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는 안철수 돌풍을 알고 있었다

2011. 11. 2. 09:15이슈 뉴스스크랩

이재오는 안철수 돌풍을 알고 있었다
한겨레|
입력 2011.11.01 17:00

 

[한겨레]6~7월 20~39살 남녀 1202명 대상 특임장관실의 용역 학술보고서 공개


"통념 달리 정치적 관심 매우 높아…기존 정당 활동에는 부정적"


투표 의향 20대 83% '있다', "정책 법안 잘 안다" 71%, '1인시위 할 수 있다' 91%


"자신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당이나 정치지도자가 출현하면 적극적 정치참여"

 이재오 특임장관은 정치계에 핵폭탄급 충격을 먹이고 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잠재력을 그가 등장하기도 전에 이미 알고 있었을까? 안 원장의 주요 지지층이자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성장한 정치적 영향력을 각인시킨 '2030 세대'에 대한 특임장관실의 용역 학술보고서가 1일 공개됐다.

 <한겨레>가 민주당 전혜숙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2030 청년세대의 정치의식에 관한 연구' 보고서는 "통념과 달리 2030 세대는 정치적 관심이 매우 높은 반면, 기존 정치세력 중에서 자신을 대변할 주체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특임장관실의 의뢰로 한양대 윤원철 교수(경제금융대) 연구진이 지난 6~7월 2개월 동안 인구분포에 따라 선정된 전국의 20~39살 남녀 1202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벌여 내놓은 보고서다. 2030 세대의 정치적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최근 자료다.

 주로 '정치적 무관심 세대'로 일컬어지던 2030 세대는 이번 설문에서 정치에 매우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적인 투표 의향을 묻는 질문에서 20대의 83.1%, 30대의 78.9%가 "있다"고 답했다. 이념 대립에 대해서도 "필요하다"고 답한 이가 46.1%에 달해 "없다"는 응답자(27.5%)를 압도했다. 

 정치 정보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정치인의 의정활동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답한 이가 59%에 달했고 정부 정책이나 법안을 잘 아는 편이라고 답한 이도 70.9%였다. "인터넷 사용 중 정치기사 확인하는 비중이 높다"고 답한 이는 55.6%에 달했다. 정치 정보 수집에 가장 많이 활용하는 매체는 인터넷(74.5%)으로 2위인 신문(16.1%)을 큰 차이로 앞섰다.

 반면, 2030 세대는 자신을 대변하는 정치세력을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정당이 "없다"고 답한 이가 무려 84%에 달했다. "있다"고 답한 이들 가운데에는 진보 성향이 보수 성향에 비해 2배가량 많았다. 선호하는 정당이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정당제도의 실효성에 의심이 간다"는 답이 38.4%로 가장 높았다. 또 정치 이견이 나타날 경우 다음 선거에서 반영하겠다는 의견에 부정적인 응답자가 73.5%에 이를 정도로 기존 정치제도의 실효성에 의심을 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청년세대의 정치적 무관심은 역설적"이라며 "기존 정당 활동에 매우 부정적이지만, 자신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당이나 정치지도자가 출현하면 적극적인 정치참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즉, 정치 참여에 적극적이면서도 기존 정치세력에서 희망을 발견하지 못한 청년세대가 '안철수'에 열광한 것은 이 조사에서 이미 예견됐던 셈이다.

 2030 세대는 정치적 의사 표현에 있어서도 매우 적극적이었다.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1인 시위를 고려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전체 답변자 가운데 57.1%가 "매우 고려"한다고 답했고 "약간 고려"라고 답한 사람도 33.8%로 90%(90.9%) 넘게 긍정적이었다. 관련 단체에 가입하겠다거나 관심있는 정치인에게 후원할 용의가 있다고 답한 이도 80%에 달했다.

 그러나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평가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한 젊은층의 선호도는 의외로 크게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스앤에스를 어느 정도 활용하냐는 질문에 보통 사용한다는 이는 21%에 머물렀고 가끔 사용한다는 이가 30.4%였다. 그러나 에스앤에스 사용 계획을 묻는 문항에 대해서는 전체 62.5%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이와 함께 각종 사회·정치적 이슈에 대한 젊은 세대의 의견도 물었다. 청년 세대는 환경을 중시하고 대규모 국책사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60.1%가 "경제적 이익보다 생태계 보존이 우선한다"는 의견을 밝혔고 "대규모 국책사업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한 이가 45.8%였다. "그렇다"고 답한 이는 28.1%에 불과했다. 정부의 정책 우선 순위에 대해서는 물가 안정이 1순위(42.9%)였고 그 뒤를 지역균형 발전(18.9%), 청렴한 공무원 선발·유지(12.4%) 등이 이었다.

 전혜숙 의원은 "정치적 의사표현에 적극적인 젊은 세대의 변화 바람이 특임장관실의 보고서에서도 확인된 셈"이라며 "4대강 사업을 비롯해 시대를 거꾸로 가는 정책을 내놓고 있는 정부는 반성할 점이 많다"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