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특허소송, 한국 중소기업도 노린다

2011. 10. 30. 10:34C.E.O 경영 자료

글로벌 기업 특허소송, 한국 중소기업도 노린다
조선비즈|
조형래 기자|
입력 2011.10.29 03:23

 

독일의 세계적인 화학기업 머크는 27일 연 매출 규모가 200억원 안팎인 국내 안료업체 씨큐브(CQV)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머크는 씨큐브와 로열티 협상을 벌였으나 결렬되자 자신들의 지적재산권 관리회사를 내세워 소송을 제기한 것. 특허침해 시비를 일으킨 씨큐브 제품의 매출이 연간 2억원도 안되는 데도 불구, 머크는 에누리없이 소송을 제기했다.

PC용 냉각장치 제조업체인 잘만테크도 대만·중국 기업과 특허 분쟁 중이다. 잘만테크는 2008년 7월 중국의 한 PC업체에 대해 특허·디자인 침해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그런데 이 중국 업체가 최근 잘만테크를 상대로 특허무효 소송을 중국 법원에 제기했다.

잘만테크 관계자는 "중국 업체가 대만의 개인 개발자를 부추겨 대만에서는 우리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까지 제기해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캐논·HP·미쓰비시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의 중소 프린터 부품제조업체나 지방공단의 복사용지 제조업체에까지 줄줄이 경고장을 보내거나 특허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에도 지난 11일 미국에서 특허소송이 제기됐다. 스위스의 한 특허전문기업은 "현대차가 경고에도 불구하고 무단으로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국내 기업에 대한 특허 소송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삼성전자·LG전자 등 IT 분야의 대기업 중심으로 특허소송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자동차·섬유·화학·조선중공업 분야의 대기업은 물론, 지방공단의 중소기업에까지 소송이 제기되고 있다. 소송을 제기하는 국가도 일본·대만·중국·유럽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특허청 관계자는 "한국의 부품·소재산업이 급성장하면서 해외 기업으로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다"며 "중소기업들이 해외 기업으로부터 경고장을 받고 어쩔 줄 몰라하는 경우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특허괴물(patent troll)로 불리는 특허전문기업의 소송도 갈수록 거세진다. 특허괴물은 개발자로부터 특허를 싼값에 사들인 다음 기업들을 대상으로 거액의 기술 사용료나 소송 합의금을 받아내는 기업으로 전 세계 300개가 넘는다.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삼성전자·LG전자·하이닉스 등 국내 대기업을 대상으로 제기한 특허소송 22건 중 13건을 이들 특허괴물이 제기했다. 대표적인 특허괴물인 미국의 인터디지털은 지난 2010년말 기준으로 국내에서만 2250건이 넘는 특허를 출원해 놓고 있다.

특허괴물의 등장으로 소송액 규모나 특허 사용료 요구액도 치솟고 있다. 순매출액(전체 매출에서 반품이나 재고 등을 뺀 수치)의 3%에서 많게는 15%까지 로열티로 요구한다는 것. 해외의 특허괴물 NPT는 지난 2006년 스마트폰 블랙베리 제조사인 림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6억1250만달러(약 6760억원)를 받아냈다. 대한변리사회 김용식 부회장은 "중소기업은 특허소송에 대한 사전대비가 거의 전무한 상황"이라며 "전문가 육성, 특허소송 제도 개선 등 지식경제에 걸맞은 사회적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