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이 차린 특별한 '재활용품 가게'

2011. 11. 30. 08:55세계 아이디어 상품

교수들이 차린 특별한 '재활용품 가게'

환경 살리고 학생 돕는 '서강나눔터'

서강대학교 동문회관인 '아르페관' 1층 한쪽에는 특별한 가게가 있다.

가게 이름은 '서강나눔터'. 지난 2004년 당시 영미어문학과 교수로 재직했던 신숙원(69) 법인이사와 한징택(56.여) 생명과학과 교수를 비롯한 서강대 여교수 6명이 주축을 이뤄 재활용품을 판매하고 그 수익을 학생에게 돌려주는 자선가게다.

한 교수는 30일 "버려질 물건들을 재판매해 환경을 살리는 동시에 수익금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꿈을 이어갈 힘을 주는 가게"라고 소개했다.

서강나눔터에 들어오는 기증품을 분류하고 정리하는 역할은 아이가 학교를 다닐때 봉사를 시작해 졸업 후에도 꾸준히 일손을 돕는 학부모를 비롯해 전직 교직원, 동네 주민 등 9명의 자원봉사자가 돌아가며 맡고 있다.

신 이사가 퇴직하면서 가게를 이끄는 한 교수는 지난 2004년 봄, 서강대 여교수들의 모임인 여교수협의회 차원에서 회원으로서 활동과 역할을 고민하다 `아름다운 가게'를 떠올렸다.

아름다운 가게 같은 자선상점이 학교에 있으면 학생들이 쓰던 물건을 재활용하며 환경보호를 실천할 수도 있고 이익이 생기면 어려운 학생도 도울 수 있겠구나 생각한 것이다.

한 교수를 포함해 6명의 여교수가 힘을 합쳤고 당시 한 교수의 '인간과 환경' 강의 수강생들, 환경동아리 '풍뎅이' 소속 학생 10여명도 동참했다.

평일 오후 1~6시(동절기는 5시)까지 문을 여는 서강나눔터의 수익과 연 2회 열리는 바자회 수익에다 매달 1만~2만원의 소액현금 기부까지 더하면 연간 수익은 5천만원에 달한다.

이 수익금은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나 소년소녀가장 등에 돌아가고 남는 돈은 학교 발전기금에 기탁한 뒤 도움이 필요한 학생이 있으면 학교에 요청해 장학금으로 준다.

동참한 교수의 지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재활용품뿐 아니라 새 상품을 기부하겠다는 사람들도 나타나 가게가 더 풍성해졌다.

이 가게 단골이라는 김모(53.여)씨는 "원래 재활용품을 좋아하는데 교수들이 많이 참여해서 그런지 해외에 나가야 살 만한 희소성 있는 물건이 많다"며 "여기 있는 물건 대부분이 누군가 필요없다고 기증한 것이지만 와보면 보는 재미도 있고 쓸모도 있고 소중한 물건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엔 이화여대가 `서강나눔터'를 모델로 삼아 학교가 직접 운영하는 자선가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웃학교의 벤치마킹 대상까지 된 셈이다.

한징택 교수는 "거창하지 않아도 내 옆의 사람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데 보탬이된다면 그게 곧 환경에 대한 배려이고 관심"이라며 "서강나눔터에 학생 참여를 늘리려고 노력 중인데 학생들이 이곳에서 환경과 주변에 대한 관심을 키워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또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분들은 되레 고맙다고 말한다. 남을 돕고 싶지만 아직 방법을 몰라 고민하는 이가 있다면 서강나눔터에 들러달라"고 당부했다.

서울=연합뉴스 / 2011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