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10만원 vs 100만원…스무살 그들의 서울살이

2012. 2. 13. 09:01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월세 10만원 vs 100만원…스무살 그들의 서울살이

머니투데이 | 뉴스 | 입력 2012.02.12 12:01

#삼각지에 있는 고급 오피스텔 원룸은 월세 90만원, 미닫이문이 달린 100만원이 넘는집은 더 인기다. 전세는 2억이 넘는다. 이 돈으로는 웬만한 지방 아파트를 살 수 있는 돈이다. 연예인이나 회사원도 많지만 대학생들이 많이 살고 있다. 부동산 중개인은 오피스텔이 서울시내 중심이라 지역에 관계없이 다양한 학교 출신의 학생들이 살고 있다고 귀띔했다.





방을 구하는 학생들과 학생을 구하는 집주인들이 한 서울시내 대학교 앞, 벽보가 많이 붙은 곳에서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News1

#같은 집에서 살고 있는 남녀 대학생을 만났다. 이들은 주거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4개월 전부터 집을 합쳤다. 이들은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데 생활 습관 차이는 별 게 아니라고 말한다. 삶의 상식과 방식을 맞춰 가는 게 이들에겐 큰일이다. 이들은 "방 값을 줄이면서 훨씬 풍족하게 살고 있다"고 말한다.

◇ 동거 하니 알바가 필요없어

집세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대학가에는 동거하는 커플과 친구들이 공공연하게늘어나고 있다. 집세만 절약해도 엄청난 돈을 수중에 둘 수 있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은 한 번 쯤 동거를 고려한다.

실제로 함께 살고 있는 A(25)와 B(24ㆍ여)씨를 만났다.

학교 앞에 거주하는 다른 학생들과 달리 그들은 4개월 전부터 학교에서 버스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다.

A씨는 "처음에는 생활비를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같이 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혼자 살면 밥을 해도 못 먹어서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두 명이 같이 있으면 그런 일도 없고 대용량 세제나 샴푸, 로션 등을 살 수 있어 생활비가 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B씨는 "처음에는 치약 짜는 습관부터 안 맞아서 부딪혔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중에는 생활습관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고 소비 패턴이나 귀가 시간, 기본적인 생활 속 상식이 다른 게 더 큰 문제였다"고 덧붙였다.

각자 방을 가지고 있을 때는 월 45만원, 40만원씩 내고 고시원과 자취방에 살았는데, 같이살면서 월세 70만원짜리 원룸에서 살고 있다. 30만원으로 관리비와 식료품비를 조달한다. "주거비를 줄이면서 훨씬 풍족하고 편하게 살고 있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부모님께는 동성친구와 함께 산다고 이야기를 해놨다. 아직 부모님이 서울에 온 적은 없다.

연인은 동거 사실은 숨기지는 않지만 굳이 언급하지도 않는다. 몇몇 친한 친구들만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이들은 평소에 읽은 책이나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 시험기간에는 함께 공부를 하기도 하며, 같은 수업을 듣는 경우는 필기나 공부 내용을 공유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친구들끼리 같이 사는 경우도 많다.

같은 교회 친구와 한 집에 같이 살고 있는 김(27ㆍ여)씨는 "원룸에서 같이 살다가 지금은 경기도로 함께 옮겨 각자의 작은 공간을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친구 부모님이 보증금을 내줬다. 자신도 월세를 내지만 신세지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할 때가 많다. "친구 부모님은 서울에 자주 올라와 묵고 가시는데, 저희 부모님은 그럴 상황도 아니지만 올라올 생각도 않으신다"고 말했다.

◇ 월세 10만원 희망하우징 떨어지면 거주비 4배로 '껑충'





공사 중인 정릉동 희망하우징의 전경./사진제공=서울시청 News1

서울시가 비수도권 출신 대학생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집을 제공하는 '희망하우징'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희망하우징은 기초생활수급자 기준으로 월 8만600~13만2300원의 파격적인 가격으로 방을 제공한다.

서울시 SH공사 임대팀에 따르면 3일까지 모집한 268실의 '희망하우징'은 월말에 입주한다. 현재는 빈 집 상태로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희망하우징에서는 최대 3년까지 살 수 있다.

이번 희망하우징 평균 경쟁률은 5.1대 1이었다.

공급 1순위는 기초생활수급자나 아동 복지시설 퇴거자다. 2순위는 한부모가족 증명서나 장애수당대상자, 자활근로자 확인서 등을 제출할 수 있는 차상위계층이다. 높은 경쟁률 속에서 아주 어렵지 않은 사람들은 입주하기 힘들다.

권혁일(24)씨는 학교 근처에 있는 묵동 희망하우징 모집에 지원했다. 그는 현재 방학동안 집세를 절약하기 위해 고향인 전주에서 생활하고 있다.

