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버팀목’ 獨-中마저 흔들린다

2011. 11. 25. 08:54지구촌 소식

‘세계경제 버팀목’ 獨-中마저 흔들린다
獨 국채 65%만 팔리고 中 경기전망 2009년이후 최악… 日-佛은 신용강등 위기
동아일보|
입력 2011.11.25 03:13
|수정 2011.11.25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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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용평가사들이 지역을 가리지 않고 주요국들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무더기로 경고했다. 여기에 유럽 1위, 세계 4위의 경제대국 독일이 10년물 국채 판매 실적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세계 경제회복의 견인차로 기대됐던 중국 경제에는 성장엔진이 꺼지고 있다는 우려가 잇따른다. 유로존 위기가 세계 경제위기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 신용등급 무더기 강등


최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 & P)와 무디스로부터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경고받은 프랑스는 24일 피치의 경고도 받았다. 이날 피치는 "유로존 위기 구제에 대한 분담이 독일 다음으로 큰 프랑스가 위기가 심화되면 가뜩이나 문제인 재정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이 경우 AAA 등급 유지가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S & P는 또 4월 이후 신용등급과 등급 전망을 각각 'AA―', '부정적'으로 제시해 온 일본에 대해 "노다 요시히코 일본 정부가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며 24일 또다시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미 무디스는 8월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을 Aa2에서 중국과 같은 수준인 Aa3로 한 단계 하향조정했다. S & P는 반정부 시위에 따른 정국 불안을 이유로 이집트 신용등급도 'BB―'에서 'B+'로 한 단계 하향조정했다.

한편 피치는 24일 포르투갈 신용등급을 'BBB―'에서 투자부적격(정크) 등급인 'BB+'로 1단계 강등했다. 향후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23일엔 터키에 대해서도 거시경제 안정성에 단기 위험이 증가했다며 현 'BB+' 등급에 대한 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 강등 경고장을 무더기로 쏟아낸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 '독일, 너마저도'


독일은 23일 60억 유로어치의 10년 만기 국채를 발행했으나 시장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아 65%인 36억4000만 유로만 소화됐다. 독일의 역대 10년물 국채 매각에서 가장 부진한 실적이다. 이는 유로존의 가장 안전한 투자처인 독일 국채마저 투자자가 외면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져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23일 독일 국채의 수익률(금리)은 영국 국채 수익률을 웃도는 '수모'도 겪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영국 국채(길트) 10년물 수익률이 장중 한때 2.13%로 독일 국채(분트) 2.14%보다 낮았다. 뉴욕타임스는 "독일 국채 수익률이 영국 국채 수익률에 근접한 것은 현재 영국이 독일보다 인플레가 심각하고 빚도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독일 국채에 대한 신뢰까지 흔들리고 있는 것은 유럽 재정위기로 유럽이 단일통화를 유지할 수 있는지에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투자금융기관 미즈호애셋의 채권 책임자 다케이 아키라 씨도 "위기가 독일까지 왔다는 예감이 든다"고 말했다.

독일 국채 매각의 부진에 대해서는 높은 금리를 주면서까지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없는 독일이 이날 국채 수익률(금리)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저인 1.98%로 낮춘 데다 투자자들이 이미 독일 국채를 많이 사놓았기 때문에 매각이 부진한 것처럼 보인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 중국 2년래 경기 전망 최악


세계 경제 회복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돼 온 중국 경기 전망도 2년여 만에 최악으로 떨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3일 앞으로의 실물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수인 'HSBC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이달 '48'(50 미만이면 경기가 위축될 것이란 전망을 나타냄)로 전달에 비해 3포인트 내려가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안후이(安徽) 성의 한 의류 수출업체의 예를 들며 지난해에 비해 수출 주문이 50%가량 줄어드는 등 수년 만에 근로자 수가 1000명에서 250명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또 광둥(廣東) 성 선전(深(수,천)) 등의 경공업체 도산이 잇따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수출도 3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하락했다. 경기 활황세를 보여주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10월 5.5%로 9월의 6.1%에서 떨어졌다. 세계은행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올해 9.1%에서 내년에는 8.4%로 낮아질 것이라고 최근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4일 수출량 감소에 따른 임금 삭감으로 노동자들의 불법 파업이 이어지면서 중국 노동계 혼란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 소재 인권단체인 '중국노동감시'에 따르면 광둥 성 선전의 한 대만 컴퓨터부품업체 직원 1000여 명이 22일부터 파업에 돌입했으며 지난주 광둥 성 수출 중심지인 둥관(東莞)의 유명 운동화 브랜드 하청공장에서도 직원 7000여 명이 시위를 벌였다. 홍콩의 비영리기구인 중국노동회보(CLB)는 "지난 일주일 동안에만 1만여 명이 파업에 들어갔다"며 "노동계의 불안이 작년 여름 이후 가장 두드러지게 고조됐다"고 했다.

한편 미국 정부가 23일 발표한 제조업과 소비 고용 지표 모두 향후 경기회복 전망을 어둡게 했다. 미 상무부는 이날 제조업 경기흐름을 보여주는 지표인 내구재 주문이 지난달 0.7% 줄었다고 밝혔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