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 24. 09:02ㆍ분야별 성공 스토리
치킨 들고온 엄마도 돌려보내
처음에 항의하던 학부모들 이젠 스승의 날에도 안 와요
[중앙일보 이원진.윤석만.김민상]
"엄마들이 담임에게 눈도장을 찍으려 난리였어요. 분기별로 30만원가량 드는 촌지를 견딜 수 없어 이민 간 엄마도 있다는 말까지 돌았어요."
서울 송파구 잠실2동 잠일초등학교. 이현숙(47·사진)씨는 2009년 3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이 학교에서 학부모 운영위원장을 지냈다. 45세에 학부모가 된 이씨는 위원장을 맡을 정도로 학교 활동에 앞장설 생각은 아니었다. 하지만 장상전(62) 교장의 말을 듣고 결심을 했다. 장 교장은 2009년 초 학부모회의에서 "촌지를 없애고 학부모가 걱정 없이 자녀를 학교에 보낼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교사 권위가 떨어진 건 교사 책임이 크며, 학부모 입장을 먼저 헤아리며 아이들을 가르치겠다는 고백도 했다. 장 교장의 말에 감동한 이씨는 학부모 운영위원장을 맡겠다고 나섰다.
잠일초 인근 대규모 아파트단지에는 전문직 종사자가 많이 산다. 2009년 한 여론조사기관의 조사에서 이 학교 학생들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70만원으로 서울 전체 초등학교 591곳 중 1위였다. 학부모들이 촌지를 적잖이 쓴다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씨는 '촌지 없는 학교'를 만들려면 문제 소지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학부모의 평상시 학교 출입을 제한하자고 학교 측에 요청했다. 대신 학교와 자녀 관련 궁금증은 두 달에 한 번 야간 학부모 연수 때 해결하자는 대안을 제시하자 학교 측이 받아들였다.
강수(强手)도 뒀다. 지난해 환경미화를 돕겠다는 이유로 규칙을 어긴 학부모는 학교 폐쇄회로TV(CCTV) 화면에 포착돼 집으로 돌아갔다. 자녀의 학급 아이들에게 돌릴 치킨을 사들고 온 학부모도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학교 배움터지킴이 등이 암행감찰단처럼 학교에 오는 학부모의 가방을 검사하기까지 했다.
교직원과 학부모의 항의가 빗발쳤다. 장 교장은 "학부모 운영위가 중심이 돼 설득하고 또 설득했다"고 말했다. 교장을 도운 학부모의 노력은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반신반의하던 학부모들은 더 이상 스승의 날이나 명절에도 학교에 오지 않았다. 불필요한 부담에서 벗어나자 부모들은 열정을 다른 곳에 쏟았다.
◆교육팀=김성탁(팀장)이원진·윤석만·김민상 기자 < sunty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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