권씨는"혼자서 그다지 좋지 않은 방에서 산다고 할 때 월 40만원이 일반적"이라며 "서울에 일정한 기반을 만들고 싶은데, 그것이 부모님의 도움 없이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 달에 40만원을 벌기위해서는 기본 시급 4580원 아르바이트를 88시간 일해야 한다. 공부를 하면서 등록금과 생활비까지 개인이 부모의 도움 없이 충당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에서는 성인이 되고도 부모에 기대며 살아가는 것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캥거루족'이라고 따로 이름 붙일 정도로 특수하다.

부모님이 경제권을 가지고 있으면 부모님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다. "경제적으로 부모에 의존하고 있으니 하고싶은 활동이나 지향하는 정치적 입장, 공부하는 방향이 위축되더라"고 말했다.

권씨는 인턴을 하기 위해 안정적인 주거지를 찾고 있다. 고득점 토익 성적표은 취직의 기본 여건이다. 요즘은 인턴 활동이 필수가 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방학에는 방을 비워야하는 기숙사에 살면서 인턴을 할 수가 없었다.

20대가 독립적인 생애 단계를 밟아 나가는 데 안정적이고 감당가능한 주거처는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권씨는 "장기 임대주택의 형식을 대학생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있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희망하우징은 서울시 외곽에 주로 분포한다. 희망하우징 주변 대학의 학생이 아니면 이용하기 힘들다.

희망하우징을 신청하려고 봤지만 신청할 수 없었다는 황 모(28)씨는 "희망하우징이 있는 곳들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며 "하나같이 학교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내가 갈만한 곳이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희망하우징중에 비교적서울 중심부라고 할 수 있는 논현동의 경쟁률이 가장 높았다.

권씨는 "희망하우징에 당첨되지 않으면 학교 주변의 자취방을 구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후 발표된 희망하우징 입주자 선발 결과에 권씨의 이름은 없었다. 권씨가 지원한 묵동 희망하우징에는 12실 분양에 87명이 지원해 경쟁률 7.3대 1을 기록했다.

남도학숙이라는 특이한 주거 형태도 있다. 남도학숙은 전라남도와 광주광역시에서 지역 출신 학생들의 서울 정착을 돕기 위해 마련한 기숙사 형태의 주거 공간이다. 약 810명이 살고 있다.

학숙비는 월 14만원으로 서울시의 희망하우징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이다. 한 번 들어오면 4년 까지 살 수 있으며 휴학자는 지낼 수 없다.

남도학숙은 사감이 있으며 매일 아침 체조, 통금 시간 등을 지키지 않으면 벌점을 준다. 벌점이 쌓이면 퇴사해야 하므로 대부분 학생들은 규칙을 잘 따른다.

남도학숙 학생회 활동을 하고 있는 조규장(26)씨는 통학시간이 1시간이나 걸리지만 비용이 저렴해 남도학숙을 선택했다.

이런 특수한주거 형태가 아니라면 대부분 고시원이나 자취방을 선택한다. 고시원은 원래 사법ㆍ행정ㆍ외무 고시 등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학습 효율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거주지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학가에서 저렴한 자취방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내 한 고시원의 방 문. News1

동국대 재학생인 신상철(22)씨는 월 43만원짜리 고시원에서 살았다. 현재는 대전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학교에서 공익근무를 하고 싶었지만 월세가 부담이 돼 고향으로 내려갔다.

군복무 뿐 만 아니라 매 방학에는 고향에 내려가면서 동아리 활동이나 선후배 모임에 참석하고 싶어도 못 할 때 아쉬움이 크다고 밝혔다.

"죄수를 독방에 가두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어요"라며 "좁은 방에 혼자앉아 있으니 외롭고, 소심해지는 느낌이었다"며 '간신히 몸을 뉘일 최소한의 주거 공간'에서의 감상을전했다.

◇ 숨만 쉬고 살아도 100만원 지출





이사할 오피스텔을 살펴보고 있는 학생. News1

교통이 편리한 삼각지에 위치한 한 오피스텔에는 100만원 전후의 월세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입주자중 많은 수가 대학생이다. 기자가 방문한 오피스텔 주변의 부동산의 중계업자 모두 오피스텔에 대학생이 많이 산다고 설명했다.

도보로는 숙명여대가 있고, 6호선을 따라 서강대와 고려대, 4호선에는 성균관대, 남쪽으로 가면 중앙대와 서울대까지 접근하기 좋다. 신촌으로 한 번에 가는 버스도 여러대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주민 조 모(26ㆍ여)씨는 보증금을 높이고 월세를 낮추는 '반전세'로 살고 있다.

