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0. 11. 18:19ㆍ세계 아이디어 상품
"기침 쯤이야" 얕봤는데 11초에 1명꼴 죽는다니…COPD 공포
매일경제 | 입력 2011.10.11 15:31 | 수정 2011.10.11 17:32
국내외에서 내로라하는 호흡기질환 전문가들은 지난달 24~28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RAI전시장(Exhibition & Convention Center)에서 열린 유럽호흡기학회(ERS)로 눈과 귀를 모았다. 베아트릭스공원과 중앙역을 끼고 있는 RAI 전시장 곳곳에는 각종 호흡기질환으로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산소호흡기를 코에 꽂고 있는 인물을 묘사한 대형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이번 학회에는 세계 최대 학술대회라는 명성에 걸맞게 세계 1만8000여 명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천식, COPD(만성폐쇄성폐질환), 폐암 등 호흡기질환과 관련된 최첨단 치료법 및 최신 의학정보를 공유했다. 특히 세계보건기구가 학회에서 COPD 때문에 11초당 1명꼴로 사망자가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자 참석한 의료진이 술렁거렸다. 기자들도 언론사에 COPD의 위험과 사안의 심각성을 긴급 타전했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ㆍ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은 만성 염증성 호흡기 질환으로, 폐의 손상이나 염증에 의해 폐 구조에 변화가 생기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도가 점점 좁아져 중증 호흡곤란을 일으킨다. 오는 2030년에는 세계 3대 사망 사유로 전망될 정도로 무서운 질환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 위험성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담배연기나 매연, 먼지, 가스, 조리 시 나오는 연기 등 외부의 자극적인 입자나 기체 등이 원인으로 꼽히는데 COPD 환자 80% 이상이 흡연 경험자로 나타날 정도로 흡연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담배연기에 들어 있는 물질이 기관지를 자극해 염증을 일으키는데 염증이 아물고 재발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기도가 점점 좁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담배연기는 산소를 받아들이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는 기관인 폐포를 파괴하기도 한다. 실제 흡연자 중 많게는 30% 정도에서 COPD가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흡연율이 높은 우리나라는 COPD 잠재환자가 많지만 그중 92%는 병원 진료조차 받지 않을 정도로 방치돼 있다. COPD는 발견 시기와 치료에 따라 생사를 가르는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질환을 인식하고 하루라도 빨리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흔한 증상은 호흡 곤란, 객담, 기침으로 중증 환자는 매일 호흡 곤란을 호소하기도 한다. 특히 COPD 환자에게 급성기관지염이 찾아오는 악화 상태가 되면 호흡 곤란이 잦아지고 만성적 기침, 점액 배설, 극도의 피로감을 보인다. 또한 급격한 폐기능 감소를 동반하고 사망 위험을 증가시킨다. 악화로 입원한 뒤 12개월 내 사망률은 심장마비 입원 뒤 사망률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닐 반드 영국 런던흉부심장병원 교수는 "악화는 COPD를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라며 "입원 환자의 절반 이상은 죽는 것보다 더 나쁜 상태라고 호소한다"고 말했다.
COPD가 더욱 위험한 것은 사망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사실상 완치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현재 COPD 치료는 증상의 정도를 낮추거나 진행을 막는 수준이다. 따라서 COPD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악화를 막는 것이다. 악화는 기침이나 호흡 곤란 등 증상이 심각해져 COPD 환자들이 가장 많이 힘들어하는 부분이며 악화가 나타남과 동시에 질환이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악화를 막기 위한 치료로는 기관지 확장제, 흡입제 같은 약물치료를 많이 시행하는데 이번 유럽호흡기학회에서는 흡입제가 아닌 '로플루밀라스트' 성분의 경구용제제가 COPD 환자의 악화 예방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받았다.
만성 기관지염을 동반하고 잦은 악화를 경험한 중증환자 15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2건 연구를 통합 분석한 결과 로플루밀라스트 치료를 1년 이상 받은 환자들은 잦은 악화 지속 위험이 위약군보다 20%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자드위가 웨지차 런던대 교수는 "이 약물이 폐세포 내 염증을 유발하는 효소인 PDE4를 억제해 COPD 악화를 방지하고, 염증과 함께 나타나는 영향을 감소시켜 폐기능을 개선하는 효과를 보였다"며 "COPD를 빠르게 진행시키는 만성염증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환자 치료에 있어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이상도 만성기도폐쇄성질환 임상연구센터장(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COPD의 주된 원인은 흡연인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COPD는 사망원인 10위 안에 들 정도로 매우 심각한 질병"이라며 "COPD 치료에서 악화 위험을 줄이는 것이 가장 핵심적 목표인 만큼 로플루밀라스트는 폐기능 개선과 악화를 줄여 중증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암스테르담(네덜란드) = 이예림 매경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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