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자영업자 열 중 아홉, 실업자 통계서 빠져있어

2011. 12. 23. 19:24이슈 뉴스스크랩

망한 자영업자 열 중 아홉, 실업자 통계서 빠져있어

  •  입력 : 2011.12.23 03:19

[통계청 실업자 기준의 문제] 실직자 5명중 1명만 실업자로
새해엔 '취업애로계층' 발표, 취업준비·구직단념자 빠져… 일부선 "범위 너무좁다" 비판

대학 졸업 후 한 대기업의 인턴사원으로 일하던 김민경씨(26·가명)는 최근 인턴 기간이 끝나자, 내년을 목표로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인턴을 하면서 여러 곳에 입사지원서를 냈지만 취업에 실패해 공무원으로 진로를 변경한 것이다. 보통의 상식으론 김씨는 대학 졸업 후 줄곧 '실업자'다.

그런데 통계청 기준으로 김씨는 실업자가 아니다. 정부는 실업자의 정의를 '현재 구직 활동을 하고 있지만 아직 취업하지 못한 사람'으로 한정하고 있다. 나머지 미취업자들은 모두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김씨는 인턴으로 일할 땐 취업자였고, 현재는 구직을 하지 않으니 비경제활동인구다. 일반 상식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본지가 입수한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실직자 5명 중 1명만 실업자로 분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직자 5명 중 1명만 '실업자'로 분류

기획재정부 문건에 따르면 2010년에 새로 실직한 사람 가운데 실업자 통계에 잡힌 사람은 21.8%였다. 나머지 78.2%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됐다. 자의건 타의건 일을 하다 그만둔 5명 중 4명은 실업률 통계에 잡히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넘어가는 것이다. 이는 새로 일자리를 잡기 어려워 아예 구직 활동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크다. 2010년에 폐업한 자영업자의 7.7%만 구직 활동을 하는 실업자로 분류됐고, 나머지 92.3%는 정부 통계상 비경제활동인구가 됐다. 실직한 임금 근로자의 25.3%가 실업자로 분류되고, 74.7%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불리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이를 역으로 생각하면 공식실업자의 몇 배에 이르는 취업 희망자가 비경제활동인구에 숨어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정부 통계상 실업자로 분류되는 숫자의 4배나 되는 사실상 실업자가 실업 통계에서 빠진다는 것은 그만큼 통계가 현실을 축소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

정부가 집계한 실질실업률 범위도 좁아

정부는 극도로 협소한 공식 실업률 범위를 보완하기 위해 '취업애로계층'이라는 내부 통계를 만들었다. 정부는 그간 공개하지 않았던 '취업애로계층' 통계를 내년부터 공개할 방침이다.

'취업애로계층'이란 공식 실업자 외에도, 불완전취업자(현재 급여로 생계유지가 어려워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와 취업의사가 있는 비경제활동인구를 포함한 개념이다. 2010년 기준으로 취업애로계층은 공식 실업자(92만명)의 두 배쯤 되는 192만1000명에 이른다. 이를 토대로 실질 청년실업률은 공식 청년실업률(8.7%)보다 3.0%포인트 높은 11.7%로 나온다.

민간에선 정부가 내부 집계하는 '취업애로계층' 역시 범위가 너무 좁다고 비판한다.

실질적인 실업자라 할 수 있는 ▲취업준비자 ▲쉬었음(육아·가사·질병 등 특별한 사유 없이 쉰 사람) ▲구직단념자(취업이 안 돼 구직을 아예 포기한 사람) 대부분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구직단념자 등을 모두 합산하면 300만명이 넘는데 이 가운데 100만명 정도만 실질 청년실업자로 보는 건 정부가 범위를 너무 좁게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단순 공개에 머물기보다 실질 실업 통계를 다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야 현실에 보다 가까운 일자리 정책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