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괴담, 사실과 허구 사이

2011. 12. 3. 09:29이슈 뉴스스크랩

[매경의 창] SNS 괴담, 사실과 허구 사이
매일경제 기사입력 2011.12.01 17:07:07 | 최종수정 2011.12.01 17:08:00

역사와 소설은 다르다. 하나는 실존인물에 근거해 사실(fact)에 충실하고, 다른 하나는 상상력을 통해 허구(fiction)를 꾸며낸다. 딱딱한 역사보다 소설이 재미로운 이유다. 요즘 소셜네트워크(SNS)에 떠도는 괴담은 실명을 도용해 소설을 쓰는 일종의 `팩션(faction)`에 가깝다.

최근의 괴담, `인기 방송인 강호동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 강호동이라는 실명을 통해 죽음이라는 충격적 사건을 조작하니 사람들은 관심과 흥미를 갖게 된다. 입과 귀를 통해 퍼지면서 뜬소문의 확대재생산이 이루어진다. 우리 사회에서 이런 방식의 괴담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이나 집단이 적지 않다. SNS 규제에 대한 요구가 나오는 배경이다.

SNS는 `송신자로부터 수신자로`라는 한 방향으로의 전달과 달리 시ㆍ공간 제약을 넘어 서로 정보를 나누는 소통, 공감, 연대의 장이다. 정보 독점에 따른 기득권 유지는 더 이상 쉽지 않다. 지난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보았듯이 20~40대의 반란은 SNS를 통해 가능했다. 이제 엘리트에서 대중으로 권력이 넘어가는 `위대한 사회(big society)`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 우리의 경우 무려 1500만명이 싸이월드,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링크나우 등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약 530만명의 트위터 이용자는 주로 정치문제 그리고 757만 미투데이 이용자는 연예계 동정에 관심이 많다. 문제는 좋은 것보다 나쁜 얘기를 서로 나눈다는 사실이다. 한국소셜메트릭스의 자료에 따르면 트위터에 올라온 글 중 부정적 언급이 64.7%로 긍정적 언급 25.3%를 압도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내재한 불신과 불만의 반영이다. 현역 국회의원 폴로어들 중 진보적 성향 사용자가 보수에 비해 거의 두 배가 많다는 점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사실은 SNS에 떠도는 괴담은 괴담 자체가 널리 퍼지기보다 그러한 실체 없는 괴담을 인용하는 일부 언론매체의 보도에서 기인하고 있다. 유저스토리랩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의 `장기적출 인신매매` 괴담은 트위터에서 별로 없고 오히려 그것을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는 언론기사가 트위터에 올라오면서 확산되어 왔다. 괴담의 온상이 일부 언론과 논객일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보여준다.

누구나 정보에 대한 욕구를 지닌다. 우리의 경우 기존 매체는 보수와 진보로 갈라 사실을 염색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한 쪽은 애국이고 다른 쪽은 매국이라 한다. 논평은 다르더라도 사실은 정확히 보도해야 한다. 보도가 정확하고 논평이 공정하면 괴담이 설 자리가 없다.

우리 사회의 소통공간인 공론장(public sphere)이 고장 나 있다. SNS가 공론장이 되기에 부족한 것이 아니다. 국내외 현안에 대한 오프라인 공론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기 때문에 SNS를 통한 온라인 공론장이 시끄러울 뿐이다. 물론 흥미, 비방, 선동을 위한 책임없는 악의적 정보전달은 문제가 심각하다. 그러나 SNS를 규제하기 위한 법제화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해 우리 사회의 소통과 교류를 차단할 수 있다.

자본주의는 시민사회 없이 가능하지만, 민주주의는 시민사회가 있기에 가능하다. 시민사회의 핵심은 공론장이다.

한국 민주주의가 민주화 20년 이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까닭은 토론과 비판이라는 협의문화가 미숙하기 때문이다. SNS가 지니는 기능과 역기능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일방적 규제는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시민적 권리와 의무의 자각을 통해 잘못된 정보를 여과할 수 있는 의식개조와 자율정화가 효율적이고 적절한 해답이다. 언로가 열려 있지만 왜곡되어 있는 한국사회에서 SNS는 그나마 서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민의를 대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