판매에 대한 처벌 강화가 요구된다.

한국석유관리원이 26일 국회 국토해양위 소속 한나라당 김태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유사석유 제품 단속 건수는 2007년 631건에서 지난해 1190건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무폴주유소뿐만 아니라 대형 정유사 및 주유소에서도 꾸준히 유사석유 제품이 적발되고 있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실제로 2007년 224곳에서 지난해 408곳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올해도 지난 5월까지 167곳이 적발됐다.

문제는 유사석유를 판매하다 단속에 걸려도 처벌이 약해 또다시 적발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지난 5월까지 중복 단속 건수는 총 2050건이고 한 번 이상 중복 적발된 업소는 1640여곳에 달했다.

단속이 계속되자 유사석유 판매업자들의 수법도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최근 유사석유 판매로 적발된 수원시 한 주유소는 석유 지하 저장탱크 안에 비밀탱크를 설치해 유사석유를 저장했다. 기존의 탱크 안에 또 하나의 박스형 탱크를 만든 이중 구조 형태이다. 석유관리원이 주유기뿐만 아니라 지하 저장탱크에 보관된 석유까지 채취하자 이중 탱크를 설치해 단속을 피한 것이다.

인천의 한 주유소는 주유원의 신발 바닥에 자석을 붙여 특정 위치의 바닥을 밟으면 유사석유가 나오게 하는 조작 장치를 설치했다가 단속에 걸렸다.

단속을 강화하는데도 적발 건수는 줄지 않고 눈속임 수법만 발달하는 것은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유사석유 제품을 판매하다 적발된 주유소의 경우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의 유사석유 제품 취급행위 처분기준에 따라 최고 3개월(1회 위반), 6개월(2회 위반), 등록취소(3회 위반) 등의 행정처분이 내려진다. 또 1회 위반 시마다 4000만~50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유사석유를 판매함으로써 막대한 수익을 남길 수 있는 판매업자들에게 큰 위협이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김 의원은 "5회 이상 적발된 업소가 20여곳에 이른다는 것은 이동식 불법판매 사례도 많다는 뜻"이라며 "행정처벌 수준의 규제보다는 강력한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폭발사고가 일어난 수원시 인계동 주유소 세차장 지하에도 유사석유 저장탱크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수원남부경찰서는 이날 "주유소 세차장 지하에 있던 비밀탱크에서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유사석유 제품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사고 직후 출국금지 조치한 권모(44) 사장을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권 사장과 숨진 부사장 권씨가 제3자인 변모(47)씨를 명의사장으로 내세워 사업자등록 및 주유소 영업을 해왔을 가능성에 대해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석유관리원은 지난 25일 강승철 이사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개최, 산업용 내시경과 전파탐지기 등 첨단기기를 이용해 단속을 강화하고 경찰과 합동 특별 단속도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세정 기자, 수원=김도영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