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때려 치우고 컨테이너서 1200억 '대박男'

2011. 11. 22. 17:24분야별 성공 스토리

삼성 때려 치우고 컨테이너서 1200억 '대박男'
FPCB 소재 글로벌 점유율 1위 이녹스 장경호 대표
낡은 컨테이너서 소재사업 시작, 10년만에 매출 1200억 일궈
기사입력 2011.11.21 09:43:23 | 최종수정 2011.11.21 16:08:58

"돈이 없어 낡은 컨테이너를 사무실로 사업을 시작한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8일 창립 10주년을 맞은 이녹스 장경호 대표(54·사진)는 10년 전을 회상하며 이처럼 밝혔다.

2001년 삼성그룹 계열사인 새한그룹을 나온 장 대표는 사업 자금이 없어 낡은 컨테이너를 사무실 대용으로 사용하고 회사에서 버린 책상과 의자를 가져다 사업을 시작했다.

새한그룹이 무리한 계열사 지원으로 재정이 크게 악화되면서 당시 추진중이었던 전자·정보 사업이 하루 아침에 중단 돼 회사를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그룹에서 진행중이던 반도체 사업을 시작하려 했지만 당시 상황에서는 규모나 기술력 등에서 넘어야 할 산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사업 궤도를 소재 분야로 수정했고 오늘날 이녹스가 된 것이죠"

국내 산업이 부품과 완제품 위주였기 때문에 소재 쪽 시장은 전무했고 그동안 쌓아온 화학 기반의 기술력이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소재는 부품하고 차원이 다릅니다. 원천 기술에 가깝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높은 반면 대기업이 뛰어들기에는 시장이 작아 이녹스와 같이 기술 경쟁력을 갖춘 회사의 경우 시장 트렌드만 파악한다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녹스의 FPCB(연성회로기판) 소재는 전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며 이녹스의 규모 경쟁을 키우는데 기여했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일본 수입에 의존했던 소재를 이녹스가 국산화시키는데 성공하면서 국내 기업 뿐 아니라 전세계 관련 업체들이 이녹스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다.

특히 국내 기업의 경우는 엔고 상황이 지속되면서 이녹스 국산화 만큼 반가운 소식이 없었다.

FPCB 핵심 원료인 폴리이미드(PI) 필름 분야 전문가이기도 한 장 대표는 "2000년대 만해도 국내 FPCB 시장 70% 이상이 일본 제품이었고 원료조차도 일본에서 전량 수입해야 했다"며 "국산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기술 개발을 시작했고 최초로 국산화에 성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녹스는 2006년 화학 분야 기술력을 인정받고 2004년부터 급성장한 실적으로 마침내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증시 상장을 통해 회사 알리기에 나선 결과 2004년 매출 150억에서 2006년 227억원으로 급성장했고 2007년 265억원, 2008년 300억원을 돌파했다.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이녹스는 2009년 727억원 매출을 기록, 전년 대비 2배 성장했으며 지난해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다. 올해는 분기별 사상 최대실적을 경신하며 연초 제시한 1200억원 매출 달성도 무난할 전망이다.

한편 이녹스는 2012년 새로운 10년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이전한 아산 신공장을 중심으로 기존 FPCB 소재 사업과 함께 반도체 소재 사업을 확대하고 신규 사업 3개 분야를 론칭, 소재 전문 기업으로 발돋움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2015년까지 이녹스를 매출 5000억원 규모의 회사로 만들 계획이다.

주 사업인 FPCB 사업 외에 반도체 소재 사업 영역을 넓히고 일본이 차지하고 있는 화학 기반의 소재 분야를 하나씩 국산화하면서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면 매출 5000억원 달성이 결코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미 메탈 CCL 등 3개 분야에서 올해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환경, 바이오, 차세대 디스플레이 관련 소재 분야 등도 검토중이다.

또한 기술력이 생명인 만큼 인재 확보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현재 이녹스 직원은 290명이지만 사업 확장, 신사업 추진 등을 감안할 때 추가로 인재가 필요하다고 판단, 고급 인력 채용에 나서고 있다.

대졸 초임 연봉은 3400만원으로 대기업은 아니더라도 중견기업과 비슷한 수준으로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장 대표는 "연구 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려서 1차적으로 일본이 장악하고 있는 화학 기반의 소재 기술을 모두 국산화하는 것"이라며 "이럴 경우 국내 기업들에게는 원가 절감 기회를 제공하고 이녹스는 이 분야에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향후에는 매출을 1조원까지 확대하고 궁극적으로 글로벌 소재 전문기업을 넘어 표준화를 주도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