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男 LG화학 박차고 수저 한번 구부려보니…

2011. 11. 23. 18:18분야별 성공 스토리

50대男 LG화학 박차고 수저 한번 구부려보니…
기사입력 2011.11.23 11:29:59 | 최종수정 2011.11.23 16:02:12

"앞으로는 식당에서 밥을 먹기 전, 수저 밑에 냅킨을 깔 필요가 없습니다. 가운데가 `휜` 위생수저 하나면 안심하고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최근 숟가락의 끝부분이 바닥에 닿지 않도록 한 위생수저로 화제가 된 김여일 키친아이디어 사장(53·사진).

그는 23일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위생수저 특징을 묻는 기자에게 냅킨 얘기를 먼저 했다.

"직장인들이 점심시간 식당에 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흔히 냅킨을 깔고 수저와 젓가락을 두는 것입니다. 식탁 위에 있는 각종 이물질들을 염려해 위생을 챙기는 것이죠."

하지만 정작 냅킨에 인체에 해로운 세균이 득실대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김 사장은 위생수저 아이디어는 이 같은 질문에서부터 출발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식기 중에 입과 직접 접촉하는 도구는 수저뿐이지만 위생 측면에서는 너무 소홀히 하고 있는 점을 파고들었다"며 "무심코 집어든 냅킨에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나 균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를 안전한다고 이용하는지 보기 딱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조사 결과 대형 식당의 냅킨에서는 표백제 성분인 형광증백제가 검출됐으며 식당 식탁의 이물질을 닦아내던 행주에는 무려 150만 마리 이상의 대장균이 검출돼 위생 논란을 빚었다.

때마침 김 사장이 올초 선보인 위생수저는 이런 논란을 `종결`할 만했다. 수저 중간에 굴곡을 한번 두니 끝 부분이 자연스럽게 위로 향해 바닥에 전혀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키친 아이디어는 이같은 설계에 대한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그는 "오랜 고향친구인 한문옥 사장과 지난 2년간 위생수저만을 생각해 개발해온 성과였다"며 "기존 수저에 덧붙이고 뺄게 없으니 제조원가를 높이지 않아 가격경쟁력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김 사장은 잘 나가는 LG화학 홍보 담당 자리를 박차고 나와 올초부터 위생수저만을 위한 홍보맨을 자처하고 있다.

전국 식당을 돌아다니며 위생수저의 장점을 알리는가 하면 생산을 꺼려하는 수저 제조업체 사장들을 만나 설득하고 또 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해 협상도 마다 않고 있다.

"홍보실력은 자신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조직을 벗어나 직접 하려다보니 어려운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며 "휜 수저는 낡고 오래됐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일이 무엇보다 어려웠다"고 김사장은 당시를 떠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포기하지 않게 했던 것은 선뜻 위생수저를 구매한 고객들이 오픈마켓에 남겨준 사용 후기였다.

현재 위생수저는 G마켓과 옥션, 11번가 등의 오픈마켓에서 구입할 수 있다.

특히 60~70대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손자손녀에게 부탁해 남겨준 글은 `5000만명 전 국민 위생수저 사용`을 목표로 그를 끊임없이 판로 개척에 나서게끔 한다.

김 사장은 "우리 부모님뻘 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분들은 식탁에 수저가 닿아 옮길지 모를 질환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높았다"며 "위생수저를 사용해 그나마 심리적 안정을 얻어 고맙다는 후기들이 있어 나를 절로 위생수저 홍보대사로 나서게 한다"고 말했다.

올해 열린 서울국제외식산업박람회에서 히트상품으로 선정되자 지역 식당에서 위생수저를 구입하기 시작한 것도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처음 시도가 어려웠을 뿐 위생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자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자 위생수저 구매 주문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는 "한 식당에서 (위생수저를) 구매하면 인근 식당에서도 곧바로 주문이 들어오는 식"이라며 "위생수저를 사용한 식당 고객들의 반응이 워낙 좋다보니 주변 식당들이 경쟁적으로 사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관련업계에서는 현재 주방용품 시장규모를 연 5조원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중 1~2% 가량이 수저와 젓가락 시장으로, 그 규모가 연 최대 1000억원에 이른다.

김 사장은 "내게 분명 수저가 있지만 위생수저를 사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그 목표를 이룰 때 전 국민 위생수준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