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게임 개발업체에서 일하는 이상훈씨(28). 그는 만 3년 경력의 게임 프로그래머다. 낮엔 회사에 다니지만 밤엔 부업으로 애플 앱스토어에 무료 앱(어플리케이션)을 올리고 광고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씨는 회사 생활만으로 또래 직장인 만큼의 돈을 벌지만, ‘부업’으로 전업할까 고민도 해봤다. 부업으로 올리는 수입이 한 달에 수백만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의 대표작은 스마트폰 초보자들을 위한 ‘아이폰 설명서’. 이 앱은 아이폰 사용자가 늘어나던 2009년 앱스토어 다운로드 순위 5위 안에 들었다. 잠깐이지만 1위를 기록한 적도 있다. 아이폰 설명서는 그에게 수백만원을 안겨줬다. 그는 “계속되는 야간 작업으로 몸은 피곤하지만 앱스토어에서 발생하는 수입이 통장에 계속 입금되는 것을 보면 일해야 겠다는 욕구가 새롭게 생겨난다”고 말했다.
- ▲ 그래픽=박종규
요즘 프로그래머들 사이에서는 이 씨처럼 퇴근 후 부업으로 앱을 만들어 돈을 버는 이들이 많다. 경험이 많지 않은 개발자라도 아이디어만 있으면 하루 3~4시간씩, 1주일 투자로 앱 하나를 뚝딱 만들 수 있다.
이들은 소셜미디어로 떼돈을 버는 엔지니어를 뜻하는 ‘카칭(Kaching)족’에 비견돼, ‘앱 카칭족’으로 분류된다. 카칭은 은행 현금지급기가 열리고 닫힐때 나는 소리를 나타내는 영어 의성어다.
앱을 개발하는데 투자하는 비용은 적은 편이다. 애플 앱스토어에 앱을 올리기 위해서는 초기 자본금 160만원 정도가 들어간다. ‘맥북 에어’를 사는데 최소 150만원, 애플에 앱 개발자로 등록하는데 1년에 10만원이 든다. 앱을 개발하고 시험해보는데 반드시 애플 맥북 종류를 사용해야 한다.
일단 개발자로 등록되면 1년에 몇 개의 앱을 올리든 상관 없다. 앱을 등록하고 대행사를 통해 배너 광고를 붙이면 그 때부터 광고 클릭수에 따라 통장에 돈이 입금된다. 보통 0.6~1% 정도의 이용자가 배너광고를 클릭하고, 1클릭 당 30~80원의 돈이 통장에 쌓인다.
앱 개발사 보보브(VOVOV)의 황현섭 대표는 “앱스토어 순위가 높지 않아도 지하철 앱이나 ‘랜덤채팅’ 등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앱은 수익이 좋은 편”이라며 “1회성 앱으로는 최근 심리테스트 종류가 잘 나간다”고 설명했다.
◆ 최종목표는 ‘앵그리 버드’ 같은 유료 앱
앱 카칭족들의 최종 목표는 유료 앱을 만들어 북미·유럽 등 더 큰 시장에 내놓는 것이다. 무료 앱 광고 수익도 적지 않지만, 유료 앱이 소위 ‘대박’을 터뜨리면 월 수억원 수준까지 금액이 치솟는다. 1달러짜리 앱이 팔릴 때마다 애플이 30센트, 개발자가 70센트를 가져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앵그리버드를 만들어 5억 다운로드를 돌파한 핀란드 ‘로비오’사가 앱 카칭족들의 로망이다. 스콧 포스톨 애플 수석부사장은 지난 6월 미국서 열린 ‘WWDC(세계개발자회의) 2011’에서 “애플은 지금까지 개발자들에게 총 25억달러(약 2조8330억원)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물론, 앱 카칭족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을 때도 있다. 무분별한 ‘낚시성 앱’을 올려 수익금을 먹고 빠지는 ‘먹튀’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이용자 이민서씨(27)는 “무료 앱이라면 일단 다운로드 받아 시험해 보는데 어떤 것은 다운로드 받는 수고가 아까울 정도로 형편 없는 앱도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