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정보업체 여성 회원 등급표 들여다보니..

2011. 11. 21. 08:59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결혼정보업체 여성 회원 등급표 들여다보니..

기사입력2011-11-20 17:33기사수정 2011-11-20 20:

결혼정보회사의 회원 등급표가 또다시 나왔다. 남성에 이어 이번에는 여성이다.

20일 파이낸셜뉴스가 단독입수한 모 결혼정보회사의 회원등급표에 따르면 가입한 여성 회원들을 등급으로 구분할 때 학벌이나 직업보다는 외모에 중점을 뒀다. 남성의 경우 상대적으로 선호하는 학벌과 직업에 높은 점수를 줬다면 여성은 호감 가는 외모를 후하게 평가했다. 부모의 직업이나 재산도 중요했다.

일부 결혼정보회사들은 남성과 마찬가지로 이같이 부모 및 본인 직업, 학벌, 부모 및 본인 재산, 외모 등 부문별로 각각 점수를 낸 뒤 합산, 고객을 분류했다. 이렇게 분류된 고객은 각 등급에 따라 차등적으로 상품을 권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키 170㎝, 몸무게 55㎏, 가슴 A컵 이상, 보기 심한 흉터가 없으며 얼굴 및 몸매가 '상'(上)이고 집안 재산이 1000억원 이상인 국회의원 자녀는 흔들림 없는 최상급인 A+였다. 물론 본인 학벌은 서울대나 미국 명문대여야 한다.

 

반면 부모 직업과 재산, 본인 출신 대학 및 직업이 결혼정보회사 등급표상 모두 1등급이어도 키가 너무 크거나 작고 몸무게가 많이 나가면 전체 합산 점수는 낮았다. 여기에 매니저가 판단했을 때 예쁨의 정도가 '무난한' 상급이 아닐 경우 최종 등급표는 더 떨어졌다.

결혼정보회사 관계자는 "외적인 미(美)의 판단 기준이 높아지면서 남성 회원들이 여성의 외모를 상당히 따지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면서 "반대로 다소 선호하는 외모가 아니라도 부모의 직업과 재산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면 남성 회원들로부터 프러포즈를 많이 받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한 한 여성회원은 "결혼정보회사가 외모, 재산, 학벌, 직업 등으로 나눠 여성회원들을 등급화해 맞선을 보게 한다는 사실에 놀랐다"면서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하면서까지 영업을 하는 결혼정보회사에 대해서는 정책당국의 강력한 행정지도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결혼정보회사의 여성 등급표를 보면 우선 직업의 경우 부모와 본인 것을 함께 분류해 점수를 매겼다.

부모가 국회의원이거나 장·차관급 공무원, 판·검사, 자치단체장, 병원장이면 본인 직업과 상관없이 1등급을 줬다. 본인 판·검사는 7등급이었다. 같은 판·검사라도 부모 쪽에 점수가 높은 것은 직급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부모가 1급 공무원이면 2등급으로 분류됐다. 2급 공무원이거나 지방 기관장, 이른바 SKY 교수는 3등급이었다.

4등급부터는 '부모'가 아니라 '본인'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스타급 연예인과 메이저 언론사 아나운서, 미스코리아대회 선(善) 이상 입상자는 4등급이었고 비스타급 연예인, 비메이저 언론사 아나운서, 미스코리아대회 미(美) 입상자는 이보다 한 단계 낮게 평가했다.

미혼 남성들이 선호하는 직업으로 알려졌던 교사는 예상외로 10등급에 위치해 있었다. '여성 교사는 10년 전과 똑같이 미혼 남성이 원하는 직업 1위'라는 한 포털 사이트의 최근 조사 결과와 대조됐다. 미혼 남성과 결혼정보회사의 시선 차이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등급표는 1등급이 80점이었으며 하위로 내려갈수록 1∼3점까지 차감했다. 표에서 가장 아래에 있는 '무직'은 56점이었다. 남성 직업 1등급인 서울대 법대 출신 판·검사가 100점인 점을 감안하면, 여성의 경우 최종 점수에서 직업 비중이 그다지 크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여성은 남성에 비해 외모가 중요한 평가 요소로 작용했다. 남성은 60점이 만점이지만 여성은 100점이 최고 점수인 것이다. 등급표를 살펴보면 키 170㎝, 몸무게 55㎏을 가장 이상적인 외모 조건으로 봤다. 10등급은 152㎝, 37㎏이었으며 키가 1등급 이상이거나 미만이면 비율대로 2㎝당 5점씩 감산했다.

몸무게 기준은 더 강했다. 5㎏ 증감 시 10점씩 뺐다. 보기 심한 흉터가 있거나 가슴 사이즈가 A컵 이하이면 역시 -10점이었다.

외모에서 얼굴과 몸매는 '무난'해야 했다. 하지만 결혼정보회사 매니저가 '예쁨의 정도'를 판단해 중·하는 -5점, 하는 -15점을 각각 계산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결혼정보회사가 생각하는 '무난'의 정도가 최소 '상'은 돼야 한다는 것을 충분히 짐작 가능케 하는 부분이다.

결혼정보회사 관계자는 "외모가 중요한 사회이기 때문에 '성형여부'도 체크를 한 뒤 너무 표시가 많이 날 경우 점수를 증감한다"면서 "남성 고객들도 '이왕이면 다홍치마'를 원해 어쩔 수 없다"고 전했다.

재산은 남성 등급표와 비교를 거부하는 수준이었다. 남성은 100억원 이상이면 1등급이었지만 여성은 부모와 본인의 부동산, 주식, 현금 등의 합계가 1000억원 이상이어야 100점을 받을 수 있었다. 등급이 한 단계씩 내려갈 때마다 점수는 5점씩 차감됐으며 3억원 이하는 표에 존재하지 않았다. 외모와 마찬가지로 여성을 분류하는 중요한 잣대였다.

여성의 학벌은 서울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미국 명문대 등에 1등급을 줬지만 남성에 비해 만점이 20점 낮은 60점로 표기돼 있었다.

결혼정보회사는 이처럼 각 항목별로 고객의 점수를 채점한 뒤 340점 만점에 315점 이상이면 A+, 290∼314점 A, 265∼289점 B+, 240∼264점 B, 215점∼239점 C, 186∼214점 D 등과 같은 평점을 매겼다. 점수에 따라 서비스 차이가 있었고 비슷한 스펙의 상대방을 찾으려면 그만큼 비용도 지불해야 했다.

결혼정보회사 관계자는 "모든 그러지는 않겠지만 상당수 업체가 나름의 기준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다만 문서로 만들었는지 여부와 등급의 수준 차이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jjw@fnnews.com 정지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