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큰손 '세대교체'…40대 단체관광 저물고 20대女 뜬다
2012. 1. 12. 09:07ㆍ지구촌 소식
中 관광객 쇼핑트렌드 바뀐다
'내맘대로' 자유여행 즐겨
인삼 등 특산물 대신 화장품·시계 등에 관심
서울·인천 찍고 제주까지 南進
無비자 입국 허용되면서 11년 만에 10배 늘어나
중국인 쇼핑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20대 중국인 여성들이 몰려오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종래 깃발을 든 가이드를 따라 무리지어 단체관광에 나서던 중국인들은 30~40대 남성이 주류를 이뤘다. 이제는 개인이 마음에 드는 일정을 정해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을 둘러보는 자유여행이 대세로 굳어가고 있다. 대체로 고소득층에 속하는 20대 여성들이 선호하는 화장품이나 명품시계, 의류 등이 잘 팔리는 이유다.
◆변화의 주역은 20대 여성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과 연결돼 있는 서울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는 한손에 지도, 한손에 쇼핑백을 들고 출입구를 찾는 중국 관광객이다. 이들 중국인 방한객은 2010년 187만여명에서 지난해 222만명으로 18%나 늘어났다. 눈에 띄는 것은 20대와 여성의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관광공사 해외마케팅실 곽상섭 차장은 "중국인 관광객의 성별 비율을 보면 2006년에 여성이 41.5%로 남성(58.5%)보다 훨씬 적었지만 작년에는 여성이 51.1%를 기록해 남성(48.9%)을 제쳤다"고 말했다. 그는 "연령대에서도 지난해 20대가 22.1%를 차지해 종전까지 점유율 1위였던 30대를 처음으로 추월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관광객 중 20대 여성들이 최근의 트렌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서대훈 일반여행업협회 인바운드팀장은 "그동안 중국인 관광객들은 30~40대 가장들이 연휴를 맞아 가족을 동반하고 한국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최근 주력층으로 떠오른 20대 여성들은 패키지 여행보다 개인일정에 따른 자유여행을 즐기는 특성을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의 성별 연령별 구성비가 변함에 따라 선호상품도 달라지고 있다. 서울 명동이나 남대문시장 등에서 고려인삼 같은 한국 특산물을 선물용으로 구매하던 패턴에서 벗어나 백화점 면세점 등에서 파는 화장품 시계 등 패션상품을 선호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 발길, 제주로 남진
중국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지역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중국 14개 은행이 연합해 만든 인롄카드의 한국 내 사용실적을 보면 서울과 인천이 1,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 지역의 점유율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반면 제주지역의 점유율은 2010년 12.6%에서 지난해 14.9%로 높아졌다. 지난해 제주도를 방문한 중국인은 56만여명이다. 2008년 2월부터 중국인 입국자에 대해 '무(無)비자' 입국이 전면 허용되면서 2000년 5만7000여명에 불과하던 중국인 관광객은 11년 만에 10배 가까이 늘었다.
소상공인컨설팅 전문가인 고경찬 한국경영기술법인 대표는 "제주에서 육지로 나가는 비행기를 타기가 불편할 정도로 중국인들이 몰려오고 있어 이들을 위한 상가나 먹자골목을 조성하는 일이 시급하다"며 "중국인 전용 마작방 같은 즐길거리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도권에 몰리던 중국 관광객이 제주 등지로 분산되는 현상을 보이자 지방자치단체들도 중국인 관광객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부산광역시는 최근 중국의 대표적인 인터넷 포털과 중국교육방송(CETV) 등의 기자단 6명을 초청해 3박4일 일정으로 부산지역 주요 의료시설과 관광지를 소개했다.
인천광역시도 올해 중국인 관광객 10만명을 유치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인천시는 이달 초 중국 현지 여행사 관계자 150여명을 대상으로 인천관광설명회를 개최한 뒤 월미도, 차이나타운, 인천대교, 송도국제도시 등 주요 관광지들을 둘러보는 행사를 가졌다.
◆백화점, 중국 '큰손' 모시기 경쟁
백화점들은 중국 '큰손' 고객을 자사 매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단체 관광객보다 여유있게 시간을 가지고 쇼핑하는 관광객들이 최근 매출을 주도하고 있다"며 "브랜드마다 신상품이 나오는 시기에 맞춰 방문하는 '단골' 고객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중국 인롄카드 고객 중 구매력이 높은 플래티넘 회원들을 대상으로 올 한 해 구매금액(100만원 이상)의 5%를 상품권으로 준다. 또 중국 관광객들이 최근 인롄카드 외에 중국에서 20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태평양카드로도 매장에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기념해 오는 9월 말까지 태평양카드 사용 고객 을 대상으로 구매금액(50만원 이상)의 5%를 상품권으로 준다. 신세계백화점도 인롄 플래티넘 회원을 대상으로 구매금액별로 상품권을 증정하는 행사를 오는 5월 말까지 연다.
