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 19. 08:40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180마리 경매 올라오던 홍어, 요즘엔 1000마리씩… 어민들 "해경 덕분"
흑산도 홍어 어장이 대풍(大豊)이다. 해경 특공대원이 중국어선 선장 칼에 찔려 사망한 이후 해경의 단속이 강화되자 중국 어선들이 거의 사라진 덕이다.
17일 0시 40분쯤 전남 신안군 흑산도 예리항. 홍어잡이 배 대광호가 어둠 속에서 시동을 걸었다. 대광호가 '으르렁'거리며 5시간을 숨 가쁘게 달려 도착한 곳은 흑산도 남서쪽 80km 해역의 국내 최대 홍어 어장이다.
↑ [조선일보]18일 어선에서 내려진 홍어들이 경매를 앞두고 흑산도 수협위판장 앞에 전시돼 있다. /주완중 기자 wjjoo@chosun.com
↑ [조선일보]17일 흑산도 홍어 선단 소속 서광호 선원들이 주낙으로 홍어를 끌어올리고 있다. 서광호는 전남 신안 흑산도에서 전북 군산 부근까지 오가며 홍어를 잡고 있다. 작년 12월 해경 특공대원 피살 후 해경의 단속이 강화돼 중국 어선이 크게 줄어들자 서해에서 1~2월이 제철인 홍어가 많이 잡혀 어민들을 기쁘게 하고 있다. /주완중 기자
선장 최한동(71)씨가 두리번거리며 얼마 전 설치한 부표를 찾았다. 엔진 동력으로 부표 끝에 매달린 주낙을 들어 올리자 ㄷ자 모양의 바늘에 줄줄이 홍어가 걸려 올라왔다. 기관장 최지술(53)씨는 흥이 났다. "같은 일을 똑같이 해도 홍어가 올라오면 신이 납니다. 하지만 빈 바늘만 올라오면 두 배는 더 힘이 들죠." 그는 연신 쇠꼬챙이로 홍어를 떼어냈다.
한 달 전만 해도 흑산도 수협위판장에서 열흘에 한번 정도 열리는 경매 때 홍어가 180마리 정도 올라왔다. 가격도 1등급(8.2kg 이상)이 75만원이 넘었다. 가격이 비싸니 찾는 사람도 드물어 썰렁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면서 경매장 풍경이 확 달라졌다. 수협위판장에는 1000여 마리의 큼지막한 홍어가 줄지어 누웠고 가격도 1등급 홍어가 45만원으로 떨어졌다.
'홍어 대박'에는 계절적 요인이 있다. 신안군수협에 따르면 서해의 1~2월 제철 어종은 홍어가 대표적이다. 조기의 경우 가을 어종으로, 이미 먼 바다로 빠져나가 근해 황금어장이 거의 소멸됐다. 꽃게는 가을, 고등어는 7~10월이 제철이다.
'홍어 대박'의 더 큰 요인은 최근 중국 어선들이 흑산도 홍어 어장에서 자취를 감춘 점이다. 8년 전 흑산도 홍어 어장에 중국 어선들이 처음 모습을 비칠 때만 해도 어민들은 큰 경계심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매년 야금야금 홍어 어장에 발을 들여놓던 중국 어선들이 급기야 작년 말에는 흑산도 홍어 어장을 완전히 장악하다시피 했다. 1000여 척씩 몰려다니는 중국 어선들이 지나간 자리는 쑥대밭이었다. 쌍끌이 어선인 중국 어선들은 우리 홍어 어선들이 쳐놓은 홍어잡이용 주낙을 훔쳐가거나 끊어 놓고 도망갔다. 신고받고 해경이 나타나면 중국 어선들은 한쪽에서는 도망을 가는 척하고 다른 쪽에서는 고기를 잡는 방법으로 해경을 우롱했다.
그러나 작년 12월 중순 우리 해경 특공대원 1명이 중국 어선 선장의 칼에 찔려 사망한 사건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해경은 단속 인원을 늘리고 붙잡히는 중국 어선에 벌금을 세게 물렸다. 극렬 저항하는 중국 어선엔 총기도 사용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중국 어선들은 거짓말처럼 자취를 감췄다.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은 조기 등의 어장이 제대로 형성되는 가을과 초겨울에 기승을 부리고 1월에는 줄어드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이번처럼 사라진 건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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