기본 보증금이 1000만원이지만 조씨는 3500만원을 걸어두고 매달 75만원씩 내고 있다. 그나마 5년 전부터 살고 있어서 다른 곳보다 훨씬 저렴하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관리비는 월 평균 20만원 정도 나온다. 숨만 쉬고 살아도 한 달에 기본 100만원을 지출하고 있다는 것이다.100만을 내고 살고 있지만 생각보다 집이 넓지는 않다. 명목상 60㎡(약 20평)이지만 실평수는 절반정도다.

객지에 자녀를 보낸 부모는 비교적 치안이 좋은 오피스텔에서 살기를 바라서 살게 됐다고 밝혔다.

"퇴직을 앞둔 부모님이 나 때문에 힘들어 하는 것 같아 안쓰러움을 느껴 얼른 독립하겠다는 의지가 생긴다"고도 밝혔다.

그녀는 "제가 직장을 가지게 되면 지금의 집세를 낼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2007년에 대선 때는 부재자 투표 신청을 놓쳐 부산까지 내려갔다"며"용산에사는데도 거주지와 관련된 선거에 투표할 수도 없었다"고불만을 토로했다.

"용산구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도 이용할 수 없는게 억울하다"고 말했다.

오피스텔은 대부분 사무용으로 등록 돼 있다.입주민과 소유주, 부동산 중개업자들은주민등록을 옮기는 것은 암묵적으로 금한다.오피스텔이 주거용으로 등록되면 소유주가 1세대 다주택자가 돼 세금을 많이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집주인들은 주민등록 이전을 거부하고 부동산 계약서에도 주민등록을 이전하는 등으로 생기는 손해는 입주민이 책임진다는 조항이 빠지지 않는다.

오피스텔을 알아보려고 온 또 다른 대학생 조 모(24ㆍ여)씨는 "오피스텔은 일 년 계약이 기본이라 항상 불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1년 단위로 월세나 전세가 오른다는 뜻이기도 하다.

95만원 짜리 월세를 구한 조씨는 중개비로 55만원을 냈다.

용산지역 오피스텔 중개비는 9%로 사실상 주거용인데도 부동산들이 비주택 중개 비용을 받고 있다.

근처의 또 다른 오피스텔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 한 대학생은 "오피스텔 부동산 중개비가 주거용 보다 훨씬 비싸다"며 "나도 용산에서 부동산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불만을 이야기했다. 그는 2억이 넘는 전세 오피스텔에서 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5년째 삼각지에서 살고 있다는 조 모씨는 "최근에 사업자등록증이 없으면 전기세는 주거용으로 내도록 변했다"며 "정부도 실태를 알고 비싸게 받을 수 있는 부분은 취하면서 부동산 소유 관계나 거래비용에 대해서는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모님이 6년 전 삼각지 오피스텔을 구매해 현재까지 살고 있는 이 모씨는 "구매할 때와 비교하면지금 집 값이 거의 배다"라며 "예전에는 제가 사는 동네의 40평대 아파트를 살 수 있는 돈으로 이 작은 오피스텔을 산다는 것이 이상했는데 지금은부모님도 제 등록금 본전 찾았다고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 10만원 짜리도 100만원 짜리도 정서적 '집' 아니야

'정상적'이라 생각 되는 생애 단계를 밟기 위해서 꼭 쟁취해야만하는 실낱같은 희망이건, 부모의 지원으로 유지되는 고급 주거지건,친밀한 관계의 장이 된 집이건 간에 서울의 '집'은20대에게 정서적 '집'은 아니었다.

한 취재원은 "베이스캠프에서 떠난 등반가 같다"고 자신을 표현했다.

서울에 있는 친구들을 준거집단으로 두고 있지만 방학이면 서울 생활과 단절하고 고향으로 향하는 학생들에게서 부유하는 삶의 불안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보증금을 마련할 경제력이 없는 학생들은'고시원'을 주거지로 사용하고 있다.반면 자식의 상경과동시에 투자의 개념으로 구매한 오피스텔은100%에 가까운 이윤을 내고 있다.

재개발과 투자의 대상으로서의 부동산은 집값 상승으로 직결된다. 대학생 뿐만 아니라 사회 초년생과 신혼부부들의 내집 마련에 소요되는 시기가 늘어나게 된다는 의미다.

사회적 성원으로서 자리잡으려는 20대의 주거 형태를 통해서 '집'은 계급적 문제가 구체화되는 지점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청년 세대의 주거는 성별과 섹슈얼리티,가족 관계,지역 불균형 발전등 사회적 문제를 담고 있다.

토지자유연구소의 성승현 연구원은"대학 주변을 발전시키고 활성화하는데 대학생들의 기여가 큰데도 대학생들은 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거주와 토지 문제는대학생들의 '복지' 차원이 아니라 권리 획득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