현대백화점은 올초부터 중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자를 선발해 중국어판 페이스북을 운영하고 있다. 20~30대 젊은 중국 관광객들을 겨냥한 것이다. SNS 중국인 기자는 백화점 쇼핑정보와 문화공연 체험 후기 등을 중국어로 작성해 올린다. 현대백화점은 중국인들의 쇼핑 편의를 위해 매장에서 위안화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해 올 하반기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강창동 유통전문/송태형 기자cd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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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화권 관광객, 올 340만…日 처음 제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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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 등 특산물 대신 화장품·시계 등에 관심
서울·인천 찍고 제주까지 南進
無비자 입국 허용되면서 11년 만에 10배 늘어나
중국인 쇼핑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20대 중국인 여성들이 몰려오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종래 깃발을 든 가이드를 따라 무리지어 단체관광에 나서던 중국인들은 30~40대 남성이 주류를 이뤘다. 이제는 개인이 마음에 드는 일정을 정해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을 둘러보는 자유여행이 대세로 굳어가고 있다. 대체로 고소득층에 속하는 20대 여성들이 선호하는 화장품이나 명품시계, 의류 등이 잘 팔리는 이유다.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과 연결돼 있는 서울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는 한손에 지도, 한손에 쇼핑백을 들고 출입구를 찾는 중국 관광객이다. 이들 중국인 방한객은 2010년 187만여명에서 지난해 222만명으로 18%나 늘어났다. 눈에 띄는 것은 20대와 여성의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관광공사 해외마케팅실 곽상섭 차장은 "중국인 관광객의 성별 비율을 보면 2006년에 여성이 41.5%로 남성(58.5%)보다 훨씬 적었지만 작년에는 여성이 51.1%를 기록해 남성(48.9%)을 제쳤다"고 말했다. 그는 "연령대에서도 지난해 20대가 22.1%를 차지해 종전까지 점유율 1위였던 30대를 처음으로 추월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관광객 중 20대 여성들이 최근의 트렌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서대훈 일반여행업협회 인바운드팀장은 "그동안 중국인 관광객들은 30~40대 가장들이 연휴를 맞아 가족을 동반하고 한국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최근 주력층으로 떠오른 20대 여성들은 패키지 여행보다 개인일정에 따른 자유여행을 즐기는 특성을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의 성별 연령별 구성비가 변함에 따라 선호상품도 달라지고 있다. 서울 명동이나 남대문시장 등에서 고려인삼 같은 한국 특산물을 선물용으로 구매하던 패턴에서 벗어나 백화점 면세점 등에서 파는 화장품 시계 등 패션상품을 선호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 발길, 제주로 남진
중국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지역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중국 14개 은행이 연합해 만든 인롄카드의 한국 내 사용실적을 보면 서울과 인천이 1,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 지역의 점유율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반면 제주지역의 점유율은 2010년 12.6%에서 지난해 14.9%로 높아졌다. 지난해 제주도를 방문한 중국인은 56만여명이다. 2008년 2월부터 중국인 입국자에 대해 '무(無)비자' 입국이 전면 허용되면서 2000년 5만7000여명에 불과하던 중국인 관광객은 11년 만에 10배 가까이 늘었다.
소상공인컨설팅 전문가인 고경찬 한국경영기술법인 대표는 "제주에서 육지로 나가는 비행기를 타기가 불편할 정도로 중국인들이 몰려오고 있어 이들을 위한 상가나 먹자골목을 조성하는 일이 시급하다"며 "중국인 전용 마작방 같은 즐길거리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도권에 몰리던 중국 관광객이 제주 등지로 분산되는 현상을 보이자 지방자치단체들도 중국인 관광객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부산광역시는 최근 중국의 대표적인 인터넷 포털과 중국교육방송(CETV) 등의 기자단 6명을 초청해 3박4일 일정으로 부산지역 주요 의료시설과 관광지를 소개했다.
인천광역시도 올해 중국인 관광객 10만명을 유치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인천시는 이달 초 중국 현지 여행사 관계자 150여명을 대상으로 인천관광설명회를 개최한 뒤 월미도, 차이나타운, 인천대교, 송도국제도시 등 주요 관광지들을 둘러보는 행사를 가졌다.
◆백화점, 중국 '큰손' 모시기 경쟁
백화점들은 중국 '큰손' 고객을 자사 매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단체 관광객보다 여유있게 시간을 가지고 쇼핑하는 관광객들이 최근 매출을 주도하고 있다"며 "브랜드마다 신상품이 나오는 시기에 맞춰 방문하는 '단골' 고객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중국 인롄카드 고객 중 구매력이 높은 플래티넘 회원들을 대상으로 올 한 해 구매금액(100만원 이상)의 5%를 상품권으로 준다. 또 중국 관광객들이 최근 인롄카드 외에 중국에서 20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태평양카드로도 매장에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기념해 오는 9월 말까지 태평양카드 사용 고객 을 대상으로 구매금액(50만원 이상)의 5%를 상품권으로 준다. 신세계백화점도 인롄 플래티넘 회원을 대상으로 구매금액별로 상품권을 증정하는 행사를 오는 5월 말까지 연다.
현대백화점은 올초부터 중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자를 선발해 중국어판 페이스북을 운영하고 있다. 20~30대 젊은 중국 관광객들을 겨냥한 것이다. SNS 중국인 기자는 백화점 쇼핑정보와 문화공연 체험 후기 등을 중국어로 작성해 올린다. 현대백화점은 중국인들의 쇼핑 편의를 위해 매장에서 위안화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해 올 하반기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강창동 유통전문/송태형 기자cd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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