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건보 지역가입자 5가구중 1곳 체납(6개월 이상)

2011. 12. 27. 08:51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불황에… 건보 지역가입자 5가구중 1곳 체납(6개월 이상)
[올 10월까지 154만가구 체납액 2조 육박… 건보 재정난 가중]
실직·부도 직격탄 - 月보험료 3만원이하 저소득층, 전체 체납자의 절반 차지
서민 돈으로 진료받는 고소득자 - 300억대 부동산 보유 자산가, 7000만원 안내고 버젓이 혜택
조선일보|
김동섭 보건복지전문기자|
입력 2011.12.27 03:26
|수정 2011.12.27 03:43
|누가 봤을까? 10대 남성,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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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사별한 이모(52)씨는 작은 상가 건물을 임대해 월 30만원씩 받는 수입이 소득의 전부이다. 하지만 이씨에겐 상가 건물이 있다는 이유로 매월 9만7000원씩 건강보험료가 부과되고 있다. 이씨는 "생활비도 모자라 은행에서 빚을 내고 있는데 건보료를 낼 여력이 어디 있느냐"며 건보료를 4년째 내지 않고 있다.

경기 침체와 사업 실패, 실직 등의 여파로 건보료 체납액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전 국민으로부터 건보료를 거둬 각종 질병 진료비로 쓰는 건강보험제도가 흔들리고 있다.

↑ [조선일보]

정부는 저소득층을 상대로 해마다 수백억~수천억원씩의 건보료를 탕감해주고 있지만 건보료 체납 규모는 오히려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6일 건강보험공단 에 따르면 지난 10월 현재 6개월 이상 건보료를 체납한 경우가 전체 건보 가입자(779만가구)의 19.7%(153만8000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5가구 중 1가구 꼴로 건보료를 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난이 해마다 거듭되면서 건보료를 성실하게 납부하는 사람들의 건보료 부담이 덩달아 커지고 있다.

이들이 체납한 건보료 규모는 올 10월 현재 자영업자·농어민 등 지역가입자 1조7653억원, 직장가입자 1960억원 등 총 1조9613억원이었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올해 저소득층들에게 탕감해준 건보료 체납액(997억원)을 감안하면 실제 체납액은 2조610억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건보료 체납액이 급증한 것은 경기가 나쁜 데다 실직·부도 위기 등으로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저소득층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건보공단은 분석했다. 실제로 전체 체납자의 절반은 월 3만원 이하의 건보료를 내는 저소득층이었다.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이나 고소득자들의 '배짱' 체납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300억원대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경기 용인의 박모씨는 2002년부터 지금까지 10년동안 7000만원의 건보료를 체납했다.

건보공단은 "박씨처럼 고소득·고재산가 중에서 고의적으로 건보료를 내지 않는 사람이 5만여명, 체납액은 146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 가운데는 건보료 체납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은 뒤 버젓이 건보 혜택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건보료를 6개월 이상 안 내면 보험혜택을 못받지만, 이를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통제·관리하는 곳이 없다는 점을 악용한 고소득자들이 '공짜 건보 혜택'을 받은 규모는 총 361억원으로 조사됐다.

이 돈은 대부분 서민들이 내는 건보료에서 충당돼 사실상 고소득자들이 자신들의 부담을 서민들에게 지운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사공진 한양대 교수는 "정부가 의료비를 지원해주는 대상자가 미국은 15%나 되지만 우리는 고작 3.2% 수준"이라며 "생계형 체납자는 정부가 의료비를 대주는 의료급여로 돌리는 대신 고의적으로 보험료를 체납하는 고소득자들은 명단 공개 등으로 도덕적 해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