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0억 들여 만든 월미도 '은하레일' 고철덩어리로

2011. 10. 16. 11:21이슈 뉴스스크랩

850억 들여 만든 월미도 '은하레일' 고철덩어리로

[지자체 재정 파탄으로 몰고가는 단체장들의 선심성 사업]
시흥 군자지구 개발하며 市예산 40% 지방채 발행
아산시 탕정면·배방읍 등 읍·면사무소까지 호화 청사

조선일보 | 인천 | 입력 2011.10.15 03:25 | 수정 2011.10.15 10:03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의 선심성 사업이 지자체 재정을 거의 파탄으로 몰아넣고 있다.

지자체장들은 인기와 세 과시를 위해 1000억원이 넘는 전시성 축제를 열고, 3000억원이 넘는 청사를 짓고, 이용량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수백억원짜리 다리를 놓는다. 대표적 예가 인천과 경기 시흥, 강원 태백이다. 이 지자체들은 지자체 예산 대비 빚이 40%를 넘거나 육박해 정부로부터 '재정 위기 지방자치단체'로 지정될 처지에 놓였다. 자칫하면 예산 편성 자율권을 빼앗길지도 모른다.

↑ [조선일보]

인천 시는 2009년 1400억원을 들여 '세계도시축전'을 열었다. 인천이라는 도시를 세계에 보여주겠다는 행사였다. 152억원 적자가 났다. 더 큰 문제는 도시축전을 위해 853억원이나 들여 만든 월미도 순환 관광열차 '은하레일'이다. 부실 공사로 안전성이 우려돼 운행 한 번 못하고 고철 덩어리로 남아 있다. 인천시는 빚이 2조7000억원이다. 2014년 아시안게임을 치르기 위해 시 예산만으로 5000여억원을 들여 주경기장을 새로 짓는다. 정부는 예산 낭비를 이유로 신설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자 인천시가 정부 지원 없이 빚을 내 짓겠다고 나선 것이다.

시흥시 는 도시 개발을 무리하게 추진했다. 2006년 군자지구를 직접 환경친화적 도시로 개발하겠다며 대기업으로부터 5600억원에 땅 490만㎡를 샀다. 비용 마련을 위해 2009년 지방채 3000억원을 발행했다. 시흥의 올해 예산은 7837억원이고 빚은 3414억원이다. 빚이 예산의 40%를 넘어섰으며 더 이상 지방채를 발행할 수 없다. 예산 운영에 큰 압박을 받고 있다.

경기 용인시 는 2005년 민간 자본 등 7287억원을 들여 경전철 공사를 시작, 작년 7월 완공했으나 재정 부담과 안전성 문제 탓에 지금까지 운행을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업 시행 회사 측에 공사비 4530억원을 물어줘야 한다는 법원 판정을 최근 받았고, 현재 이 돈을 마련하지 못해 매일 6600만원씩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2000년 이후 지자체마다 청사 신축 바람이 불었다. 40여곳이 청사를 신축했거나 공사 중이다. 현재 신청사 건립을 검토 중인 곳도 10여곳에 이른다. 성남시 는 3200억원짜리 호화 청사를 지은 뒤 비판이 커지자 신청사를 팔려고 내놓았다. 용인시 청사는 건설비가 1656억원 들었다. 서울 용산구청(1300억원)을 비롯해 전남·북 도청, 광주광역시청 등을 건립하는 데 각각 1500억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갔다.

최근엔 읍·면사무소까지 호화 청사 바람이 불었다. 충남 아산 탕정면은 92억원을 들여 새 면사무소 건물을 지었다. 이곳에는 불과 19명이 근무한다. 126억원이 들어가는 아산 배방읍사무소는 한창 공사 중이다.

대전 동구청은 작년 34억원을 들여 '대전문학관'을 지어놓고 연간 운영비 5억원을 마련하지 못해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경남도는 40억원, 전남 여수는 44억원을 들여 거북선을 복원했지만 관광용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방치하고 있다.

지자체가 재정 위기 자치단체로 지정되면 새로운 사업을 벌이거나 지방채를 발행할 때 행정안전부 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사실상 예산권을 빼앗기는 것이다. 행정안전부 재정관리과 심준형 담당자는 "해당 재정 위기 지자체들의 예산 내역을 면밀히 분석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